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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리뷰:유쾌한 2시간 '킹스맨'을 능가하는 그녀의 출현(★★★☆)

15.05.11 10:32

 
 
[스파이,2015]
감독:폴 페이그
출연:멜리사 맥카시,제이슨 스타뎀,주드 로,로즈 번
 
줄거리
현장 요원들의 임무 수행을 돕는 CIA의 내근 요원 수잔 쿠퍼(멜리사 맥카시). 외모, 임무 수행 등 완벽한 최고의 요원 브래들리 파인(주드 로)의 파트너로 임무를 수행을 하던 중, 핵무기 밀거래를 추진하는 마피아들에게 CIA 현장 요원들의 신분이 모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피
아들이 모르는 내근 요원 수잔은 CIA의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핵무기의 밀거래를 막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다. 그러나, 그녀를 못 믿는 ‘자칭’ 최고의 요원 릭 포드(제이슨 스타뎀)가 그녀와 별개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그녀의 미션은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진중함, 다양한 주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보다는 하나의 방향에 심혈을 기울이는 장르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때로는 이러한 하나의 방향에 집중된 장르물이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는 유용한 오락거리로 남겨져 월메이드 영화 못지않은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기 마련이다. 시원한 쾌감을 전해주는 액션,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호러, 애틋함을 전해주는 로맨스 그리고 무조건 웃기는데 작정한 코미디물이 바로 그 대표적인 장르물의 예시다.
 
[스파이]는 그 후자인 코미디의 위치에서 모든 장점과 요소를 집중시켜 오로지 웃기겠다는데 목적을 둔 장르물이다.
 
미리 말하자면 [스파이]는 문화,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될 수 있는 영화다. 영어 문화권의 성향에 가까운 코미디인 탓에 정서적인 취향을 이해 못 하거나 관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한다면 이 영화의 유머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정신없는 대사와 컬트적인 장면들이 많은 탓에 이야기와 상황을 바탕으로 완성되는 코미디를 지향했다며 조금은 난잡한 영화로 볼 수도 있다.
 
다행히 [스파이]의 예고편을 보여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이같은 문제들이 장점적인 요소들로 비칠 것이다. 미드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영어 문화권 작품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국내에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알려진 지금이기에, 이러한 정서에 적응된 젊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매우 재미있는 코미디물로 여겨질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스파이]는 첩보 영화의 틀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첩보물 특유의 치밀함, 긴장감이 밑도는 상황을 연출하기 보다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이하:킹스맨) 처럼 첩보물의 전통적인 정서와 요소들을 비틀고 풍자한다. [스파이]는 이러한 틀에 다양한 유머를 적재적소로 적절하게 배치하며 첩보물과 유머의 합을 이뤄낸다.
 
 
대표적인 유머는 주연인 멜리사 맥카시를 필두로 한 말장난 유머다. 애드리브를 비롯한 욕설을 비롯해 촌철살인과 같은 속사포 대사들이 정신없이 쏟아지며 온갖 허풍을 비롯한 다양한 농담들의 향연이 영화 대사의 반을 차지할 정도다.
이 정신없는 대사가 끊기지 않고 지속해서 이어지는 대목은 의외의 쾌감을 불러온다. 위험천만하면서도 다소 B급 적인 화장실 유머를 비롯해 신체적 특징을 이용한 슬랩스틱 코미디의 향연도 이 말장난 유머와 절묘한 조합을 이루게 된다.
 
첩보물이 지니고 있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비틀며 완성된 유머도 인상적이다. 첩보원을 돕는 내근 요원의 비애, 첩보 세계의 대표적인 소재인 비밀 무기와 신분증을 우스꽝스럽게 꾸민 설정, 첩보 영화의 전통적인 남성 중심적인 마초 캐릭터들을 비튼 장면, 첩보 세계의 로맨스를 비트는 시도는 [킹스맨] 못지않은 첩보물 풍자로 완성돼 [스파이]의 코미디를 더욱 풍부하게 꾸며준다.
 
주드 로, 로즈 번과 같은 외형적인 매력 지닌 배우들이 알아서 망가져 주는 장면들도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중에 압권은 제이슨 스타뎀의 출연분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장기인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기 보다는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과대망상 허풍 첩보원' 캐릭터를 선보이며 멜리사 맥카시의 거친 입담과 조화를 이루는 장면은 액션 뿐만 아니라 입담에서도 한 재주 하는 스타임을 보여준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코미디의 향연속에 첩보물 특유의 기본적인 틀과 거칠고 박력있는 액션도 하나의 볼 거리다.
 
이러한 설정들이 영화를 난잡하게 볼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었지만, 첩보물 비틀기와 풍자 영화 특유의 정서라는 점에서 볼 때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진 시도였다. 무엇보다 주인공 수잔이 지닌 캐릭터적인 성향을 잘 이해한다면 [스파이]의 유머는 단순한 애드리브와 웃음 유발이 아닌 치밀하게 준비된 설정임을 알 수 있다.
 
[킹스맨]이 루저남의 인생역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지향하는 통쾌한 이야기를 지향했다면, [스파이]는 '루저녀'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스파이]의 수잔은 [킹스맨]의 에그시와 다른 루저 케이스를 갖고 있다. 에그시가 선천적으로 밑바닥 인생을 산 캐릭터였다면, 수잔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던 '숨겨진 원석'이다. 영화의 주를 이루는 욕설, 자기 비하, 슬랩스틱 코미디는 그녀의 억눌렸던 울분을 상징하며, 그녀가 거친 입담과 화끈한 액션을 선보이는 대목은 통쾌하게 그려진다. 난잡해 보일 수 있었던 이 유머는 수잔의 성격, 내면과 일치되며 어우러진 유머로 완성된다.
 
물론, [스파이]는 이러한 과정을 고리타분한 드라마나 정서적인 설정으로 그려내려 하지 않고 이를 유머의 일부로 만드는 데 집중해 무겁지 않은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단순하고 재미있지만 그 속에는 폴 페이그 감독의 절묘하게 계산된 연출력의 묘미가 담겨져 있어 영화만의 숨은 매력을 드러낸다.
 
[스파이]는 5월 2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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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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