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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찍을 뻔한 헐리웃 영화, [엑스팩츠]를 아시나요?

14.11.25 15:36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서울 촬영, 워쇼스키 남매의 [센스 8]의 청계천 촬영과 로베르토 오씨의 [스타트렉 3]의 촬영까지 언급될 정도로 헐리웃 영화의 한국 현지 로케이션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영화 시장은 헐리웃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헐리웃의 과감한 현지 로케이셔 촬영 계획은 사실 10년 전 진행될 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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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러도 무방한 시기였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의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고, 스크린쿼터제의 영향으로 한국영화의 자국 점유율은 40% 이상에 가까울 정도였다.
 
이러한 한국영화의 시장성이 높아지면서 헐리웃을 비롯한 여러 해외 제작사들은 한국 제작사와의 합작 및 현지 촬영을 고려하기도 했었다. 그중에서는 당시 헐리웃의 톱스타를 앞세워서 제작 발표회 까지 준비된 영화도 있었는데, 2004년 제작/기획단계에 들어간 [엑스팩츠] 라는 영화가 그중 하나였다.
 
[엑스팩츠]는 헐리웃 영화 최초로 한국 올로케이션 촬영을 계획한 작품으로 부산에서 전체 촬영을 기획했었다. 줄거리는 부산에서 외국인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이 한국 조직폭력배가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을 불러 총을 통해 그들의 돈을 강탈할 계획을 세우다가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코믹 범죄물이다. 당시 한국영화에 인기 장르였던 '조폭물'의 헐리웃식 블랙 코미디 줄거리가 결합된 독특한 이야기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루머'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난무했고, 지금보다 더 심햇던 시기라 사실 이 소식 또한 그저 그런 헛소문으로 치부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을 감독과 제작자가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내한해 부산국제영화제 본부가 차려진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해 영화화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주었다. 거기다 제작자가 당시 헐리웃의 잘나가는 흥행퀸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한 플리니 포터 였다는 점도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기대를 높여줄 만 했다.
 
여기까지는 헐리웃 한국 현지 촬영만 이슈가 될 뻔했다. 그런데 이때 제작자의 입에서 이 작품에 캐스팅이 유력한 주연급 배우의 이름을 공개하자 기자회견장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주연으로 라이언 필립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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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필립은 90년대 후반, 헐리웃을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으로 이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였다. 지금은 리즈 위더스푼의 전남편으로 더 유명한 편이다. 2004년은 그의 인기도와 입지가 하락하는 추세였기에 그로서는 새로운 전환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이 필요했다.
 
☞관련기사: 라이언 필립, 부산 올로케 영화 출연한다
 
[엑스팩츠]는 소재와 배경 면에서 기존의 헐리웃과 다른 면모를 지닌 작품인 점이 분명했기에 라이언 필립 본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던 작품이었기에 이 영화의 각본에도 탐을 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 외에 남은 기간을 영화에 출연할 한국배우 몰색과 2005년 3월 크랭크인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식을 전한 채 기자회견은 마감되었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리고 [엑스팩츠]에 대한 더 이상의 추가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나 B급 영화 방식으로라도 제작되지 않았나 확인해 봤지만 IMDB에는 동명의 다른 영화 제목들만 나열돼 있을 뿐 부산과 한국에서 촬영되었다는 작품은 없었다. 그 당시 구체적인 제작 발표회를 했던 제작보고였던 만큼 영화가 왜 제작 중단되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사기 또는 제작진 간의 의견 차이로 중단되었다는 소문만 있었다.  
 
제작 유무가 확실치 않은 채 너무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려 했던 한국, 헐리웃 제작사와 부산시의 '설레발'이 이같은 해프닝을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엑스팩츠]의 사례 외에도 여러 헐리웃 제작사와의 합작설을 비롯해, 한국영화사상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 예고했던 작품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실제로 제작까지 가다가 중간에 엎어지는 사례가 속출했던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한국영화의 중흥기에 너무나 많은 제작비가 넘쳐 흐르며 너도나도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구체적인 절차를 간과하면서 발생한 문제들이었다.
 
이제는 모두에게 잊힌 뉴스가 되었지만, 이러한 섣부른 판단이 부른 해프닝과 같은 사례가 준 교훈 덕분에 지금의 헐리웃의 한국 현지 촬영이 무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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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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