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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윤리학'리뷰] 누가 이들을 '찌질'하게 만들었나?

13.02.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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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윤리학>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욕구적 본능에 충실하며 그것을 위해 추악한 행동을 해도 스스로를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불리할때는 약자로 돌변해 애원하는 '찌질함'의 근원을 갖고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여대생이 룸살롱에서 학비&생활비를 번다.
2.그리고 그 여대생에게는 스폰서가 있다.
3.스폰서는 언제나 대학교수 같은 명망있고 재산많은 사람이다.
 
언제나 사회 분야 뉴스나 다양한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야기들 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린 무디어져버린 이야기 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분야에 대한 가십과 루머에 귀를 기울이고 즐기고는 합니다. 아마도 사람자체가 관음증이라는 증세를 기본으로 갖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본능적일수 밖에 없는건 사실이겠죠?
 
<분노의 윤리학>의 주인공들 아니 '놈'들은 미모의 여대생 주변에서 자신들의 본능을 너무나 충실하게 수행하는 수컷들입니다. 자신의 성욕욕구 본능을 여대생에 쏟는 대학교수 곽병규(곽도원),여대생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스토커 현수(김태훈), 관음증적 본능으로 여대생의 집에 CCTV와 도청장치를 설치한 정훈(이제훈) 그리고 여대생의 빚을 이용해 룸살롱과 그외 업무에 투입 시키는 사채업자 명록(조진웅). 어느날 문제의 여대생이 집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자 이들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엮이게 됩니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지고 여성에게 접근한 남자들이지만 사건이 터지자 이들은 동일한 습성을 발휘하게 됩니다. 바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분노'를 표출하며 서로를 잡아먹으려 합니다.
이 분노의 이유도 서로 다릅니다. 병규는 명성있는 자신을 곤란하게 하려는 음모라 생각하고 스토커 현수는 자신은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들먹이고 명록은 자신의 빚을 이유로 정당성을 내비치고 마지막으로 도청자인 정훈은 "나는 도청만 했지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다"며 자신들이 벌인 악의적 행동들을 정당화 하기에 이릅니다. 사실 이 네명의 주인공들 속된말로 '찌질'함의 유형을 보여주는 캐릭터들 입니다. 이 남자들은 각각 사회-조직에서 그리 활달하지 않은 부류도 있으며 치졸한짓에 권위를 내세우고 추악한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당당하다며 고상한 용어를 남발하고는 합니다. 그러다가 서로들 불리한 입장이 생기면 약자로 돌변해 애원하게 되는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한테 약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니 얼마나 '찌질'한 인간들인지 알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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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는 이 '찌질'함의 기준을 둘로 나누어 구분하게 됩니다. 곽병규 교수 캐릭터를 통해 보여지는 한국 권위사회 속에 숨겨진 추악함을 보여주며 이 캐릭터가 순식간에 망가지고 추락하는 모습을 명밀히 보여주는 대목이 그러합니다. 자신의 명성이 한순간에 떨어지자 자신의 생명줄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떠나고 특혜가 사라짐으로써 이 교수 또한 하류적 이미지가 강한 세명의 캐릭터와 똑같이 망가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죽은 여대생에 대한 자신의 순정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누가 이 캐릭터에 정을 줄까요? 그렇다면 개들의 싸움과 같은 소심한 관음증 인간, 집착남, 지하경제 종사자는 어떤가요? 이들은 스스로의 부끄러운 본능을 정당화 하며 서로들 고결하다며 <저수지의 개들>의 캐릭터 처럼 서로를 겨눕니다. 추악함의 본질을 갖고있다는 것은 제3자인 관객인 우리는 알고 있지만 스스로들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개개인을 볼 때 또 다른 개인인 우리는 과연 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요? 우리또한 스스로들 떳떳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영화는 마지막 까지 어디하나 정상이고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을 조명합니다. 결국 이들이 나이고 내 주변의 인물이라는 걸 영화는 멸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십 신문에서나 볼 수 있던 이야기가 이렇게 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은 왜 일까요? 
 
 
*흥미로운 편집과 설정
여대생 살해 사건이 터지면서 영화는 이들을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 하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렇다고 <라쇼몽>처럼 각자가 목격한 사건의 왜곡된 진실을 파해치는 형식의 추리극이 아닌 순차적 방식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사실 영화의 범인은 초중반부에 이미 밝혀지기 때문에 반전 스릴러를 기대하신 분들은 약간 실망하실 겁니다. 영화가 이야기 하려는건 바로 이 문제의 수컷들이 각자의 난처한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이에따른 인간군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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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방식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절묘하고 시기 적절한 편집덕분인지 네명(또는 다섯명)의 주인공들의 시선을 오고가는 이야기는 지루하지않고 긴장감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의도했던 인간 군상에 대한 메시지 노출에도 성공합니다. 주인공이 바뀌어도 이야기는 여대생 살인사건에만 집중하고 다른데로 새지않아 드라마를 분산시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복잡하지 않게 긴장의 묘미를 타며 스릴러 특유의 재미를 느낄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것은 주인공들의 시점이 바뀌어 이야기가 진행될때 마다 화면은 건물내외벽 안에 숨겨진 전선을 통해 캐릭터들의 얼굴을 머리위 에서 정면으로 잡아주는 방식입니다. 관음증과 욕망에 대한 메시지를 더하면서 도시인들의 추악한 욕망을 조명한다는 점과 서로를 하나의 '선'처럼 엮어주며 동일한 인간들이란 점을 암시하는 의미있는 대목입니다. 비록 몇초간 나오는 단순한 장면이지만 압축된 의미를 내포하며 캐릭터들을 비추는 방식은 상당히 의미있어 보입니다.
 
 
*21세기 <택시드라이버> 캐릭터들?
배우들은 모두 각자의 연기에 충실하게 임합니다. 누구 하나 돋보이려 하기 보다는 각자가 맡은 캐릭터들의 본성을 그대로 나타냅니다. 때로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캐릭터들이 서로 비슷해 심심해 보일수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정당화 시키려는 독특한 인간군상 캐릭터의 면모를 파헤쳐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중 몇몇이 눈에 띄는데 조진웅이 연기하는 조폭 사채업자 명록의 역할이 극의 활발함을 살려주는 유머스런 역할이라 관객들 눈에 가장많이 띄었으리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제훈이 맡은 정훈 캐릭터가 돋보였는데 이 캐릭터는 고전 영화의 캐릭터를 현대화 시킨것 같아 더욱 인상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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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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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드라이버>

70년대 스릴러 <컨버세이션>의 도청 전문가인 주인공은 자신도 도청당하고 있다 생각하며 자신의 주변인을 의심하고 집을 부수기에 이릅니다. 자신의 모든것이 관음증으로 변하는 이 캐릭터는 이 영화속에서도 그려지는듯 보였으나 정훈은 여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은 몰카를 보면서 저녁을 먹고 여자의 목소리를 편집해 자신에게 이야기 하듯이 꾸민 음성을 이어폰으로 듣고있는 이 캐릭터는 도청 캐릭터를 스스로를 세상속에 고립시켜 소외되어가게 만드는 현대 남성으로 승화시켜 더욱 서글퍼 보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그의 분노가 폭발하는 부분은<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니로가 연상됐던 건 그 때문일까요? 그러고 보니 그 영화의 주인공도 스스로의 폭력을 정당화 시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But
어쩔때 영화를 보고 있다가 이제 막 흥미로워 지려는 찰나 너무나 갑작스럽게 마무리 지어 "벌써?"라고 당황하게 만들때가 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가 갑자기 그렇게 끝난거 같아 더없이 아쉬우며 그와동시에 보이지 않았던 단점들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순차적 구조를 따르던 영화였지만 돌이켜 보니 주인공들의 시선을 바꿔 전개하던 영화였던 점을 깨달았을때 영화의 구성과 스토리가 짧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흥미로웠고 긴장감있었던 캐릭터들의 혈전을 구경하는게 이 영화의 전부였던 것입니다. 여러 교훈적인 요소를 남기려 했지만 오히려 냉소로 끝나버리고 맙니다. 인물묘사에 신경쓰다보니 후반부 이야기 전개는 힘이든 구석이 보여서 아쉽습니다. 문소리의 캐릭터가 이 난장판을 정리하는 역할이지만 조금 더 강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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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윤리학>은 충무로에서 좋은 각본으로 소문이 난 작품이라 완성도 면에서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본능과 욕구앞에서 한 없이 강해지다가 불리해지면 약해지는 초라한 현대인들의 막장드라마 라는 관점으로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흥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면모를 보고 본다면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내면속 깊이 잔재한 욕망 덩어리들을 보는것 같은 기분일까요?
 
 
평점: ★★☆ (별넷 만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배급사 배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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