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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리뷰: 관객을 '총체적 난국'의 '공범'으로 만들 위험한 영화

13.10.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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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국동선
출연: 손예진, 김갑수, 강신일
 
 
줄거리
15년 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한채진 군 유괴살인사건!
공소시효를 앞두고 '다은'(손예진)은 실제 범인의 목소리에서 너무나 익숙한 아빠(김갑수)의 존재를 느끼고 그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다은'은 혼란에 휩싸이고 평생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온 아빠에 대한 잔인한 의심은 커져만 가는데..
 

*스릴러의 방향성을 상실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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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 느꼈던 건 요즘 영화보는 눈이 지나치게 높아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본의 아니게 최근에 본 헐리웃 스릴러 [프리즈너스]와 소재가 비슷해 비교했지만 애초에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공범]과 [프리즈너스]는 애초부터 비교불가의 작품이었다. 물론 모든 스릴러가 [프리즈너스] 처럼 어둡거나 강렬 해야할 필요는 없다. 한국형 스릴러물의 시작을 [살인의 추억]이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묵직함을 버리고 소소한 유머를 첨가해 웃음과 긴장감이 적절하게 섞인 대중영화로 완성해도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근래의 한국형 스릴러물은 [살인의 추억] 이후 지나치게 웃음과 가벼움에 집중해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잃어버려 스릴러적인 재미를 즐기러온 관객들의 기대를 꺾어버렸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번초에 개봉한 [싸이코 메트리]였다. 과도한 유머와 무리한 설정탓에 주소재인 '초능력'과 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상실해 정체불명의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 그 예이다. [공범]은 시작부터 그러한 우를 범했다. 영화가 부녀 사이에 벌어지는 의심에 포커스를 맞추었지만 정작 영화의 포커스는 잔잔한 가족 드라마에 맞췄다. 때문에 영화의 사건이 전개되는 시점은 상당히 늦게 시작되고 긴장감이 시작되는 부분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드라마와 유머를 유도한 부분은 과잉 설정으로 다가올 정도다. 비율로 따지자면 '긴장감 40','드라마 60'정도의 흐름이니 영화의 긴장감과 스릴러적인 설정들은 거의 죽은거나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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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진행되는 전개 방식과 설정마저 어처구니 없을 정도다. 평화로운 부녀관계가 '의심'으로 발전하는 단계가 국민적 관심으로 화제가 된 실제 유괴사건을 기반으로 한 영화속 영화 때문에 아버지를 의심하게 되는 부분부터 김이 셀 정도다. 스릴러의 재미란 추적자와 용의자라는 소수의 캐릭터들만이 알고있는 '비밀스러운 증거'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잡는 추적을 통한 긴장감이 포인트 인데 [공범]은 이를 대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여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인물들 마저 아버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들이 아버지를 의심하게 되는 이유는 '목소리' 하나다. 결국, 영화의 사건 진행 방향과 전개는 '목소리' 하나에만 집중해 전체 러닝타임을 '추적'이 아닌 '의심'에만 할애하고 있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답답하게 만들 정도다. 그나마 주인공인 다은이 아버지의 의심스러운 과거를 추적하는 부분을 통해 긴장감을 살리려 했지만 이마저 주인공의 맥빠진 선택으로 어이없이 끝나고 만다. 이는 후반부 강도높은 드라마를 의도하려는 억지적 설정에 가까웠고, 때문에 마지막 반전도 반전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예상가능 하면서 강도도 쌔지 않다.
 
이는 제작자인 박진표 감독의 [그놈 목소리]의 영향을 너무 받은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인데, 제작사도 이점을 의식했는지 [그놈 목소리]와 기획적으로 하등의 관계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공범]은 자체적인 전개를 생략한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 [그놈 목소리]의 실제사건을 그대로 가져온 설정이며 사건의 재구성마저 비슷할 정도다. 이를 연출자와 영화의 자체적인 스타일로 풀어나간다면 볼만 했겠지만 [공범]은 자체적인 스타일과 색깔마저 없다. [그놈 목소리]의 재구성만 있을뿐 자체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은 부재에 가깝다.
 
영화의 축을 유지해야할 주,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도 중심을 잃었다. 손예진은 그동안 출연했던 TV 드라마와 멜로 영화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강신일, 김광규, 조안 같은 연기력 경험이 풍부한 배우들 마저 과잉된 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오랫동안 코미디 영화에만 출연해 서인지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온 임형준의 과잉 연기는 불편할 정도였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각본이라 하더라도 영화가 초반부터 방향성을 잃으면 최고의 스태프, 배우들이 모인다 한들 그 장점적인 요소들마저도 심하게 망가질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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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은 모든 면에서 '총체적 난국' 이다. 명품 스릴러 까지 기대한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중간 수준까지 가는 '킬링 타임' 무비라 생각해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스릴러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고 드라마라 하기에는 억지스러운 설정과 과잉 연기가 불편하다. [공범]은 장르 영화가 기존 장르로서의 방향에 충실해야 함을 일깨워준 작품이다. 영화가 무거우면 관객들이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관객은 잘 만든 영화라면은 충분히 입소문을 내며 추천을 해주고 영화를 보러오는 것이지 절대로 상업적인 전략 측면에서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감독과 제작진이 이를 유념하고 영화를 만드시기를 '감히' 말씀드린다. 
 

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사진=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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