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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우먼] 리뷰: 아마존 여전사, 위기의 DC 왕국에 희망을 선사하다 ★★★☆

17.05.3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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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우먼, 2017]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로빈 라이트, 데이빗 듈리스, 코니 닐슨

줄거리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 ‘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는 전사로서 훈련을 받던 중 최강 전사로서의 운명을 직감한다. 때마침 섬에 불시착한 조종사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를 통해 인간 세상의 존재와 그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신들이 주신 능력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달은 다이애나는 낙원과 같은 섬을 뛰쳐나와 1차 세계 대전의 지옥 같은 전장 한가운데로 뛰어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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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팬들에게는 린다 카터가 분한 청순 히어로 캐릭터로 익숙한 원더 우먼이 이번 극장판을 통해 엄청난 힘과 카리스마를 지닌 강력한 여전사로 돌아왔다.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갤 가돗이 다시 한번 원더 우먼으로 분했다.  

여성 버전의 [300]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아마존 여전사들의 훈련과 전투장면을 담은 오프닝이 말해 주듯이 [원더 우먼]은 '걸크러쉬'라는 단어를 평범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여전사의 활약과 액션에 큰 비중을 둔 매력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마초로 상징된 군인 남성들을 상대하는 아마존 여전사들과 일당백으로 총과 폭탄을 막아서며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원더 우먼의 액션은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도전 등 다양한 해석으로 정의될 수 있어 상징적인 의미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원더 우먼]은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보다는 여성 히어로 물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한층 높여준 통쾌한 히어로 물 로 정의하는 편이 훨씬 더 어울릴 법하다. 그만큼 '여성 영화'라는 편견적 시각을 제쳐두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의 모든 요인을 충분히 갖추었다.

우선, 슈퍼맨과 배트맨이 등장했던 전작의 작품들과 전혀 다른 밝은 분위기와 쉬운 인물 구도가 기존의 DC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주었다. 자신의 정체성과 잠재력을 모르고 살아온 여성 히어로의 성장을 친숙한 모험 물의 형식으로 담아내면서, 로맨스, 유머, 드라마 등의 장르적 요인을 적절하게 대입해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한다. 남자주인공 트레버와의 아슬아슬한 관계, 현대 문물에 익숙치 못한 다이애나의 엉뚱한 행동, 친근한 개성을 지닌 트레버의 동료들, 고대의 복장과 신화 속 무기로 1차 세계 대전 전장의 한복판을 뛰어드는 다이애나의 액션이 영화만의 독특한 볼거리를 불러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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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액션물의 기준에서 봤을 때, [원더 우먼]은 남녀 간의 위치와 역할을 바꾼 파격적인 작품으로 비칠 수 있지만, 적절한 남녀 캐릭터의 역할 분담을 통해 남녀 간의 유연한 조화와 화합을 강조한다. 

'원더 우먼' 다이애나는 강력한 힘을 자랑하지만, 전쟁의 잔인함과 위협에 금방 분노하고 흥분할 만큼 평정심을 갖고 있지 못한 순진한 히어로다. 그녀의 이러한 분노는 아레스가 유도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지만, 트레버와 그의 동료로 대변되는 남성 전쟁 영웅들의 조언과 그들의 신념을 통해 진정한 히어로의 가치와 성숙함을 배워나가게 된다. 여기에 슈퍼맨의 정체성 고민과 배트맨의 고뇌를 원더 우먼의 개인적 내면으로 표현함으로써 기존 히어로의 가치관과 인간성을 계승하려 한 점도 돋보인다. 결국 [원더 우먼]은 여성 히어로의 활약을 담은 액션 영화인 동시에 자아와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히어로의 성장물인 셈이다. 

전체적으로 모든 출연진이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인 가운데, 강인함 속에 나약함과 여성미를 드러내며 인간적인 공감대를 불러오는 원더 우먼을 매력 있게 연기한 갤 가돗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처럼 [원더 우먼]은 다양한 장르 요인을 기반으로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과 개성을 한층 부각 하며, 캐릭터의 장점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와 흥미를 제공했다. 물론 그러한 특화된 장점이 존재한 만큼 단점 또한 선명하게 드러났다. 

시대가 조금 다르지만, 전개 방식과 인물 구성에 있어 비슷하다는 느낌을 절로 준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퍼스트 어벤저]를 연상시키는 구도가 너무 많았으며, 그로 인해 기존의 히어로 물에서 봐온 익숙한 설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기존 히어로 영화서 사용된 희생의 가치, 모성애, 영웅의 성장과 의도적인 교훈, 심지어 반전 구도가 그대로 이어진 바람에, 이후의 전개 방식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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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전개 방식을 추구하고 있지만, 다이애나가 데미스키라를 떠나 세상으로 나와 전장까지 가는 여정이 지나치게 빨리 연결돼 이야기상의 흐름이 끊긴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과 캐릭터를 더욱 빛내줄 이야기와 에피소드가 부족했다.
 
그동안의 DC 영화가 큰 흥행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려 한 고민의 흔적이 옅보였지만, 독창성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그동안 공개된 DC 히어로 영화 중 안정된 흐름과 무난한 볼거리를 제공해, 앞으로 공개될 DC 히어로 영화 세계에 희망과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만 하다. 

[원더 우먼]은 5월 3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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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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