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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리뷰: 감정과잉 상태서 무리하게 산을 오르다★★☆

15.12.1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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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2015]
감독:이석훈
출연:황정민,정우,조성하,김인권,라미란,김원해

줄거리
해발 8,750 미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신의 영역 그곳에 우리 동료가 묻혀있다. 산 아래 하나였고, 또 다른 가족이었던 사람들. 생을 마감한 후배 대원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가슴 뜨거운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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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러 에베레스트로 떠난 엄홍길 대장과 휴먼원정대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히말라야]는 추모가 우선시 되는 것에 핵심을 두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추모를 어떤 방식의 영화로 완성해 하느냐에 있다. '흥행작'으로서 더욱 많은 대중들이 이들을 기억하게 할 것인지, 좋은 작품으로 이들을 기릴지에 있다. 당연히 전자의 의미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작진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방식일 것이다. 

문제는 흥행과 추모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인다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뻔한 수를 보게 된 격이 된다.   

[히말라야]의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한국 휴먼 드라마들이 추구하는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전반부를 유머로 채우고 중후반부터 드라마로 몰입시키는 형식이다. 공식에 얷매여 있다해도 이를 잘 활용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답습에 그쳤다면 이 공식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진부함의 연속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히말라야]는 후자의 '뻔한 수'를 밀고나가는 진부한 작품이다. 슬픔과 감동의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서 이야기의 개연성을 무시한 채 배우들의 과잉된 감정연기에 초점을 맞춘
무리수를 두려 한다. 

주연인 정우, 김인권, 황정민은 즉흥연기로 개성적인 유머를 통해 휴먼 드라마를 완성하는 재능을 가진 배우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이상하리만큼 산악인이 지닌 정서를 대변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인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아무리 배우들이 산악인을 연기하고 산을 타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를 한다해도 그 모습에서 [히말라야]가 지닌 특별한 정서와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면 이들이 영화에서 선보인 연기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이야기의 방향성을 통해 알 수 있다. 영화의 소재인 산은 뒷 배경에 머무르는 수준이며, 오로지 등장인물에 시선을 맞춘 이야기만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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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히말라야]는 사람에 시선을 맞춘 영화다. 하지만 이들이 왜 산에 집착하고 산악인이라는 힘든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들의 시선은 무의미해지기 마련이다. 진부한 이야기와 전개를 밀고 나간다 해도 어떤 소재를 사용하고,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비슷한 소재의 작품인 [에베레스트]와 비교해 본다면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장르적인 시선에서 볼 때 둘은 전혀 다른 작품이지만, 정서와 주제 면에서는 동일한 결론을 유추하게 된다. [에베레스트]는 산에 오르려 한 인간의 도전을 탐욕과 꿈이라는 이중적인 시선으로 다루며 산악인이라는 직업, 에베레스트라는 거대한 산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

산과 인간의 연계를 통해 의미 있는 정서를 내포한 [에베레스트]와 달리[히말라야]는 지나치게 인간의 시선에서만 이야기를 진행하려 한다. 산과 산악인은 배경에 불과하며 이들이 왜 이러한 운명을 선택하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또한 없다.  

오로지 엄홍길과 박무택 이라는 의형제 같은 절친의 우정이 강조될 뿐 산악인인 이들의 숙명은 인상깊게 그려지지 않는다. 사람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휴먼 드라마인 만큼 산에 대한 이들의 애정과 정서가 중요하게 드러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후반부의 과잉된 이들의 슬픔과 눈물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한 영화는 지나친 감정 과잉 상태서 이들에게 무리한 산행을 지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 볼만한 수준의 유머와 드라마를 유지하고 있지만, 추모적인 가치와 배우 황정민의 출연작이라는 기대와 비교해 본다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 생각한다. 정겨운 연기, 유머가 반복되어도 그러한 진심을 간과해 버린 [히말라야]의 드라마는 '특별함' 자체를 찾기 힘들다. 

[히말라야]는 12월 16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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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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