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 마무리’ 김재윤 “오승환 선배 같은 존재감 갖고 싶다”
18.01.18 16:51
kt 위즈 김재윤이 웃었다. 미국 무대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국내로 들어와 생존을 위해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한 김재윤. 당시에는 ‘야구를 그만둘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 선택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야구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어엿한 kt 위즈에서 마무리투수이자, 팀 창단 첫 억대 연봉의 반열까지, 그는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김재윤은 “투수로 전향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신의 한수였다. 끝이라는 생각에 선택한 기회가 야구 인생을 바꿨다”면서 “마무리투수라는 직책에 걸 맞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최근 많은 팀들이 마무리투수 세대교체로 진통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김재윤의 등장이 kt로서는 천군만마인 셈이다.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한 뒤 팀 합류를 위해 잠시 귀국한 김재윤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큰 만큼 올 시즌에 대한 각오는 더욱 비장했다.
- 비시즌 중에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7시즌 후에 야구장에서 계속 훈련을 하다가 지난해 12월27일에 개인 훈련 차 사이판에 다녀왔다. 올해 시즌 시작을 다른 때보다 일찍 하기 때문에 몸도 일찍 만들어야한다. 그래서 스케줄을 조금씩 앞당겨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이판에서 운동도 하고, 캐치볼도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곧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서 막판 스퍼트를 낼 생각이다.”
- 올해 연봉 협상에서 고영표, 이상화와 함께 팀 창단 첫 억대 연봉자가 됐다.(김재윤은 기존 연봉 9000만원에서 22% 인상된 1억1500만원에 계약했다)
“세이브는 지난해보다 많이 했지만, 이닝이나 경기수가 2016년 보다 부족했기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줘서 협상하러 들어가서 기분 좋게 사인을 했다. kt라는 신생팀에 와서 1군 진입 첫 해인 2015년부터 지금까지 1군 멤버로 함께 한다는 게 행복하다. 첫 프로팀이여서 그런지 남다른 애정도 있고, 스스로도 뿌듯하다.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 2018시즌을 준비하면서 지난해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지난해 6월 초까지 리그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가며 ‘미스터 제로’라고 불렸지만, 이후 부상과 부진을 겪었다. 시즌 마무리가 아쉬울 것 같은데.
“무자책점은 언젠가 깨질 기록이라고 생각했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시즌을 치르는 요령이 부족해서 체력안배에 실패했다. 그래서 부상이 찾아왔고,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공부를 많이 한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 ‘공부’라 함은, 보완점에 대한 고민일 텐데.
“지금 운동을 하면서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체력을 유지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풀타임을 뛰어야 하는데, 시즌 초반부터 모든 힘을 쓰다보니까 점점 힘이 떨어지고,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을 느꼈다. 지난해 형들이 ‘쉬엄쉬엄해라. 쉬는 것도 훈련이다’고 얘기를 해줬는데, 그때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원래 운동을 많이 하지는 않는데, 조금씩 매일하는 스타일이다.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경기에 나가도 준비를 안 하고 나가는 느낌이다. 아직은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들이 도리어 몸을 혹사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올해는 그 부분에 신경을 쓸 생각이다.”
- 구종 추가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스플리터를 간간히 던졌는데,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다. 지금 구사하고 있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 두 개만 완벽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스플리터의 경우에는 궤적이 직구와 비슷하게 가다 떨어지니 슬라이더보다 더 효과적인 구종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스플리터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과제다. 직구의 위력도 키우고 싶은 바람도 있다.”
- 돌이켜보면 김재윤의 야구인생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재윤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포수로 뛰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국내로 발길을 옮겼다. 이후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육군 일반병으로 입대했다. 군 복무 중에도 개인 훈련을 이어가던 김재윤은 전역 후 2015 KBO 신인지명회의에서 신생팀 kt에 전체 13번으로 지명된 바 있다.)
“어려서부터 나는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포수를 하게 된 것도 중학교 시절 포수를 할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감독님이 나를 시킨 것이다. 운이 좋게 미국 무대에 도전을 했고,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때는 ‘그래도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군 복무를 하고 kt에 들어와서 포수로 적응을 못하면서 ‘아, 내 야구 인생이 여기서 끝이 구나’ 싶었다. 이후 투수 전향 제의를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어차피 벼랑 끝인데, 잡을 수 있는 끈이 있으면 그게 뭐든 일단 잡아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도전했고, 이 자리까지 왔다. 투수 전향이 내 야구 인생의 신의 한수가 됐다. 살면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 마무리투수로 보낸 지난 2시즌을 평가하자면 어떤가. 김진욱 kt 감독은 ‘김재윤이 등판하면 선수들이 안정을 찾는다.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가 올라가면 동료들도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마무리투수는 힘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면에서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후반기에 몸이 좋지 않아서 내 특기인 탈삼진 부분에서도 힘을 내지 못했다. 오승환 선배를 본 받고 싶다고 늘 얘기했는데, 나도 마무리투수로 그런 존재감을 갖고 싶다.”
- 김재윤이 생각하는 마무리투수의 매력은 무엇인가.
“승리를 지켜내는 쾌감이 상당히 크다. 투수를 오래한 선수가 아니기에 포지션 전향 후 불펜 보직을 맡을 것이라 예상을 했다. 이왕 불펜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면 마무리투수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승리를 지키고, 경기를 끝내는 일이 좋아 보였다. 포수를 할 때부터 마무리 보직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물론 부담감도 크지만, 그만큼 얻는 보람도 큰 것 같다.”
- 마무리를 맡았던 지난 2년 간 팀이 최하위에 머물렀다.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일수록 1승의 간절함은 높지만, 마무리투수가 등판할 기회가 적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순위가 높은 팀들에게 비해 기회가 적긴 하다. 그만큼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승이 많지 않기 때문에 꼭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블론 세이브를 했을 때에도 사실 자책도 많이 하는데, 선배들이 오히려‘ 괜찮다. 네 잘못 아니다’라고 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잘 이겨내고 있다. 부담감이 커도 좋으니 올해는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
- 올해 목표가 있다면.
“세이브 같은 수치는 하다보면 따라온다는 생각이다.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되는 일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부터 매년 조금씩 아파서 전력을 이탈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이 꼴찌를 벗어났으면 한다. 올해 전력 보강도 됐으니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김유정 기자
사진=k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