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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민란의 시대] 리뷰: 유쾌하지만 약간은 허무했던 '민란'

14.07.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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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민란의 시대,2014]
감독:윤종빈
출연:하정우, 강동원,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줄거리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 힘 없는 백성의 편이 되어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적떼인 군도(群盜), 지리산 추설이 있었다. 잦은 자연재해, 기근과 관의 횡포까지 겹쳐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는 사이,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은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한다. 한편 소, 돼지를 잡아 근근이 살아가던 천한 백정 돌무치는 죽어도 잊지 못할 끔찍한 일을 당한 뒤 군도에 합류. 지리산 추설의 신 거성(新 巨星) 도치로 거듭난다. 망할 세상을 뒤집기 위해, 백성이 주인인 새 세상을 향해 도치를 필두로 한 군도는 백성의 적, 조윤과 한 판 승부를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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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은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작품을 생각하다 [군도:민란의 시대](군도)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반응은 액션, 웨스턴, 무협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뜻하는 것이었다.
 
[군도]는 바로 그러한 쾌감의 종합을 꿈꿔온 작품이었다. 각각의 인물들을 따로 등장시켜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하며 배경을 꾸며주는 경쾌한 음악은 마카로니 웨스턴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분위기에 어우러진 액션은 웨스턴 영화의 총기 액션이 아니다. 부채 하나로 무기를 둔 상대를 가볍게 제압하는 강동원의 몸동작은 영락없는 무협영화에서나 볼법한 과장된 액션을 선보인다. [군도]의 액션은 리얼함과 과장 사이에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인 활극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러한 역동성을 불러오는 생생한 음향적 요소가 가장 돋보였다. 타격적인 부분과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의 생생함은 묘한 감흥을 준다.
 
[군도]의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요소는 출연작마다 자신들의 존재감과 개성을 강렬하게 각인시킨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영화의 대립상대인 강동원과 하정우는 극과 극 매력과 개성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의 두 축을 이룬다. 강동원이 연기하는 악역 '조윤'은 과거 그가 연기했던 [형사]의 '슬픈눈'의 잔혹한 버전과 같다. 부드러우면서 여성스러운 외모로 만화책에 등장할 법한 이미지를 구현하지만, 내면은 사악함과 시기, 질투의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악역이다. 그에 비해 하정우의 '도치'는 영락없는 마카로니 웨스턴속 마초 남의 이미지와 단순무식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로 그려져 친근감을 더한다.
 
이성민, 조진웅, 이경영, 마동석, 윤지혜로 구성된 의적 떼도 안정된 연기력과 친근한 개성으로 흥미를 더해준다. 강동원의 역할을 제외한 대부분 출연진의 공통된 역할은 친근한 인간미를 부각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영화는 자연스럽게 유머적인 요소가 많아졌고, 캐릭터들의 역할과 비중은 커진다.
 
[군도]는 이 수많은 캐릭터들의 설명과 전개를 이어가기 위해 [킬빌]과 [장고:분노의 추적자]와 같은 타란티노 감독의 챕터식 구성을 빌려와 주제에 따른 이야기 전개와 인물설명을 이어간다. 평범한 인물구성과 배경이 헐리웃 영화의 방식과 만나 세련된 퓨전 사극이 될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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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는 137분의 상영시간을 갖고 있다. 비교적 적당한 시간 같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따라 너무 길다는 느낌도 줄 수 있다. 영화를 보며 내내 느꼈던 인상은 "왜 이렇게 길까?" 였다.
 
그만큼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흐름이 미진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우선, 영화의 초반부 인물들의 설명을 일일이 나열하고 부족한 부분을 나레이션으로 채우려 할 때부터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최근까지 개봉했던 한국 사극 영화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점의 반복이었다.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나열해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정작 제대로 된 이야기 전개를 이어나가지 못할 때다.
 
[군도]는 이야기의 전개가 아닌 다른 부분에 문제점을 노출한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였지만, 감독이 말했던 가슴 뛰는 흥분을 느낄 수가 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그것은 이 영화를 이끌어줄 중심인물의 부재였다. 인물들에 치우친 드라마를 전개하면 감정선이 분산할 수 있다고 느꼈기에 상세한 설명을 피하고 일부 이야기들을 나레이션으로 대처하는 시도는 좋았으나 그로 인해 핵심적인 이야기를 놓치게 되고, 영화의 카타르시스와 드라마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주인공의 역할마저 깎아버렸다. 
 
비록 이 영화가 인간미 있는 '군도' 무리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지만, 관객에게 감흥을 제공할 인물은 딱 한 명이면 충분하다. 하정우의 '도치'가 바로 그 역할이다. 단순 무식하지만, 무리의 일원이 되기 전 여러 사연을 가진 인물이기에 관객이 그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요소는 충분했다. 영화는 그러한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그를 영웅으로 키워야 했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원티드] 식 전개를 빌려 무리의 일원으로 들어온 주인공을 중심으로 여러 에피소드와 인물들을 나열했다면 영화는 더욱 드라마틱 하게 그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캐릭터들을 모두 동일시하게 그리고 따로 놀게 하다 보니 도치에 대한 비중을 놓치게 되고, '군도' 무리가 상대해야 할 조윤의 매력만 극대화 시키고 만다. 유쾌한 웨스턴 형태의 사극 액션을 표방한 만큼 인물 구성과 전개가 좀 더 단순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준다.

결국, [군도]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다수의 캐릭터가 중심이 된 이야기에 잘 적응할 수 있느냐이다.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될 유머, 드라마 그리고 통쾌한 활약을 기대했다면 즐길수 있겠지만, 양강구도의 대결을 통한 긴박한 전개를 기대했다면 아쉬운 사극으로 남을 것이다. 그나마 세련된 스타일과 기술로 사극의 신선함과 캐릭터의 매력을 높여주는 윤종빈 감독의 연출력은 눈여겨 볼만하다. 물론, 변함없는 배우들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력도 장점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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