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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리뷰: 때로는 불편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14.10.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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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2014]
감독:부지영
출연:염정아,문정희,황정민,천우희,김강우
 
줄거리
대한민국 대표 마트 ‘더 마트’. “마트의 생명은 매출, 매출은 고객, 고객은 서비스”를 외치며 언제나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컴플레인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의 직원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
다. 정규직 전환을 눈 앞에 둔 선희(염정아)를 비롯,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들이 용기를 내어 서로 힘을 합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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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으로 옴니버스 인권 영화가 제작된 적이 있었다. 다소 어려울 수도 있었던 인권에 대한 소재를 이해하기 쉽게 영화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호평을 얻었지만, 정작 영화의 당사자들과 일부 관객들은 "너무 영화적으로다 만들려 보니 영화가 말하려 한 '인권'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민감한 사회적 소재의 작품을 다루는 데 있어서 제작진은 두 개의 딜레마에 시달리게 된다. 영화적인 요소가 중요한가? 아니면 원래대로 의도했던 문제 제기가 중요한가?
 
[카트]의 제작진 또한 그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은 지금의 결과물을 볼 때 아무래도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국 PD 출신에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김경찬 작가는 "조금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나는 영화를 미디어라 생각한다."라고 말해 이 작품이 사회 이슈적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한 마디로 [카트]는 목적이 분명한 작품이다. 작가주의를 지향하거나, 성공적인 상업영화를 지향한다기 보다는 사회와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비정규직의 서글픈 투쟁에 대한 목소리를 귀 기울이려 한다.
 
[카트]는 실제 한 대형마트에 있었던 비정규직 전환 관련 파업 투쟁을 소재로 두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 여성이며, 그녀들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며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20년 넘게 마트 청소부로 일한 할머니, 30대 싱글맘, 계약직 업무를 마무리하고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 아이 엄마,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계약직 직원 등 모두 일을 해야 하는 절박한 위치에 놓여있다. 영화는 이러한 가엾은 주인공들을 잔인하리만큼 매몰찬 현실로 밀어 넣는다.
 
립스틱 색깔마저 회사에서 정해준 색깔만 사용해야 하는 현실, 고객에게 규정을 설명하다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하는 수모, 벌점제도와 반성문 쓰기와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 영화를 통해 가혹하게 그려진다. 너무 과하다 싶다 생각될 정도지만 이 이야기는 실제 비정규직원들이 당해야 했던 처우라 한다. 배우들은 이 냉혹한 현실을 직접 체험하며 눈물 흘리고 괴로워하며 홀로 분을 삭이는 모습을 연기를 통해 표현하며 관객의 심정을 자극하려 한다. 이런 처지의 인물들이 졸지에 해고를 당할 처지에 놓였으니, 상황은 더욱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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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영화는 노동 영화를 방불케 하는 투쟁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영역을 뺏기지 않으려는 마트 점거, 촛불 시위 그리고 천막 농성 등 장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파업의 강도를 그렸다. 그럴수록 그녀들의 파업은 더욱 치열해지고 어려운 현실이 집중 조명된다. 여성이자 엄마로서 가정과 사회에 억압받는 현실을 비롯해 경제적인 문제와 자녀들에게 대물림되는 비정규직 문제의 현실을 그려내며 사회적 문제 제기에 초점을 맞춘다.
 
[카트]는 오로지 '을'의 입장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갑'인 '더 마트' 본사 직원과 임원들은 모두 남성들로 표현돼 억압적이면서도 권위적 측면이 강한 캐릭터들로 그려진다. 그들이 행하는 정신적, 육체적 폭력은 주인공들을 더욱 옥죈다. 그것은 마치 [도가니] [또 하나의 약속]에서 보여준 권력자와 기업이 행한 폭력처럼 그려져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분노와 같은 심리를 자극한다. 그러나 [카트]는 '을'의 입장만 대변할 뿐 이들을 위한 헛된 희망이나 분풀이를 담으려 하지도 않는다. "낙숫물에 의해 바위는 뚫린다"라는 대사를 통해 저항을 통한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저항할수록 더 거센 억압이 그녀들을 괴롭힐 뿐이다.
 
그렇다고 영화는 그녀들의 좌절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포기 하는 이들도 속출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거세게 저항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마지막 까지 담으면서 '왜 포기하지 않고 저항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 되뇌도록 한다. 현실에 기반을 둔 작품답게 영화는 실제적 결말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진짜 현실을 돌아봐 줄 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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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하고 싶어도 마주하기 거부한 문제를 영화화해 완성한 [카트]는 충분히 좋은 작품이며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아쉬움이 많다. 오랜 각본 작업을 준비했던 작품이었던 만큼 '좀 더 영화적인 장치와 효과를 통해 흥미롭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현실을 소재로 했다 한들 영화화된 과정에서는 충분히 다양한 픽션화를 노릴 수 있다. 전자에 언급했던 [도가니] [또 하나의 약속] 그리고 [부러진 화살]이 중심 인물, 이야기의 메인 테마, 장르의 범위를 확실히 선을 긋고 본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처럼 [카트] 또한 장르의 범주에서 어느 정도 충분히 더 매력적으로 완성될 수 있는 영화였다.
 
가치 있는 작품이지만, 보기에는 불편한 양면을 동시에 지닌 작품으로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구성하고 있는 일원으로써 때로는 불편한 현실을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 [카트]에 대한 호불호는 다양할 것이지만, 영화가 의도한 비정규직 문제와 불합리한 현실만큼은 영화를 관람한 모든 이들에게 큰 자극을 줄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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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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