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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신들과 왕들] 리뷰: 리블리 스콧의 특별한 [십계]

14.12.0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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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신들과 왕들, 2014]
감독:리들리 스콧
출연: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벤 킹슬리, 아론 폴, 존 터투로
 
줄거리
인간이 신처럼 군림하던 시대, 이집트 왕국에서 형제로 자란 ‘모세스’와 ‘람세스’.생지옥 같은 노예들의 삶에 분노하게 된 ‘모세스’는 스스로 신이라 믿는 제국의 왕 ‘람세스’와 정면으로 맞서게 되고, 결국 자신이 400년간 억압받던 노예들을 이끌 운명임을 깨닫게 된 ‘모세스’는 자유를
찾기 위해 이집트 탈출을 결심하는데…
 
리들리 스콧에게 있어 성서 속 '모세 이야기'는 꼭 영화화하고 싶었던 소재 중 하나로 알려졌다. 성서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담고 있는 만큼 그 비중과 상징성이 너무 커 영화 [십계]를 비롯한 수많은 기독교 철학 기반의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야기다. 그만큼 이 작품에 쏟을 감독의 정성은 남다를 것이다.
 
하지만 [엑소더스:신들과 왕들](이하:엑소더스)을 보고 난후 앞으로 감독들이 이와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할것 같다. 그 뜻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될까? 결론적으로 [엑소더스]는 후자의 시점이 강한 작품이다. 좋게 보자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영화지만, 어떻게 본다면 너무 많은 야심이 담겨있다는 뜻이다.
 
[엑소더스]를 쉽게 정의할수있는 세개의 키워드 내에서 이 영화에 대해 나누어 보도록 하겠다.
 
☞관련기사: 30분 미리 본 [엑소더스:신들과 왕들] '우선' 기대해도 좋다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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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작품에는 매우 흥미로운 공통점이 존재한다.
 
대표작인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프로메테우스] 등을 열거해 본다면, 창조자와 피조물 간의 관계가 얽힌 종교적 의미가 담긴 주제를 찾아볼 수 있다. 피조물들은 레플리컨트(복제인간)와 코모두스 황제처럼 자신의 창조자인 아버지들을 죽이고 그들의 몸을 통해 태어나며, 창조자 또한 피조물들을 파괴하려 한다. 이러한 공통적 세계관을 통해 정의되는 주제와 상징은 작품마다 다르게 정의된다. [엑소더스]는 그러한 리들리 스콧의 심오한 철학과 질문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영화는 히브리 인들의 '노예 생활 400년'에 대한 언급과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문구로 시작한다. 히타이트와 전쟁을 지휘하는 이집트의 두 왕자 람세스(조엘 에저튼)와 모세스(크리스찬 베일) 형제는 전쟁 전 관례대로 이집트 신의 신탁을 받게 된다. 결과는 앞으로 형제에 일어날 일에 대한 운명을 언급하지만, 주인공 모세스는 예언과 신탁은 믿지 않는 '현실주의자'다. 전쟁터에서 예언서 언급된 상황이 발생하지만, 그는 이것마저 대수롭지 않게 무시한다. 그러나 숨겨졌던 출생의 비밀과 이후 전개되는 예정과 같은 운명을 접하게 되면서 신을 만나게 된다.
 
이렇듯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현실주의적 시각을 지닌 인간이 신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밟는다.
 
모세스의 이야기를 담은 [십계] [이집트 왕자]에서 신은 떨기나무에 환한 빛과 불을 내며 이야기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묘사되 신비감을 더해준다. 반면 [엑소더스]는 그러한 모호한 상징성을 걷어내고 신을 인간 아이로 형상화한다.(또는 신의 대리인) 이는 무신론자인 모세스와 같은 평범한 인간에게 두려움을 덜어주려는 신의 배려를 뜻하는 동시에 역대 신을 주제로 한 영화와 차별된 길을 간다. 신은 인간 아이의 모습으로 모세스에게 앞으로의 일을 예언하면서 그와 동등한 관계로 의논하고 논쟁한다. 이는 그동안 위압적이면서 두려움과 신비의 대상인 창조주의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엑소더스]의 신은 이성적 이면서 냉철한 모세스 보다 보다 더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인간적인 면을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그의 도전과 당돌한 행동을 순수히 받아내며 알 수 없는 미소와 모호한 말로 둘러 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계획이자 인간에 대한 사랑을 뜻하며 보이지 않는 위엄을 상징한다.
 
리들리 스콧의 세계관에서 본다면, 그동안 대립하던 창조주와 피조물은 더 이상 대립하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동반자로 그려진 셈이다. 그 동반자는 전지전능한 위력으로 인간을 돕지만 어쩔때는 인간 스스로가 해결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결국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운명이자 지금의 현실에 관한 의미일 것이다.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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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주제가 아무리 좋다 한들 그것을 흥미롭게 풀이할 수 있는 방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다.
 
우선 [엑소더스]는 스케일과 시각 효과적인 측면에서 역대 '모세스'의 이야기를 다룬 타 작품들과 차원이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초반부 등장하는 히타이트와 이집트의 전투신은 [벤허] [브레이브 하트] [글래디에이터]를 결합한 스펙터클하면서도 긴박한 전투를 연상시킨다. [에이리언]이 폐쇄된 우주선에서의 공포를, [글래디에이터]가 검투 액션을 통한 박력 있는 액션을 볼거리로 강조했다면, [엑소더스]는 큰 스케일을 배경으로 전차를 통한 긴박한 액션과 웅장미를 강조하는 식이다. 영화의 가장 압권으로 그려질 10대 재앙과 대미를 장식한 홍해 장면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웅장한 시각효과는 과장이 아닌 현실적인 관점에서 상세하게 표현되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스케일의 위압감을 체감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엑소더스]는 [인터스텔라]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맥스 열풍의 또 다른 주자로 나설지도 모른다.
 
이처럼 역대급 스케일과 의미깊은 주제를 결합한 장점을 지녔지만, 안타깝게도 [엑소더스]를 받쳐 주어야 할 핵심적인 이야기 전개는 부실하면서도 평범하다.
 
전자서 소개한 신과 인간의 관계를 풀이하는 방식은 흥미롭지만, 모세스가 히브리인들의 지도자가 되는 과정과 형제 람세스와 대립하게 되는 부분은 이상하리만큼 카타르시스와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1956년 작품 [십계]가 장장 221분의 러닝타임을 통해 모세스의 이야기를 다루었듯이 이 웅장한 이야기를 다루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때문에, 드림웍스의 1998년 작품 [이집트 왕자]는 모세스와 람세스 형제의 대립에 중점을 맞춰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엑소더스] 또한 마음만 먹었다면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를 만들 수 있었다.
 
모세스의 검술, 재능이 언급된 만큼 그를 통한 영웅화를 통한 멋있는 드라마가 탄생되었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역부족이었다. 주제를 강조하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상세하면서도 핵심적인 이야기(인물 관계와 같은)는 생략되고 드라마는 미완성이 된다. 그로 인해 신의 계시를 받은 모세스와 대립하는 람세스의 캐릭터는 불분명하게 그려지고, 벤 킹슬리, 아론 폴, 시고니 위버의 캐릭터는 아무 의미없이 단순화 된다. [엑소더스]가 일부 해외 평단으로부터 캐스팅 낭비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단점을 노출한 문제는 여기에 해당된다. 주연급을 제외한 조연급 캐릭터들의 역할 부제와 단순화 그리고 극적인 효과가 배제된 이야기 전개 탓에 흐름상 중반 정도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흥미 요소도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야기적인 관점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내리는 것이 좋다.
 

*종교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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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영화에 가장 큰 기대와 관심을 두고있는 관객들은 크리스찬 관객들일 것이다.
 
[노아]가 기존의 성서와 전혀 다른 부가적 이야기와 인물, 상황을 도입해 전혀 다른 주제와 결말을 완성해 종교적 관점에서 거센 비난을 당했던 것을 떠올려 봤을 때, [엑소더스]는 그보다 더 심하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창작이라 한들 성서 속의 본바탕이 된 이야기를 왜곡하지 않았고, 예정된 전개와 인물 관계를 이어나가는 대신 주제관과 신에 관한 표현에서 변화를 줘 약간의 논란의 소지가 있을듯싶다. 하지만 그 논란은 조금은 발전적인 측면에서 논의될 수도 있다. 마지막 예정된 결말(?)을 '열린 결말'의 형식으로 남겨두었던 듯이 감독 스스로 자신의 주관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요인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크리스찬 관객들은 [십계] [벤허] 처럼 성서속의 인물과 사건이 배우들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웅장한 시각효과로 그려 내기를 희망하겠지만 [엑소더스]는 무수한 생각과 질문을 대신 전해주는 영화며 그것을 즐기게 해줄 것이다.

전형화된 영웅물, 카타르시스가 담긴 웅장한 대서사시 그리고 기존 종교적 의미가 강조된 작품을 기대했다면 아쉬운 작품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실, 언론 시사회전 '30분 공개 행사'에도 그러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 덕분에 [엑소더스]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재미와 가치를 발견한다.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는 재주를 지닌 리들리 스콧의 영화답게 [엑소더스]는 우리가 알던 성서와 같은 전형화된 이야기를 새롭게 볼수있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스콧 감독의 전작 [킹덤 오브 헤븐]이 장시간의 감독판을 통해 재평가 받았듯이 이 영화 또한 그러한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관객과 감독이 원하는 완벽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에는 영화속 신의 말씀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때로는 미완성의 아쉬움 속에서 미덕을 발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P.S: 영화의 마지막 자막으로 리들리 스콧은 얼마 전 별세한 자신의 동생 故 토니 스콧을 언급한다. 어쩌면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수많은 생각이 [엑소더스]에도 묻어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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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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