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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라이징 운영자의 변- 나는 누구인가?

13.03.18 11:58

평소대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저번주 주말 잠시나마 영화 평론가와 기자의 의무와 존재에 대해 짧게나마 고민한 일이 있었다. 바로 포털 메인에도 올라온 한 기사를 읽게 되어서였다.
 

<아카데미상 웃겨? 좀비가 링컨 잡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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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내용은 아카데미 수상작과 작품성이 뛰어난 <링컨>이 <웜 바디스>와 같은 대중적인 작품에게 흥행에서 밀리고 있는 사례를 이야기 하며 '미국적 풍토가 강한 아카데미 수상작이 아무리 헐리웃식 물량공세를 해도 찍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통쾌하다?' 라는 결론을 냈다. 기사를 읽으면서 기자가 쓴 글의 요지가 잠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자는 헐리웃 영화의 물량공세가 맥을 추지 못하는걸 비꼬려는 것일까? 아니면 미국적 풍토가 강한 작품들을 비꼬는 걸까? 그러면서 왜 또다른 물량공세 헐리웃 영화인 <웜 바디스>가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하고 있는 이유를 긍정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 이때 이 글의 첫 문장이 눈에 띄었다.
 

'평론가와 감독들, 자기들만의 리그 위한 고급(?) 영화들은 이 땅에 설 자리가 없다.'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결국 미국적 색깔에 작품성을 추구하는 평론가,영화인들의 극찬 영화보다는 대중취향적 작품이 우선이다 라는 것을 기자분께서 강조하고 싶으신 내용 같았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때로는 평론가와 감독들의 눈이 너무 높아 대중의 취향을 무시해 버리는 것도 비일비재해 예술적 우위 추구라는 착가에 빠진다. 상업성을 무시해 대중에게 잊혀져 버리는 평론가와 예술인들은 어쩌면 자업자득인 셈이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기사의 문제는 저 위의 표현처럼 비꼬는 듯한 표현과 어투가 기사의 전체를 장식해 읽는 내내 불편했으며 이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영화인들과 평론가들이 그동안 추구한 의무와 노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단순히 싸지르고 보는 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의도도 불투명했고 심지어 기자들이 추구해야 할 문제에 대한 대안제시나 공론화도 없었으며 심지어 기자 본인이 칭찬한 <웜 바디스> 내용에 오류를 범하는 글을 개재해 영화를 직접 보고 기사를 쓴건지 의심까지 들었다. 적어도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의도,이해,사실을 우선으로 써야 하는게 기사인 것이다. 결국 기자분도 자신이 비난한 '평론가 감독들'과도 다를바 없는 부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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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웜 바디스>에서 존 말코비치는 좀비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들만의 리그' 이 대목은 필자를 오래 생각하게 만들었다. 과연 이 기자분의 말처럼 대중들은 평론가와 감독들을 자기들만의 리그에 빠진 사람들로 생각할까? 어느 사람이건 '거만하고 고지식해 보인다'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의도치 않게 자기 우위를 보여 거만해져 보일수 밖에 없는게 '평론가'라는 직업이다. 사실 알게 모르게 직접 발로뛰지 않고 말로만 영화계를 평하고 영화를 보고난후 실랄한 문장을 동원해 악평을 해대는 평론가와 기자들이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이 영화를 보게된다면 당신의 눈을 뽑아 버려라!!"라는 20자평은 그 저 관심을 받으려는 자극적인 단어에 불과하다. 이들과 악플러가 무슨 차이겠는가? 그렇다면 평론가에 부류에 속한 우리는 존재의 이유가 무엇이고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필자에게 영감을 준 기자님도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우선 평론가,영화 기자들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시각을 본다면 예술적 우위성에 빠져 대중의 취향을 간과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포털의 평점을 본다면 네티즌과 평론가 평점을 따로분류하고 있는게 그것이다. 그리고 평론가들이 극찬하고 추천하고 있는 영화들은 어떤가? 극찬해서 봤더니 하품만 나왔다 라는게 대부분의 인식일 것이다. 물론 진지하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전문분야 종사자와 대중의 인식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느 사업분야에나 나오는 불문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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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기사를 읽기 전 아침에 영화제작 분야에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의 말도 '대중의 취향'을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면서 자기취향에 빠져 대중과 '영원히' 멀어져 영화판을 떠나는 영화인들을 이야기 하며 작품성과 오락성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해야하는 영화계의 고민을 알수있었다. 이것은 평론가를 비롯한 영화 매거진을 운영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다. 며칠전 폐간을 선언한 '무비위크'를 비롯해 '키노''필름2.0' '로드쇼'같은 영화 매거진 들이 줄줄이 역사속으로 사라진것을 본다면 영화 매거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산업적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대중이 영화라는 매개체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접근할수 있는 컨텐츠를 마련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다른 문제 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보고 평하면서 가치를 평가하고 잊혀지는 작품들을 발굴하는 평론가의 역할은 무시되어야 하는걸까? 결국 이 공통선상에서 움직여야 하는게 우리의 의무이다. 결론적으로 이 시대의 평론가는 '대중을 위한 큐레이터'이자 '가이더'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고있는 영화여도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몰랐던 영화를 재미있게 볼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 하고 이성이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듯이 배우와 영화인들의 매력을 색다른 시선으로 전해줘 대중을 '팬'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여기서는 '데이트 매칭자'와 같은 역할이라고 해야할까? 그러고 보니 진짜 결론은 평론가는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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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또한 '평론가'라 말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나름 이 부류에 속해 있기에 그동안 '무비라이징'을 운영하면서 본인 또한 전자에서 이야기한 '예술적 착각'에 빠져 사이트를 운영했는지 잠시나마 생각했다. 사실 '무비라이징'은 초기에 '대중친화성'(?) 면모가 강한 영화 사이트 였지만 그 정도가 심해 어느순간 연애매체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조금은 자재해야 겠다고 생각해 포커스를 다시 '영화'로 돌렸다. 물론 이 선택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들기는 했다. 인기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다시한번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면서 평론가의 기본적인 역할을 함께 추구할수 있는 사이트로 변모하려는게 우리의 다음 역할이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장미꽃 한송이 한송이를 길가에 가지런히 두며 '당신'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우리의 프로포즈를 미리 예고하는 바이다.
 

P.S: 그래서 난 누구냐고? 글의 결론을 보아하니 '사랑'에 굶주린 인간같다. 물론 이 '사랑'의 의미는 다양하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배급사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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