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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다크서티 리뷰] 역사적 사건을 함께 목격하다

13.03.04 11:17

*줄거리
미국 정보부 CIA는 매년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붓지만 타겟인 '오사마 빈 란덴'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때 마침, 정보수집과 분석에 탁월한 감을 가진 CIA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가 작전에 투입되고 그녀는 순수한 열정과 원칙에 따라 작전에 임하지만, 매번 어떤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한다. 어느날, 진전되지 않는 상황 속에 유일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거래를 시도해보지만 그것은 테러리스트들의 함정. 자폭 테러로 인해 가장 친한 동료마저 잃게 된 마야는 극도의 슬픔에 빠지고 설상가상으로 그녀 역시 테러리스트의 제거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라 암살 공격까지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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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임무'가 아닌 '집념'이 되어버린 사건 앞에서 마야는 이 지독한 추적 과정을 끝낼 결정적 단서와 함께 마지막 작전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작전에 대해 상부는 의문을 표시하게 되는데...
 

*테러물+첩보물+다큐멘터리*드라마
<제로다크서티>는 21세기 '문명의 충돌'의 사례를 보여준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해 사살하기 까지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당초 영화의 제작과정에서 실제 CIA가 추적한 1급 기밀을 기초로 했다는 사실에 화제가 되었고 이를 <허트로커>와 같은
선굵은 남성미 같은 연출과 실제처럼 생생하게 연출하는 캐서린 비글로우가 맡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소재 또한 <허트로커>와 같은 軍-전쟁영화 이기에 비슷한 스타일로 그려지기에 충분했다. 영화의 영상,카메라 워크 그리고 캐릭터들의 설정은 <허트로커>의 판박이와 비슷하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일단 이 영화의 소재를 다루는데 있어 캐서린 비글로우는 장르적인 모험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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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제를 벗어나 보자면 이 영화와 비슷한 소재이자 얼마전 개봉한 <코드네임 제로니모>라는 작품이 있다. 같은 빈 라덴 사살 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방식은 콘솔 FPS 게임과 UCC형식을 지향하는 화면구도에 생생한 재미를 지향하면서 빈 라덴을 암살할 특수부대 대원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TV영화로 제작되어 미국인들의 자부심 고취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라 작품성에 대해 그리 크게 논할 대상은 아니다. 특히나 빈라덴 사살을 중점으로 두었는지라 현실과 거리감이 먼 총격,폭파씬이 좀 오버스럽다고 느껴지는것은 그 때문이다.
 
이에비해 캐서린 비글로우의 실험은 어떠한 과장도 의도적인 설정도 없는 관조에 가깝다. CIA요원들의 논란이 된 실제같은 포로 고문과 심문방식과 함께 유럽,중동 지역을 돌며 정보를 수집하는 첩보방식에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실제 테러리스트들의 사진과 설명등 영화적 화면을 빌린 테러 다큐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철저히 사실적인 소재를 전제로 두되 여주인공 마야(제시카 차스테인)의 시선을 통해 영화의 전반을 지켜본다. 그래서 영화가 다소 지루해 보이는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럴때 마다 영화는 적절한 타이밍을 구사해 폭파씬과 반전과 같은 설정상황과 장르별 요소들을 빌려 흥미를 돋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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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이 다큐물에 가깝다면 중반부는 연이어 터지는 폭탄 테러 장면으로 테러물의 공포를 실감나게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제의 테러범들을 추적해 빈라덴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부분은 첩보물에 가깝고 이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빈 라덴의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해 파키스탄 시장에서 통신기술을 이용한 추격씬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첩보 방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더욱 중점으로 두는곳은 역시나 드라마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영화는 얼핏보면 여성답지 않은 선굵은 남성미를 지향하고 있지만 영화 내부에는 섬세한 여성미와 같은 드라마가 잔재하고 있다. <제로다크서티>는 테러전에 한복판에 서있는 CIA요원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때로는 짐승같은 고문을 즐기지만 내면적으로는 피곤한 요원과 세 아이의 엄마이지만 위험을 무릎쓰는 요원 그리고 임무완수를 위해 광기어린 집념으로 테러범을 추적하고 상부와 싸우는 마야의 시선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가깝다.  
 

*But...어렵다.
<제로다크서티>의 유일한 단점은 아이러니 하게도 소재다. 미국이야 빈 라덴에 대한 관심에 자연히 몰입도나 호응도가 좋을수 밖에 없지만 테러에 대해 생소한 우리나라나 일부 국가의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전해주는 정보들은 너무 어렵다. 실제로 영화가 흥미로워 져야 할 부분이 뉴스에서도 보기힘든 중동 테러리스트들의 관계도를 읊으고 앉아 있으니 <미션 임파서블>같은 첩보전을 원하는 일반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는 힘들고 어렵다. 차라리 <허트로커>처럼 주인공의 시선과 심리에 좀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첩보원의 특징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에 근거하고 그에따른 정보를 관객에게 제공해 주는 방식은 조지 클루니와 맷 데이먼이 출연해 CIA와 중동정부의 부패한 거래와 음모를 폭로한 <시리아나>에 가깝다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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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스타들이 출연한 작품이어도 이 영화를 알고있을 관객들도 생소할 테니 영화가 어느정도 그려졌을 지는 알만하다. 게다가 영화의 후반부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하는 부분에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다시 말하자면 <코드네임 제로니모>는 오버를 한 것이고 이 영화는 사실에 근거했다는 점을 밟히는 바이다. 특수부대는 은신처를 최대한 조용하게 급습하는게 장기 이기에 이 부분에서는 긴장감에 유념하고 보기 바란다. 어쨌든 정치,테러,전쟁 지식에 관심있는 고지식한 관객과 밀리터리 매니아 들은 이 영화를 흥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야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녀의 입장에서 지켜보자.
그렇다고 <제로다크서티>는 기억속에 잊혀지기에는 아까운 영화다. 빈 라덴이 워낙 일을 크게 버린 인간인지라 앞으로도 그의 이름은 자주 언급될 것이고 그와 동시에 이 영화는 오랫동안 자주 화자될 것이기에 한번쯤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이 영화를 흥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위에서도 제시했지만 정말 흥미에 가깝게 보려면 여주인공 '마야'에 입장에 동화되어 본다면 재미있지 않을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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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청춘을 이에 받혔고 연애 마저 포기하고 빈 라덴 하나만을 10년 넘게 쫓은 여성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마야'의 집념은 대단 그 이상이다. 전쟁보다 잔인하고 소리소문 없이 당할수 있는 테러전의 한복판에 놓인 그녀는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캐릭터란 점에서 캐서린 비글로우 자신의 아바타 아닌가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그녀의 이 집념어린 시선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희대의 테러리스트 이자 역사적 사건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게 되는 문제의 시신을 확인하는 라스트 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도 힐러리 클린턴 같은 미 정치인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바로 영화의 모든 순간과 작전을 주도했던 집념어린 그녀가 그것을 확인할 따름이다. 누군가는 그의 사망 소식에 환호했지만 그의 시신을 확인하는 미군과 마야의 시선은 오히려 정숙할 뿐이다. 타겟은 제거됐지만 과연 이 모든 것은 끝났을까? 모든 걸 바친 작전이 종료 된 순간 앞으로 마야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울러 이 모든 순간을 함께 지켜본 우리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제로다크서티>는 테러범 사살이란 전제를 통해 국가와 같은 집단, 개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목격한 '우리'를 동시에 투영한 영화 라는 점에서 기억되어 져야 할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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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별 넷 만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배급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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