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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캐처] 리뷰: 집념의 연출과 미친 연기력이 만들어낸 희대의 걸작(★★★★)

15.01.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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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캐처,2014]
감독:베넷 밀러
출연:채닝 테이텀, 스티브 카렐, 마크 러팔로,시에나 밀러
 
줄거리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금메달리스트이자 국민적 영웅인 친형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의 후광에 가려 변변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미국 굴지 재벌가의 상속인인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는 자신의 레슬링팀, ‘폭스캐처’에 합류해 달라
고 제안한다. 선수로서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한 마크는 생애 처음으로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폭스캐처 팀에 합류하고 존 듀폰을 코치이자 아버지처럼 따르며 훈련에 매진한다. 하지만 기이한 성격을 지닌 존의 예측불가능한 행동으로 둘 사이에는 점차 균열이 생기고 존이 마크의 형인 데이브를 폭스캐처의 코치로 새롭게 초청하면서 세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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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집념의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폭스캐처]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영화의 '강렬함'을 오랜만에 느끼게 한다.
 
살인범을 만나 소설을 완성하려는 작가 [카포티],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고집스럽게 주장한 남자 [머니볼], [폭스캐처]는 앞서 전작을 연출한 베넷 밀러 감독의 성향이 모두 투입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레슬러, 그의 멘토이자 지도자가 되고 싶었던 남자, 그리고 그들이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룬 '영웅'. 배넷 밀러는 끔찍한 비극 실화인 '존 듀폰 케이스'에서 이 세 인물이 지닌 깊은 내면속 상처를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갖고 있었던 욕망, 집착을 이야기한다.
 
134분의 러닝타임은 영화 속 세 인물의 내면과 심리상태와 같은 민감한 요소까지 모두 담아내려 한다. 그때문인지 [폭스캐처]는 옴니버스가 아니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런 작품을 보는듯한 인상을 준다.
 
사건이 일어나기 한참 전, 마크 슐츠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당에 올라와 청중을 향해 강연하고, 허기진 듯 음식을 먹는 일상적인 모습을 담았지만, 그의 표정에는 걱정, 긴장 그리고 초조함이 느껴진 듯한 모습이다. 이어서 그가 운동복을 갈아입고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형과 레슬링 대련을 하는 장면을 통해 그가 왜 그렇게 초조했는지 설명한다. 마크는 자신 스스로가 형 데이브에 의해 가려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그것은 모두 형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한 열등감에 빠져 자제력을 상실한 마크는 노련한 형의 기술 앞에 제압당한 채 거친 숨만 몰아쉰다.
 
[폭스캐처]의 레슬링은 영화의 중심인물인 마크와 데이브의 심리를 표현하는 대목이다. 거칠고 치열한 레슬링이 실감 나게 표현되고 인물들이 흘리는 땀과 충돌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들이 강하고 천천히 움직일 때 자연히 인물들의 내면이 형상화된다. 상대를 향해 분노가 담긴 힘을 사용하는 마크의 레슬링은 형에 대한 강박관념을, 데이브의 노련한 기술은 프로다운 여유, 지도자의 자세 그리고 동생을 향한 형의 애정을 의미한다. 레슬링 장면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예술이자 언제 폭발할지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다.
 
한편의 행위 예술같은 드라마는 존 듀폰이라는 인물이 들어오면서부터 전혀 다른 심리극으로 이어지게 된다.
 
군수, 조류학등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진 듀폰은 평소 레슬링이라는 스포츠에도 남모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분야에서도 그렇듯 그는 레슬링을 통해 존경받는 리더이자 멘토가 되려 했다. 그의 이상은 자립하고 싶었던 마크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존 듀폰이 코치인 '폭스캐처'팀에 합류하게 된다. 듀폰과 마크는 처음에는 서로를 신뢰했다. 듀폰은 아낌없이 마크를 지원했고, 마크는 그의 이상과 신념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존 듀폰의 욕망과 행동을 발견하면서 부터 이야기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예측 불허의 싸이코 심리극으로 이어지게 된다. 자신의 지식, 재산, 집념으로 레슬러들의 멘토가 될 수 있다 생각하는 그는 스스로를 위대하다 생각하고 모두가 그를 떠받기 원하는 과대망상을 지닌 독재자의 전형이다.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은 집착, 누군가를 지배하는 지도자가 되려는 욕망, 자신의 것을 얻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은 픽션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한 악역의 이야기를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싸이코]의 '마더 컴플렉스'에 사로잡힌 노먼 베이츠, '슈퍼맨'의 영원한 라이벌 렉스 루터의 모습을 합친 것과 같다. 결국, 그는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다. 마크의 강박관념인 형 데이브를 '폭스캐처'로 불러들인 것이다. 데이브가 오면 모든 것이 이루어 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세 인물의 운명을 파국으로 치닫는 지름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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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 대한 강박관념과 듀폰의 배신에 실망한 마크,  '폭스캐처'의 정신적 지주 자리를 데이브에게 뺏기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 듀폰, 그리고 동생 마크를 다시 재기시키려는 데이브, '여우 사냥'을 뜻하는 '폭스 캐처'의 의미처럼 이 셋은 서로를 '사냥감'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사냥꾼'들 이었기에 절대로 한 공간에 있으면 안되는 사이였다. 이후 영화는 이 세 인물이 충돌하는 장면을 통해 비극을 향한 드라마를 긴장감 있게 전개한다.
 
베넷 밀러의 집요한 연출력은 세 배우의 연기가 조화를 이뤄 강렬한 앙상블을 이룬다. 특히 스티브 카렐의 소름 돋는 내면 연기는 코미디 전문 배우에 각인된 그의 이미지를 전혀 생각지 못하게 한다. 채닝 테이텀은 분노, 슬픔의 감정을 레슬링과 내면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표현했으며 시종일관 조용한 연기를 펼친 마크 러팔로는 극단적인 인간상을 연기하는 두 사람 사이를 조율하는 중재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극 중 서로를 증오하는 관계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완벽한 팀워크를 선보였다.
 
[폭스캐처]는 스포츠 영웅을 죽인 악마 재벌가의 살인으로 알려진 이야기를 여러 인간 군상의 심리극으로 풀어낸 놀라운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순수한 '이상'이 '욕망'으로 변질 되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그린 실화극이란 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경종을 울리게 한다. 왜 그들이 그러한 비극을 맞이해야 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지만, 영화는 이 모든 것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통해 풀어낸다. 정확하지 않은 동기지만 그런데도 공감이 가는 이유는 우리 모두 저들과 같은 열등감을 않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열등감에 빠진 슬픈 인간, 외로운 악인 그리고 의도치 않게 그들의 꿈을 꺾어 버린 영웅… 여러분은 어떤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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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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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린나래미디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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