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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리뷰: 재능 낭비하는 도둑들의 이야기 (★★)

14.12.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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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 2014]
감독: 김홍선
출연: 김우빈, 김영철, 고창석, 이현우, 조윤희
 
줄거리
뛰어난 두뇌의 금고털이이자 작전의 설계는 물론 모든 위조에 능한 멀티플레이어 지혁(김우빈), 절친한 형이자 인력 조달 전문 바람잡이 구인(고창석)과 함께 어떤 보안 시스템도 순식간에 뚫어버리는 업계 최연소 해커 종배(이현우)와 손잡고 기막힌 솜씨로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보
석상을 털며 순식간에 업계에 이름을 날린다. 이들을 눈 여겨 본 재계의 검은 손 조사장(김영철)은 자신이 벌일 큰 판에 지혁 일당을 끌어들인다. 조사장이 설계한 작전은 동북아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인천 세관에 숨겨진 고위층의 검은 돈 1,500억과 관련된 작업을 제안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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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들]이 지향하는 '케이퍼 무비'는 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즉, 도둑들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를 말한다.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그리고 [압구정 스캔들] [신의 한수] 같은 영화들이 이 범위내에 속한 영화들인 만큼 '케이퍼 무비'는 한국 영화에서 흔한 소재의 장르 영화가 된 지 오래며 저마다 공통적인구석들을 지니고 있다.
 
후발주자 격인 [기술자들] 또한 소재와 설정만 봤을 때 기존의 한국형 케이퍼 무비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이 작품에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면 큰 오산. 그렇다면, 이러한 단점을 이겨내기 위해 [기술자들]은 영화만의 독특한 특성과 개성을 강조 할수 밖에 없다. 기존의 케이퍼 무비와 다른 특화된 액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개성적인 캐릭터, 인물 대립 등 이야기는 새롭지 못하더라도 외형적인 스타일만 좋으면 관객들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술자들]은 대립 관계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
 
경찰은 조사장 이라는 재계의 검은 손과 대치 중 이다. 조사장은 경찰들을 따돌리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인공 지혁 일당을 자신의 '도구'로 끌어들이게 된다. 조사장에게는 잔인무도한 이실장(임주환)과 그의 부하들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협력 관계로 손을 잡은 조사장과 지혁 이지만 이들은 언제든지 대립하고, 배신할 수 있는 관계이며 경찰과도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대립적인 '삼각관계' 속에 예상치 못한 이야기 전개와 반전을 추가한다면 영화는 매우 긴장감 넘치고 흥미로운 케이퍼 무비가 될수 있다. 새롭지 않더라도 재미있기만 하면 되고, 그다음 부족한 부분은 배우들이 채우면 무난한 영화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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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하지만, [기술자들]은 이러한 좋은 '설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우선, 이들이 벌이는 범죄가 기본적으로 '절도'를 지향하고 있지만, 흥미 있게 봐야 할 '초점'의 대상이 없어 어디에 재미를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범죄 영화에 있어 이 점은 매루 중요하다. 그것이 작품의 주제이자 철학이자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범죄의 재구성]이 '사기'를, [타짜]가 '화투'의 묘미를, [도둑들]이 '배신'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 다르게 [기술자들]은 금고문 열기, 해킹, 폭파, 침투 등등의 요소들을 종합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꼬집어 말할 수 없다. 물론, 주인공 지혁의 금고문 열기가 '초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부각하며 다루지도 않아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외에 요소들은 그저 종합적인 범죄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영화의 장점이 될 수 있었던 대립 관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전개도 아쉽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배신이 난무하는 장르의 특성상 등장인물들 모두 서로마다 꿍꿍이를 지니고 있다. 이점을 부각해 '반전'과 같은 전개를 실시간으로 이어가고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가면 재미있었겠지만, 영화는 이러한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너무나 뻔한 꿍꿍이는 쉽게 들키고, 등장인물들의 계획이 너무 쉽게 무산되면서 이야기는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전개되며 긴장감은 떨어진다. 이러한 부분이 후반부 반전을 위한 설정이었다 한 들 그러한 반전을 위한 복선도 약해 큰 감흥을 불러오지 못한다.
 
오히려 [기술자들]의 각본이 신경 쓴 부분은 흔하고 흔한 출생의 비밀, 빈약한 로맨스, 뜬금없는 인물, 웃기지 않은 조연들과 같은 무의미한 설정들이며 이는 흥미진진 해야할 케이퍼 무비의 시간만 낭비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이후 전개되는 액션, 범죄 방식, 이야기 전개는 너무 진부하다. 
 
가장 큰 문제는 극을 이끌어야 할 메인 캐릭터들이 너무 심각할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하고 매력적이지 않다. 주인공 지혁은 '도시남' 이미지에 천부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냥' 잘 난 남자이며 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매력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이 배역을 연기한 김우빈의 연기와 카리스마는 아직 장편 영화를 혼자 이끌어 가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시종일관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만 유지하고 액션 연기도 활발하지 못해 극의 긴장감을 스스로 구성하지 못했다. 이는 이현우, 조윤희 또한 마찬가지로 존재감이 너무 없다 생각될 정도로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다.
 
결론적으로 [기술자들]은 너무나 진부하고 흔한 '케이퍼 무비'다. 새로운 장점이나 특화된 부분에 대해 기대감을 버리고 기존의 범죄영화의 특성에 맞추어 가볍게 감상하거나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보다 기존의 면모에 맞추어 감상하는 것을 권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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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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