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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VS드라마] 우리도 사랑일까? 불륜에 관한 격정적 고찰

14.01.17 10:40

불륜이 금기시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비추는 불륜은 무조건 잘못된 행위였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영화나 드라마가 '불륜'을 다루는 방식은 '권선징악'으로 정형화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고지순한 성격의 아내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정을 지키려 합니다. 하지만 남편과 상간녀는 "이혼 해 달라"며 안하무인으로 나오죠.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니 역시 "남자가 그럴 수도 있다"며 패악을 부립니다. 그러나 캔디처럼 씩씩한 여주인공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회사에 '우연한 기회'에 입사하여,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재벌 2세 '실장님'과 사랑에 빠집니다. 물론, 아내가 신데렐라로 변신하는 사이 남편은 전 재산을 탕진하고 (전)아내에게 매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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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던 '불륜 컨텐츠'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양하게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이탈리아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불리는 영화 [굿모닝 하트에이크]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주인공 나은진(한혜진 분)과 김성수(이상수 분). 대학생 때 만나 군대, 취업 등 20대의 큰 산들을 함께 넘고 마침내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30대를 맞은 두 사람은 서로가 편해질 만큼 편해진 사이입니다. 은진 덕분에 번듯한 회사에 취업하여 과장 직함까지 단 성수는 그러나 어느 순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변해버린 남편에게 서운한 은진, 그리고 그런 은진이 갑갑한 성수.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생긴 복수심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훼손되고 맙니다. 그 증거는 늘 성수만 바라보았던 은진의 불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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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은진의 불륜 상대인 유재학(지진희 분)은 송미경(김지수 분)과 쇼윈도 부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으로는 재학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미경은 묵묵히 시집살이를 감내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불륜 사실, 심지어 재학이 은진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무너져 내립니다. 각자 가슴아픈 사연을 가진 네 남녀가 이끌어가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공감을 사며 호평받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굿모닝 하트에이크]의 주인공 '루치아'와 죠반니'는 아들 '파올리노'가 생긴 후 조금씩 일상의 고단함에 지쳐갑니다. 서로 내색하지 않고 행복한 척 견뎌왔는데, 하필이면 아들의 첫 생일에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시작은 남편 죠반니의 이기적인 이별 선언. 죠반니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집을 나가는 것도 모자라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며 불륜을 저지릅니다. 순식간에 워킹맘에 미혼모가 되어버린 루치아의 일상은 점점 안쓰럽게 무너집니다. 죠반니가 떠난 후 힘든 시간을 보내던 루치아는 끊임없이 재결합을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새로운 사랑을 찾은 남편은 루치아를 남 보듯 대합니다. 배신에 대한 분노도 잠시, 홀로 남은 루치아에게도 오랜시간 자신을 바라보단 한 남자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과연 루치아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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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판 '사랑과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는 한 남자와 두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이별의 치열한 시간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랑과 이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여성 감독 특유의 과장되지 않은 세밀한 심리 묘사,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호평을 받은 [굿모닝 하트에이크]는 24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사진=SBS '따뜻한 말 한마디', 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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