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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리뷰: 시도는 좋았던 패션 사극(★★☆)

14.12.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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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2014]
감독: 이원석
출연: 한석규, 고수, 유연석, 박신혜
 
줄거리
30년 동안 왕실의 옷을 지어온 상의원의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은 이제 6개월만 채우면 곧 양반이 된다. 어느 날 왕의 면복을 손보던 왕비(박신혜)와 그녀의 시종들은 실수로 면복을 불태우게 된다. 궐 밖에서 옷 잘 짓기로 소문난 이공진(고수)은 급하게 옷 짓는 사람이 필요했던 왕비의 청으로 입궐하여 하루 만에 완벽하게 왕의 옷을 지어 올린다. 돌석은 처음에는 기생들의 옷이나 만드는 천한 사내라고 생각하며 공진을 무시하나 자신을 곧잘 따르는 공진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그의 천재성에 묘한 질투심도 느낀다. 왕(유연석)과 왕비를 사로잡은 공진의 옷들은 조선 전체의 유행을 일으키는 한 편, 청나라 사신을 위한 대형 진연을 앞두고 모두들 자신의 운명을 바꿀 최고의 옷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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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생소한 '상의원'의 세계를 보여주며, 철저한 고증으로 이루어질 전통 사극 영화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세련된 편집, 화려한 영상미, 전통 한복에서 보기 힘든 아름다운 의상, 현대적 말투를 쓰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신개념 퓨전 사극을 표방한다. [상의원]은 '조선판 [패션왕]'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화려한 영상미와 의상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현대적 패션 감각을 더 해 한복에 대한 재구성과 '옷'에 대한 철학을 내세우는 방식도 흥미롭다.
 
[상의원]은 역사적 고증과 한복의 가치관에 대한 정의를 넘어서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나가기 위해 [아마데우스]식 '갈등 구조'를 빌려온다. 일반 서민의 신분을 벗어나 왕의 총애를 입은 어침장이 되어 양반으로의 신분 상승을 눈앞에 둔 조돌석은 어렸을 때부터 피땀 흘려 노력한 바느질 실력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선 전형적인 '노력파' 이자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 가치관을 지닌 '살리에리'식 천재다. 반면, 이공진은 전형적인 옷의 틀을 벗어나 '실용성'과 '화려함'을 추구하는 패션 리더이자 날 때부터 천부적 재능을 자랑하는 '모차르트'식 천재다. 하찮게 여긴 이공진의 옷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궁궐에까지 들어오게 되면서 조돌석은 자신의 위치에 위험을 느끼고 그를 시기하지만, 공진의 재능과 작품을 '총애'하며 그와의 친분을 유지하려 한다.
 
이처럼 [상의원]의 기본 전개를 이어나가게 하는 중심 소재는 '질투'에 있다. 공진에 대한 위협을 느끼다가 한편으로는 그를 존경하는 돌석은 결정적 순간에 '질투'의 심리를 극대화 하게 된다. 이는 가장 큰 사건의 발단을 지닌 왕에게도 나타나 있다. 겉으로만 강한 왕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 모습은 어렸을 때부터 형으로부터 받은 모멸감 때문에 '열등감'을 않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그리고 호시탐탐 왕비의 자리를 노리는 후궁 소의(이유비)의 '권력욕' 또한 질투에서 시작된다. 화려함이 가득할 것 같았던 '상의원'과 '궁궐'의 내면에는 겉과 다른 추악함이 잔재된 곳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중심인물들의 어두운 내면을 화려한 의상과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아마데우스]가 이러한 '평범한' 살리에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천재'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진행했던 것과 달리 [상의원]은 이 두 주인공을 사극에서 주로 다루는 '왕실 암투극'의 중심으로 이동시킨다. 이 때문에 돌석과 공진의 관계에서 진행되던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며 왕과 왕비 그리고 후궁 캐릭터가 전면으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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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영화의 긴장감을 살리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결과는 미미했다.
 
암투극을 내세우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로 인해 중심 캐릭터와 드라마가 분산되는 역효과를 나았다. 형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왕의 내면을 세세하게 다루는 설정 탓에 영화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옷에 대한 이야기는 암투극에 의해 잊혀지게 된다. 초반부터 관심 있게 진행된 돌석과 공진의 갈등도 흥미를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이 영화의 중심 이야기가 '옷'에 관한 내용인지, 질투에 관한 내용인지, 암투 영화였는지 애매한 결론만 남기게 된다. 한석규와 유연석의 사극 연기가 어느 정도 안전했던 것과 달리 박신혜에게는 조금은 무리였다. 고수는 열의를 다했지만, 사극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대담한 주인공의 '전형적인' 모습만 보여줘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해 극의 흥미를 높여주지 못했다.
 
한복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화려함을 부각한 영상미와 의상이 훌륭했던 만큼 시각적인 부분과 두 천재 조선 디자이너를 연기한 한석규와 고수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며 관람할 것을 권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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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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