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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벨리에] 리뷰: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프랑스 버전의 [빌리 엘리어트] ★★★☆

15.08.26 16:42



[미라클 벨리에, 2014]
감독: 에릭 라티고 
출연: 루안 에머라, 까랭 비야, 프랑수아 다미앙, 에릭 엘모스니노 

줄거리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폴라는 파리 전학생 가브리엘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가 있는 합창부에 가입한다. 그런데 한 번도 소리 내어 노래한 적 없었던 폴라의 천재적 재능을 엿본 선생님은 파리에 있는 합창학교 오디션을 제안하고 가브리엘과의 듀엣 공연의 기회까지 찾아온다. 하지만 들을 수 없는 가족과 세상을 이어주는 역할로 바쁜 폴라는 자신이 갑작스럽게 떠나면 가족들에게 찾아올 혼란을 걱정한다. 게다가 늘 사랑을 줬던 엄마의 속내를 알게 되면서 폴라는 급기야 오디션을 포기하게 되는데…



[미라클 벨리에]는 실제 청각장애 가정에서 자란 프랑스 작가 베로니크 폴랑의 베스트셀러 에세이 도서 '수화,소리, 사랑해!베로니크의 CODA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원작이 청각장애 가정의 생생한 일상, 갈등을 현실적으로 이야기 햇듯이 [미라클 벨리에]는 청각장애 부모와 일반인 자녀의 삶과 일상을 보다 체감적으로 담아내려 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무겁게 담아내려 하기보다는 유쾌한 가족 코미디 영화를 기반으로 훈훈한 분위기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여주인공 폴라는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 남동생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다. 폴라는 부모와 남동생을 세상과 연결해 주는 입과 귀와 같은 존재다. 부모가 완성한 치즈를 시장에 판매하거나 이웃들과 소통할 때 '통역'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그런 폴라를 필요로 하며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지만, 사춘기 소녀인 폴라는 그러한 가족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장애인 부모와 일반인 자녀의 이러한 유기적 관계는 [미라클 벨리에]의 특별한 가족적 정서를 완성하는 중요한 설정이 된다. 서로의 입과 귀와 같은 존재인 폴라 가족은 한 몸, 한 팀과도 같기에 이들은 여타의 영화속 가족들과 달리 가장 정감 있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가족들은 함께 웃고, 슬퍼하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설정과 분위기가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는 장애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일반인 자녀의 고민과 일반인 자녀를 둔 청각 장애 가족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춘기 딸이 자신들을 떠날까 봐 걱정하는 가족과 가족으로 인해 제한된 활동에 얷매여 있는 딸의 고민이 갈등의 주원인이 되어 [미라클 벨리에]의 에피소드를 구축한다.  
 
영화는 이 에피소드를 가족 영화 특유의 재치있는 유머와 유쾌한 이야기로 구성한다. [미라클 벨리에]의 기반은 유머라 할 정도로 유머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중요한 정서이기도 하다.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성장기의 갈등을 유머로 표현해 공감적인 정서를 불러오려 한 것이다. 

청각 장애를 소재로 한 작품답게 '수화'로 인한 오해 또는 해석이 불러오는 유머가 가장 눈에 띈다. 선거 유세를 하러 온 시장을 향해 수화로 욕을 하자 이를 돌려서 통역하는 폴라의 재치있는 행동, 병원에 따라가 의사에게 부모의 수화 통역을 돕다가 민망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십 대딸의 고충, 거침없는 대사와 성적인 표현을 구사하는 프랑스 십 대들의 모습,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는 수화 장면은 슬랩스틱 유머처럼 보여 청각 장애 가족의 심경을 대변하는 행위 예술로 해석된다. 

여기에 '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즐거울 때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춤추는 폴라 가족의 모습은 [미라클 벨리에]가 그려내는 가족 캐릭터는 여타의 가족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정겨운 정서를 불러온다.



물론 슬픈 감성과 진중한 분위기도 없지 않다. [미라클 벨리에]는 장애에 대한 문제를 직접 드러내거나 공론화하려 하지 않지만, 장애에 대한 내면적인 슬픔과 장애로 인해 발생한 부모 자식간의 내면적인 갈등, 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 인상적인 드라마를 선사한다.

장애 부모들이 정상인 폴라가 태어났을 당시를 떠올리며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는 장면과 폴라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장애 가족의 시선을 표현한 무소음 장면은 이 영화가 그려낸 가장 서글픈 장면 중 하나다. 

노래를 통해 꿈을 발견한 폴라의 장래와 가족의 미래를 놓고 갈등하는 대목은 혼란스러운 성장 영화의 전형성과 다르지 않다.

그 점에서 볼 때 [미라클 벨리에]는 영국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닮았다.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는 엄마의 죽음 이후 '애정'이 사라진 답답한 집안에서 자라나다 우연히 접하게 된 발레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꿈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빌리와 폴라는 부모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을 체감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사랑했던 빌리가 아버지 앞에서 꿈에 대한 의지를 증명한 것처럼 폴라 또 한 그러한 기회를 얻게 된다. 그 기회를 얻은 방식은 [빌리 엘리어트]와 다르게 딸의 숨겨진 재능과 꿈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부모의 용기있는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생각만큼 음악 장면이 많지 않았던 [미라클 벨리에]는 영화의 마지막 폴라의 열창 장면을 통해 진한 여운이 담긴 감동의 음악을 선사한다. [빌리 엘리어트]의 발레 장면과 비견되는 장면으로 부모를 향한 폴라의 진심과 사랑이 담긴 메시지이자 그동안의 이야기가 가슴 벅찬 성장기였음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에피소드가 많은 탓에 중후반 산만한 느낌을 불러오며 피로감을 자극하는 대목과 에피소드와 음악 장면의 분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장르적 간극을 불러온 부분은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그럼에도 [미라클 벨리에]는 가족 영화라는 특징에서 볼 때 너무나 사랑스럽고 유쾌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장애를 가졌지만 [미라클 벨라에]가 보여준 가족애는 현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가족상 과도 같았다.   

마지막 폴라의 희망찬 미소처럼 상영관을 나서는 관객들도 주인공의 기분을 느끼며 절로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미라클 벨리에]는 8월 2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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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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