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친구2] 리뷰: '친구'라는 이름의 갱스터 무비

13.11.05 14:53

 

 
1.jpg
 
 
[친구2, 2013]
감독: 곽경택
출연: 유오성, 김우빈, 정호빈, 주진모, 장영남, 기주봉
 
 

줄거리
친구 ‘동수’(장동건)의 죽음을 지시한 혐의로 수감된 ‘준석’(유오성). 17년 만에 출소한 그는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과 어느새 조직의 실세로 성장해있는 ‘은기’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다. ‘준석’은 아버지 ‘철주’(주진모)가 평생을 바쳐 이뤄놓은 조직을 되찾기 위해 흩어져있던 자신의
세력을 다시 모으고, 감옥에서 만나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젊은 피 ‘성훈’(김우빈)을 오른팔로 두게 된다. 친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성훈’은 마치 아버지처럼 자신을 챙겨주는 ‘준석’에게 의지하며 그와 함께 부산을 접수하기 위해 힘쓴다. 그러던 어느 날 ‘성훈’을 찾아온 ‘은기’(정호빈)는 ‘동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성훈’을 혼란에 빠트리는데…
 
 
2001년 개봉한 [친구]는 당시 주세대였던 386세대의 유년기였던 7,80년대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며 800만의 신화를 만들 수 있었다. 어쩌면 [친구]의 영향으로 인해서 이러한 향수를 자극하는 흥행 영화들이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2]가 만들어진다 했을때 설마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려나 생각했었다. 아마 그것이 [친구]를 본 사람들중 일부를 다시 극장으로 발길을 돌릴 요인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친구2]는 애초부터 영화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의 비중을 철저히 낮추고 '갱스터 무비'의 성격을 더 강화했다.
 

*[대부2]가 되고 싶었던 [친구2]
 
 
2.jpg
 
 
[친구2]의 기본 뼈대를 살펴보자. 과거보다는 현재 진행형을 택했고, 준석의 아버지 철주(주진모)를 언급시키며 그의 활약상을 그린 '씬'이 등장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역사를 비교하며 전이될 수 밖에 없는 '폭력의 역사'에 관한 연관성은 프란시스포드 코폴라의 [대부2]의 방식과 비슷하다. 곽경택 감독 본인도 기자간담회에 언급했듯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며 적지 않게 그 영향을 받았다 말했을 정도로 최고의 갱스터 영화를 지향하고 있다. [친구2]는 역설적이게도 '친구'라는 타인에 관한 관점보다는 '2세대' 들에 관한 영화다. 철주의 아들 '준석', 동수의 아들 '성훈'.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둠의 세계'로 들어온 이들의 동일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인 셈이다. 영화는 그러한 이야기를 '회상'을 통해 풀기 시작한다. 출소한 준석이 은기가 접수한 조직을 되찾는 과정에서는 [친구]의 장면들이 오버랩 되며 전편을 관람했던 관객들의 기억을 자극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공인 성훈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오프닝부터 그의 유년시절을 시작으로 방황하는 청소년 시기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친구]의 추억은 사라지다 
 
 
3.jpg
 
 
이처럼 [친구2]는 과거의 '향수'가 배제된 '회상'의 방식을 지향하는 영화다. 더는 아름다웠던 '추억'과 '기억'은 존재하지 않고 어둡고 추악한 기억만 잔재되어 있을 뿐이다. 때문에 패싸움을 비롯한 잔인한 폭력씬들이 더 늘어났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조폭'과 관련된 인물들과 에피소드만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친구]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던 경상도 사투리와 유머는 더욱 거칠어졌다. 등장인물에서도 과거를 함께 나누었던 상택(서태화)과 중호(정운택)와 같은 '친구'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준석'에게는 '은기'의 조직 접수로 조직에서 완전히 배제된 옛 아우들과 동료 그리고 감방 부하들이 친구로 정의된다. 즉,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친구는 함께 '패밀리'가 되어야 하는 공동체적인 성격인 셈이다. 오히려 새로운 주인공 성훈의 경우가 전작의 요소와 비슷하게 그려진다. 성훈과 다르게 어둠의 길을 걷는것을 포기하고 전혀다른 길을 걷는 친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선과 악'과 '윤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어두운 운명'을 더욱 강조하려 한다.
 
[친구]의 흥행포인트였던 '향수'와 관련된 부분은 많지 않지만 성훈의 과거회상 부분에서 90년대와 2000년 초반의 과거회상 부분에서만 잠시나마 언급되는 수준이다. 게임보이, 스타크래프트, 그 당시 유행하는 패션과 음악이 등장하며 성훈의 과거를 빛내주지만 거기까지다. 반면 준석의 회상은 [친구] 시절의 숨겨졌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으로 사용된다. [친구]가 가지고 있는 아련한 향수를 재반복 하면서 다른시선으로 영화를 추억하게 하려는 방식이다. 이처럼 [친구2]는 전작이 가지고 있었던 모든 요소들을 하나둘씩 제거하거나 철저히 배제시킨 작품이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친구]는 맞지만 새로운 인물과 설정들로 인해 그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엉뚱한 이야기만 배제했어도…
 
 
4.jpg
 
 
어쩌면 그러한 시도가 [친구]를 좋아했던 관객에 대한 배신과 실망으로 다가올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과거와의 연관성을 통해 전편의 요소들을 부분 부분 연결하는 의도는 괜찮았으며, 곽경택 감독 영화에 등장하는 특유의 유머와 유오성, 김우빈이 보여주는 상극의 '조폭' 연기는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 전작의 감동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이러한 장점적 부분을 전면에 내세우며 더이상 과거에 운운하지 말고 새롭게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전작 [친구]의 향수를 어느정도 불러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거기다 장엄한 대서사시를 쓰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이 함께 해서였을까? 전자에 언급된 과거 회상에 대한 빈도와 쓸데없이 추가된 에피소드가 [친구2]를 곽경택 감독이 원했던 갱스터 무비가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영화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기자간담회에서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은 "[친구3]은 없다"며 후속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지만, 만약에 3편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했다면 정신없이 나열되었던 스토리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을거라 생각했다. 영화는 주연에 대한 비중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나머지 과거에 대한 기억과 회상에서 중심을 잃어 버리고만다. 특히, 이번 영화를 좀 더 느와르적인 요소로 강조하고 싶었다던 곽 감독의 욕심때문에 [친구] 시리즈의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철주'의 에피소드를 굳이 넣었어야 했는지가 의문이었다. 영화의 진행에 아무런 복선과 의도도 주지못한채 잠시 언급만 되는 이이야기를 왜 하려 했을까? 그러한 시간에 준석과 성훈에 좀 더 집중했다면 그나마 괜찮은 후속작이 되었을 것이다. 지나치게 난립한 회상도 문제다. 동수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밝히겠다며 과거의 장면을 다시 가지고 오고 재해석하는 장면은 어설픈 복선만 진행되며 언발란스한 영상만 보여줄 뿐이다.
 
[친구2]는 영화의 진행은 괜찮았지만 새로운 시도와 전작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길을 잃고말았다. 영화가 가지고 있었던 특유의 향수적 부분을 새롭게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친구]가 준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면, [친구2]는 성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영화로 계획하며 이야기의 중심과 진행이 확실했던 영화가 되었어야 했다. 비록 고정 영화팬들에게 욕을 먹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세대를 위한 [친구]'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남다르기 때문이다.
 

*향수를 잊고 갱무비의 성격에서 관람해야
 
 
5.jpg
 
 
결론적으로 [친구]에 대한 전작의 의미상 어떻게 만들어도 아쉬움이 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친구2]는 의미상 아쉽지만 나름대로 볼 수 있는 구석도 있다. 준석이 조직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 동수의 아들 성훈을 연기한 김우빈의 열연을 보는것 만으로도 나쁘지 않다. 전작의 감동은 사라졌지만, 흥미진진한 갱스터 영화의 성격으로 [친구2]를 감상하길 바란다. 물론, [친구]라는 영화가 전해준 의미상 그점을 배제하고 보는게 쉽진 않지만 말이다.
 

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