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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집] 리뷰: 평점을 무의미하게 만든 집념의 '괴작' ★★☆

15.08.10 20:42



[무서운 집, 2015]
감독:양병간
출연:구윤희,양병간

줄거리
사진작가 부부는 새로 장만한 4층 집에 스튜디오를 꾸미고 이벤트에 사용할 마네킹들을 조립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남편이 출장을 가게 되어 큰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내. 새 집에서의 생활을 기대하며 한껏 기분이 들뜬 아내는 노래를 부르며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즐거움도 잠시, 자신의 눈 앞으로 다가와 쳐다보는 마네킹의 모습에 놀라 도망치지만 이사 준비로 예민해진 탓에 헛것을 보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넘겨버린다.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괴이한 소리와 자신을 따라다니기라도 하는 듯 쉬지 않고 나타나는 정체 불명의 형체들이 아내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는데…



연출 과정에서부터 '열약함' 그 자체였던 [무서운 집]은 홍보에서도 열약했다. 평범한 저예산 예술 영화들도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언론시사회 조차 없었을 정도로 극장 개봉조차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문제적 예고편이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계기도 언론이 아닌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이었다. 언론사들의 입장에서도 이 영화 예고편은 너무나 황당해 기사화하기 민망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미 최악이 예정된 작품이라 해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티나는 연기와 연출력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의도가 정말 궁금했다. 정말로 이 모든 것은 일부러 의도한 것이었을까? 그런데도 [무서운 집]을 직접 마주하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영화가 진짜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진짜 못 만든 결과물 때문에 괜한 시간 낭비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감은 극장안을 빼곡하게 채운 관객들의 참여를 보면서 자연히 불식되었다. SNS와 온라인을 통해 이미 예고편을 접한 관객들은 이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를 미리 직감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그렇게 완성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치 애초부터 못 만든 영화의 탄생을 기다렸듯이 말이다. 그러한 그들의 반응에 불안감은 자연히 기대감이 되었다. 

[무서운 집]은 '어설픔'의 미학을 추구하며 영화를 보는 모든 이가 그러한 감정을 느끼도록 의도한 작품이었다. 그것도 너무 '뻔뻔하게' 일부러 모든 장면을 어설프게 촬영하고 연출한 뒤 마지막 결과물인 편집과정에서조차 온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 만약 이것이 몇억, 몇십 억의 제작비를 든 영화가 완성한 결과물이라면 엄청난 비난을 당하겠지만, [무서운 집]은 총제작비 몇십만원도 들지 않은 '초 저예산 영화'였기에 이러한 방식을 '의도'로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영화의 배경을 보며 '디테일'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집은 누가봐도 빈 공간을 활용한 것이라는 것을 절로 느끼게 하며, 주인공의 일관성 없는 행동, 국어책을 읽듯이 또박또박 말하는 문어체적인 대사, 어설픈 연기, 초점을 잃은 촬영, 편집조차 시도하지 않는 답답한 롱테이크 신은 모든 것이 의도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관객에게 '실소'에 가까운 웃음을 유도하게 되고, 그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았다. 상영 내내 객석은 티나는 어설픈 시도에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으며, 다음에 나올 어설픈 장면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관객들이 이 영화의 어설픔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것이 너무나 순수했기 때문이다. 어설픔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영화의 면모를 그대로 따라하려는 모습은 프로를 따라 하려는 아마추어의 모습을 보는듯했다. 이를 통해 그려진 '연기'와 '연출'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고 있다.


그 때문에 [무서운 집]이 초점을 맞춘 부분은 공포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바로 구윤희가 연기한 홀로 남겨진 아내 캐릭터로 [무서운 집]은 한국사회와 영화계에 소외된 주부 캐릭터를 재조명하려 한 것이었다. 홀로 식사하는 장면과 취침, 볼일을 보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잡아내 일상에서 주부들이 느끼고 있을 심리와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컬트에 가깝게 과장된 판타지로 완성된 귀신과 맞닥 뜨리는 부분은 주부 캐릭터의 새로운 재발견 이었다. 이 부분은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순수하고 한국적인 [이블데드]를 보는 느낌이었다. 어설프지만 이상하리만큼 신선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무서운 집]의 분위기와 성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처럼 어설픔의 향연을 통해 신선한 웃음과 오묘한 정서를 전해주고 있는 [무서운 집]이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철저히 객관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의도라 한들 냉정하게 보자면 어설픈 결과물은 어설픈 것으로 봐야 한다. 이를 긍정과 부정으로 판단하는 범위는 개개인의 편차에 의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무서운 집]의 이러한 시도는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어설픔이 주는 특별한 묘미는 평점으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의 그 이상의 신선함을 갖고 있다. 평가를 하기 보다는 잠시나마 영화만의 특별한 분위기와 개성에 감정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감정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IPTV나 VOD 보다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였다고 본다. 혹시나 이 영화를 볼 의사가 있다면 '용감하게' 극장에서 관람할 것을 권한다.

양병간 감독은 영화 상영 후 관객과 가진 대화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웃고 즐거워 했다면, 의도대로 성공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내 영화를 보고 관객들도 '나도 저 정도면 만들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라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어설펐지만 21년 만의 복귀작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한 노 감독의 진심만큼은 의미가 있었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무서운 집]은 현재 극장가와 IPTV, VOD를 통해 절찬리 상영 중이다. 

-[무서운 집] 상영관-

조이 앤 시네마 -신사점(8월 11일)
조이 앤 시네마 -당진점(미정)
미로스페이스 -(8월 13일 부터 1주간 상영 예정)
대구 오오극장 (8월 13일, 14일, 15일 상영 예정)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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