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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리뷰: 거울보다 더 무서운 공포의 배경

14.05.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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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2014]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카렌 길리언, 브렌튼 스웨이츠, 케이티 색호프, 로리 코크레인
 
줄거리
어린 시절, 충격적인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남매. 이 일로 동생 '팀'(브렌튼 스웨이츠)이 소년원에 수감된다. 그로부터 10년 후, 동생이 출감하기를 기다린 누나 '케일리'(카렌 길리언)는 어린 시절의 일이 부모님들이 새 집에 이사오면서 들여놓았던 거울의 짓이라 믿고 조사에 들어간다. 그 거울의 역대 주인들을 추적한 결과,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이 모두 거울의 조종을 받은 희생자들이란 가설을 세우게 되는데…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는 일상생활에서도 그 여운이 남겨지나에 있다. 1년 전 개봉한 [컨저링]의 경우, 집안이라는 공간과 가족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정서를 잘 활용해 일상에서 공포를 배가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다. [컨저링] [인시디어스]의 제작진이 참여한 신작 [오큘러스]는 바로 그러한 요소들의 종합 물이다. 집안이라는 공간에 대한 공포와 거울과 같은 소도구를 공포의 요소로 사용했기에 영화 감상 후 느끼게 될 일상의 공포는 남다를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큘러스]만의 공포는 무서웠다.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다 느닷없이 섬뜩한 장면이 등장하는 평범한 설정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영화만의 독창적인 이야기 설정과 전개방식이 공포의 강도를 배가시켰다.
 
오컬트적 호러를 지향했던 영화는 초반부터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의 전개를 이어간다. 부모의 복수를 위해 다시 조우한 남매는 당시 사건의 진실을 놓고 논쟁한다. 누나가 그동안 모아둔 여러 사례와 증거를 제시하며 거울속 악령에 의해 생긴 저주임을 주장하면 남동생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반박하는 방식이다. 호러 영화의 전형과 다른 논쟁 장면이 다소 지루할법하지만, 이성과 비이성이 얽히고 비현실적 현상을 현실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방식은 묘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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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비현실적 주장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끝나는 찰나, 영화가 준비하던 공포는 시작된다. 관객들마저 현실적 시점에 수긍하던 사이 예상치 못한 초자연 현상이 발생한다. [오큘러스]가 지향하는 공포는 우리의 머릿속 관념처럼 박혀있는 이성이 비현실적 현상에 지배당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도 영화속 공포가 현실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과 같다. 눈으로 보였던 현실이 악령의 허구이자 함정이었다는 반전이 지속하면서, 복수를 계획했던 남매의 강인한 정신력은 시간이 흐르며 무기력해진다. 끔찍했던 과거와 현재가 한 화면과 공간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장면을 교차적으로 편집함으로써 공포를 배가시킨다.
 
돌이켜보면, [오큘러스]가 만들어낸 공포의 배경은 [오멘] [엑소시스트] [샤이닝]과 같은 고전 오컬트가 지향했던 '가족의 붕괴'라는 심리에서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전자의 작품들이 월남전 이후 발생한 가부장의 부재와 자본사회의 성장이 낳은 가족의 개인화가 낳게된 후유증을 건드렸던 것과 같다. 사건의 주범인 아버지의 직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란 점을 근거로 들때, [오큘러스]는 21세기 초 발생한 '닷컴 버블'을 시작으로 발생한 자본주의의 실패가 낳은 '가족 붕괴'를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에 시달린 아버지는 업무 도중 악령에 의해 서서히 지배당해 미쳐가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에 외도를 의심하게 되고, 아이들은 시종일관 게임과 같은 놀이에만 몰두한다. 그것은 영화속 주인공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에게 홀리고 눈에 보이는 비현실적 망상에 걸려든 것처럼, 우리가 사는 자본사회는 [오큘러스]의 악령이 만들어낸 망상과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특히, 집안의 가장인 부모들이 악령에 의해 짐승처럼 미쳐가는 과정은 이같은 현실에 대한 공포를 반영하는 장면이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바로 이부분에 의해 드러난다. 가족을 묘사하는 장면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부모들에 대한 이같은 표현 장면에 기분 나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지나친 과거와 현재를 과도하게 교차편집 하는 방식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혼란을 줄 수도 있다. 모든 것을 공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개별 이야기들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게다가 거울 밖에서 벌어지는 공포장면이 대부분 이어서 거울과 악령의 관계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연계성도 부족해 보여 굳이 이같은 설정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호불호가 갈릴 호러영화가 되겠지만, [오큘러스]가 완성한 독창적인 세계관과 이야기는 지속적인 시리즈를 기대할 만큼 매력적이다. 만약 시리즈화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번 영화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지만 이와 같은 참신함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시리즈의 틀에 얷매이기 보다는 나날이 새로운 구성과 전개를 준비하며 더욱 광범위한 공포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올댓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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