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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K 박종훈 "팬서비스 끝판왕? 당연히 해야 할 일”

18.01.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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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시즌 85점...2018시즌 더 높이 날고 싶다”
○ “나는 켈리바라기…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는 두산 재환이형”

2017시즌 SK 박종훈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부상이 많았던 SK 국내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등판해 개인 한 시즌 최다승(12승)과 최다 이닝(151이닝)을 기록했다. 

최근 베이스볼라이징을 만난 박종훈은 인터뷰에서 “2017시즌은 85점을 주고 싶다”며 “2018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과 함께 더 높은 곳(한국시리즈)에서 던져보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팬서비스에 대해서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팬들도 누군가를 좋아해서 야구장에 온 거고 사인을 받고 싶을 텐데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내 사인이라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할 뿐이다”며 “나 같은 선수가 뭐라고. 그리 뛰어난 선수도 아닌데… 잠깐 시간 내서 이야기하고 사인 해주면 되기 때문에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7시즌 최고의 해를 보낸 박종훈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또 2018년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박종훈과의 일문일답>

Q. 근황이 궁금하다
- 오전에는 유산소 훈련을 겸해 등산과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오후에는 인천고에서 후배 선수들과 훈련 중이다. 

Q. 육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들었다
- 아침에는 아내의 배려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어서 저녁에는 핸드폰도 무음으로 해놓고 아이와 놀아주고 있다.
 
Q. 2017 시즌 본인에게 점수를 준다면.
- 100점 만점 중에 85점 정도. 아직 문제점이 많다. 85점도 많이 줬다. 개인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Q. 2017 시즌 기억에 남는 경기는?
- 한화전이었다. 그 전 경기에서 볼넷을 5~6개 허용했는데, 한화를 상대하기 전날 코치님과 상의해 '많이 맞고 나오겠다'하고 들어갔는데, 오히려 볼넷을 한 개도 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확인 결과 4월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는데 이날 경기에서 볼넷을 하나도 주지 않고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Q. 2017 시즌 한화킬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 한화에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라 뭔가 바뀔 때쯤 한화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은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정 팀에게 강한 것보다 선발투수로서 꾸준하게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

Q. 2017 시즌 가장 의미가 있는 기록은?
- 우선 150이닝이다. 승은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승보다 이닝에 욕심이 많다. 규정이닝은 한번 채우면 계속 채울 수 있을 것 같아 꼭 채우고 싶었다. 

Q. 볼넷은 줄었지만 몸에 맞는 볼이 늘었다
- 아직 볼넷에 대한 고민을 다 해결하지 못했다. 컨트롤 불안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근데 몸에 맞는 볼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몸쪽을 던지려다 조금 벗어나서 몸에 맞는 볼이 나온 것이고, 그 결과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더 좋아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상대 선수에게 일부러 맞추는 것은 안 된다. 

Q. 상대하기 어려웠던 타자는 누구였나.
- 두산 재환이 형(김재환)이다. 큰 스윙으로 치는 선수는 걱정이 없는데, 한순간에 빠른 스윙을 하는 선수에게는 약하다. 재환이 형의 스윙이 내 투구 동작이나 공의 궤적과 잘 맞다 보니 상대하기 힘들더라. 

Q. 상무 시절을 돌아보면 어땠나
- 모든 면에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예전에는 '못하면 군대나 가야지'라고 도피수단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상무에서 느낀 점은 '이만큼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내가 그 믿음에 보답해야겠구나'였다. 자신을 믿는 방법, 절제된 생활 습관 등 모든 것을 바꾸게 됐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군 문제에 관해 조언할 때 '열심히 해서 꼭 상무에 가라'고 말한다. 박치왕 감독님과 코치님한테 너무 감사하고 군 생활은 좋은 기억밖에 없다.

Q. 홈구장이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장타에 대한 부담은 없나
- 맞는 것을 두려워하면 끝도 없이 얻어 맞는다. 굳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내가 잘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게 투구에 도움이 된다. 나는 땅볼 유도를 잘 하기 때문에 그쪽에 힘쓰고 있다.

Q.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무엇인가
- 옛날이나 지금이나 커브가 제일 자신 있다. 커브를 제일 중요시 생각하고 있고 많이 연습한다.

Q.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잠수함투수 정대현, 와타나베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 와타나베 선수는 지면에서 손이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와타나베 선수는 사이드암 투수라 생각한다. 정대현 선배님과 나는 손가락이 바닥을 향한다. 공을 눕혀서 던진다. 와타나베 선수와 나는 공을 놓는 위치만 같을 뿐 메커니즘 등은 완전히 다른 투수다.

Q. 투구를 하다가 손이 실제로 땅에 닿은 적이 있나
 - 많다. 굳은살이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이 찢어졌다. 어릴 때는 다쳐도 호기롭게 더 던지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러면서 나만의 폼이 완성됐다.

Q. 언더핸드 투수라 주자가 많이 신경 쓰일 것 같다
- 시즌 초 중반에는 도루를 많이 허용했다. 근데 후반기부터는 도루 허용이 많이 줄었다. 폼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를 들면 허리를 펴고 있던 자세에서 완전히 숙인 자세를 취하고, 다리를 좀 더 벌리는 세트 모션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은 '뛸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Q. 투구폼에 따른 부상 위험도가 있을 텐데
- 예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키는대로 했다. 근데 켈리 선수가 오고 나서 많은 보강 운동법을 알려줬다. 켈리 선수가 오기 전까지 회복 운동이라는 개념을 몰랐는데 켈리 선수가 회복 운동을 많이 알려주고 이후에 트레이너 코치님께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Q. 켈리와 매우 친해 보인다
- 켈리를 정말 좋아한다. 켈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많이 따르고 있다. 켈리한테 배울 점이 너무 많다. 때로는 켈리가 귀찮아 혼자 있으려고 한다. 그래도 너무 훌륭하고, 좋은 선수여서 늘 따라 다닌다.

Q. 켈리의 재계약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을 것 같다
- 정말 좋았다. 팀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남아줬으면 했다. 어린 선수들이 켈리를 보면서 느낄 게 많다. 저렇게 잘하는 선수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매일 같은 운동을 한다. 어떻게 준비하는지, 어떻게 던지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 

Q. 최근 자선 야구 대회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타격에도 소질이 있었나
-  그렇게 잘 하지 못했다. 잘 했으면 타격으로 진출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한 적이 있긴 하다. 당시에는 너무 말랐다..

Q. 게임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 잘하는 게 아니라 형들이랑 게임 하는 걸 좋아한다. 최근 유행하는 배틀 그라운드,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를 하고 있다. 

Q. 야구 선수 중 게임을 가장 잘할 것 같다
- 나보다 정이 형(최정)이 더 잘 한다(웃음). 정이 형은 게임에서 지는 걸 정말 싫어한다. 원래 시구자들한테는 관심이 없다. 그런 정이 형이 페이커가 왔을 때는 정말 적극적이더라.

Q. 힙합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 듣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 인천에 살다 보니 인천 출신인 '리듬 파워'를 좋아한다. 많은 영상을 찾아봤다. 일부러 몰랐던 곡도 찾아서 듣고 있다.

Q. 최근 야구용품 계약을 맺으면서 '후배들에게도 지원해달라’는 조건을 추가했다는 미담을 들었다. 
- 미담이 아니다.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다. 같이 오랫동안 야구했던 사람들이고, 그 선수들은 용품이 부족하다. 그래서 부탁했을 뿐이다.

Q. '팬 서비스 끝판왕'이라고 불리고 있다
-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팬들을 보면 어릴 때 내가 좋아했던 사람을 찾아갔던 마음이 생각난다. 팬들도 누군가를 좋아해서 야구장에 온 거고 사인을 받고 싶을 것이다. 그럴 때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내 사인이라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사인을 하면서 팬들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잠깐 시간 내서 이야기하고 사인하면 되기에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Q. 사인을 하다 보면 귀찮을 때도 있을 텐데
- 그럴 때는 오늘은 힘들 것 같다고 말을 먼저 한다. 처음에는 반문도 하고, 자꾸 따라다니셨는데 최근에는 팬들이 먼저 받지 말라고 말린다. 

Q. 손혁 투수코치가 새로 부임했다
- 아직 코치님을 만나지 못해 정확히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많이 물어보고 싶다
.
Q. 김광현이 돌아온 SK의 2018 선발진을 평가한다면
- 지난 시즌도 우리 선발진은 어느 팀에 밀리지 않았다. 올해 광현이 형까지 온다면 더할 나위 없다. 광현이 형이 있기에 더 나아질 것이다.

Q.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 우선은 SK가 제일 먼저다. 팀이 허락한다면 해외로 배우러 가고 싶다. KBO리그도 1군과 2군이 다르기 때문에 마이너리그라도 배우러 가고 싶다.

Q. 최근 일본인 언더핸드 투수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했다(세이부 라이온즈 마키타 가즈히사 - 샌디에이고 2년 400만 달러 계약)
- 무조건 그 선수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그 선수가 잘해야 내가 도전할 기회가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Q. 2018 시즌 목표는?
- 작년에는 와일드카드전에 뛰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더 높은 곳에서 던지기 위해 올해는 뛰지 못했다’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반드시 더 높은 자리에서 던지고 싶다.

Q. 박종훈에게 야구란?
-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야구 안에서 내 생활이 이뤄지고, 아내도 만나, 결혼해서 아이도 생기고, 이런 인터뷰도 할 수 있다. 모든 행복이 야구에서 시작됐다.

Q. 팬들에게 한마디
- 너무 감사하다. 내가 그리 뛰어난 선수도 아닌데… 내가 뭐라고 말 한마디에 반응해주고 웃어주는 게 너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야구를 잘 아는 분들은 물론이고 야구를 모르는 분들도 야구를 더 사랑하고, 지켜봐주면 좋겠다. 박종훈보다 야구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어진명 인턴기자 gameover901@happyrising.com
촬영 | 김동영 기자 fireballer@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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