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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악녀] 김옥빈이 전해주는 호신술 "여자가 남자를 이기는 방법은 말이죠…"

17.06.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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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을 하자면 [악녀]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개봉 후 그녀에게는 '액션 여제' '액션 퀸' 등의 별명이 붙게 될 것이다. 

그녀 스스로도 말도 안 된 불가능한 액션을 현실로 완성한 만큼 무자비하고 위험한 액션을 직접 소화한 그녀에게 절로 경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미 거친 액션 연기를 직접 체험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 거친 연기로 인한 고생담과 습득한 무술을 실전 사용 여부, 그리고 액션에 대한 갈망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갈 데까지 간 '미친' 액션을 선보인 그녀와 유쾌한 일문일답을 나눴다.  
 

-자신의 '악녀' 연기를 본 소감은?

그냥 좋다! (웃음) 현장에서 고생을 너무 많이 했는데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너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러운 느낌도 들었다. (웃음) 아무튼 너무 좋다. 


-옥빈 씨의 연기를 보며 많이 감탄했다. 그런데 중간 중간 마다 액션과 다른 여린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런 것까지 매치하려니 힘들지 않은가?

처음에는 힘들었다. 오프닝 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그다음 여러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아무래도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지금 우리 현실보다 더 현실감이 떨어진 캐릭터들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나와 비슷한 처지의 캐릭터들이 있는지 고전 영화에서부터 미드까지 다 찾아봤다. 시얼샤 로넌이 출연한 [한나]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여리고 순수한 소녀지만, 살인에는 아무런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롱키스 굿나잇]의 여주인공도 친절하고 다정한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총을 들 때는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그것을 보며 숙희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는?

액션 영화라 해서 너무 신이 났다. (웃음)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해 너무 하고 싶었다. 사실 액션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런 상태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할 말을 잃었다. 보고 나서 '이건 미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온갖 무기를 다 쥔 채 찍어내는 건 기본이며, [킬빌] 에도 등장했던 검술 액션은 기본이며, 소복을 입은 채 비녀로 공격하는 장면, 오토바이로 공격을 당하는 장면 등등 이건 아주 난리였다. (웃음) 감독님께 평소 상상하는 액션 판타지를 다 집어넣었냐고 하니 감독님이 그렇다고 하셨다. 한국의 [매드맥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작업을 하겠다고 하니 할 말 다했지. (웃음) 바로 합류하겠다고 말한 뒤 이틀 후 곧바로 액션 스쿨에 들어가 세 달 반 동안 훈련에 임했다. 


-시나리오와 직접 촬영한 장면의 차이는?

시나리오에서 봤을 때와 머릿속에서 봤던 장면이 너무 달랐다. '이게 가능할까?'라는 의심까지 들었는데, 나중에 시뮬레이션한 CG를 직접 보고 나서는, '이건 말이 안 되는 액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위험하고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등장해서 감독님께 "이거 정말 할 수 있는 건가요?" 라고 묻더니, 감독님께서 "할 수 있어!"라고 자신 있게 말씀 하신 게 기가 막혔다. (웃음) 나중에 영화사 실장님이 나에게 "정 감독님은 불가능한 장면을 반드시 현실로 만드시는 분" 이라며 감독님을 믿어도 좋다고 전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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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상영 장면하고 지금 공개된 완성본의 차이는?

오프닝 장면이 더 길었다. 그리고 중상과 숙희의 멜로 라인이 좀 더 길게 설명되었다. 이 부분이 이번 극장판을 통해 대량 삭제되었다. 


-액션의 상황마다 눈빛과 표정의 차이가 달랐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각각 어떤 느낌을 갖고 연기한 것인가?

그 부분이 참 어려웠다.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숙희의 각각 다른 감정까지 표현해야 하니 쉽지가 않았다. 오프닝 장면의 경우에는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가 죽었기에 표정이 말해주듯이 복수심에 불타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액션신은 평생 훈련만 살아온 숙희가 새로운 동료, 상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어울리게 되는 심리에 초점을 두었다. 죽을 각오로 싸웠던 숙희가 살려고 하는 이유는 자신이 낳은 아이 때문이었다. 내가 죽으면 아이가 혼자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야만 한다. 그런 애절한 상황이 더해지면서 액션이 더욱 처절하고 거칠어질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액션은 숙희의 친구이자 동생 같은 동료가 죽어버렸으니 그녀의 슬픔을 표현해야만했다. 마지막은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중상(신하균)에게 본심을 물어보는 비장한 대목이다. 크나큰 상처를 줘 죽여야 하는 중상에게 "정말 나를 사랑했나요?"라고 묻는 장면은 정말 그녀다운 질문이자, 그녀도 가녀린 여자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결혼도 안 하고, 엄마도 아닌데, 모성애 연기는 어떻게 했나?

이제는 30대다. 아이가 있으니 어색하지 않을 대이지 않은가? (웃음) 다만 연기 할 때 내가 아이를 안 낳았기 때문에, 영화 속 모성애에 대한 몰입을 많이 놓치게 되었다. 모니터하면서 이런 모성애의 감정을 놓치면 안 되겠다 생각하며 최대한 집중했다. 


-[박쥐]에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두 번째 칸에 가게 되었다. 어떤 기분이었나?

박찬욱 감독님과 이번에 또 같이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감독님이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것만 달랐다. 멀리서 박 감독님이 잘 키운 딸을 멀리 보낸 것처럼 응원을 해주셨다. (웃음) 칸에 가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감독님과 또 가게 된다니 너무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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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칸에 간 동생(채서진)의 반응은 어땠나?

동생은 이제 막 연기 생활을 시작한 배우다. 사실 이번에 동생을 데려간 이유는 내가 처음 칸에 갔을 때의 기분을 함께 느끼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동생이 이렇게 큰 영화제를 직접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애는 언니를 제쳐두고 혼자 여행 다니고 있더라. (웃음)


-동생과는 선후배 관계를 잘 유지하는 편이라 들었다. 서로에 대한 연기 조언을 나누는 편인가?

배우들에게는 자신만의 고유의 매력이란게 있다. 내가 터득한 연기 방식이라 해도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을 동생 스스로가 잘 배워 나갔으면 한다. 동생이 정말 착하고 순한 천상 여자다. 하지만 외유내강의 성격을 지닌 강한 아이이기에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영화가 개봉하면 '액션퀸' 이라고 부를 것 같다. 그 모든 액션을 다 한 것인가?

우선 안전장치를 충분히 하고 연기했다. 높이 매달려 구르고 다치는 장면은 일상이었다. 매일 파스 붙이고 다치는 게 일상이다. 최초 오프닝에 등장한 1인칭 액션 장면은 내가 연기한 장면이 아니었다. 다른 대역 스턴트 배우께서 직접 연기한 장면을, 내가 유리에 부딪히게 되면서 이어받아 직접 연기했다. 낙법하고 뛰쳐나와 상대에 매달려 공격하는 장면도 대역 없이 전부 다 내가 한 연기이며, 복면을 쓰고 싸운 장면도 내가 직접 다했다. 오토바이신 같은 경우에는 위험한 장면이 있어서 대역과 번갈아 가며 연기했다. 


-조금 엉뚱한 질문이다. 아무래도 이번 영화에서 위험한 액션 연기를 몸소 소화했으니 드리는 질문이다. 이번 영화서 수많은 남자 스턴트맨들을 상대했다. 그렇다면 실전에서 여성이 남성을 이기는 방법은 무엇이라 보는가?

비겁하지만 급소를 공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웃음) 무술유단자 여성이라도 일반 남성을 힘과 무술로 제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영화 액션과 실전은 틀리다. 영화 액션은 동작은 앵글 상에서 멋있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동작은 강하지만 실제로 부딪치는 힘이 약하다. 진짜로 상대를 때리면 안 된다. (웃음) 액션 스쿨 언니 오빠들이 훈련하는 걸 봤는데 대부분 동작은 크고 멋있는데, 상대를 때리지 못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 액션을 갖고 실전을 하면 절대 안 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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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외신 기자들이 던진 질문 중 기억 남는 질문은 무엇이었나?

특이한 자동차 운전장면에 대한 에피소드와 (웃음) 그리고 슈팅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 등을 물어보고, 오토바이 체이싱 장면은 다른 영화서 보기 힘든 장면이라 하면서 어떻게 촬영했는지 물어봤다. 그 장면에 등장한 앵글 자체를 매우 혁신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어떤 감독님은 한국의 액션 영화는 전부 쌔냐고 묻더라. (웃음) 그래서 한국 영화의 액션 장면이 기본적으로 멋있고 쌘데 이번 영화에서 감독님이 일부러 작게 했다고 설명했다. (웃음)


-다양한 무기들을 소화했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무기는?

쌍검을 오랫동안 착용하며 연습했으니 이것을 잘 다루는 것 같다. 그런데 찍으면서 느낀 거는 도끼가 나와 잘 어울린 것 같다 . (웃음) 


-[박쥐][고지전]에 이어 신하균 씨를 다시 만난 소감은?

신하균 선배는 정말 대단한 분이며, 언제나 우러러보는 존재다.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존재지만…(웃음) 어릴 때부터 너무 편안하게 해주셔서 나도 편안하게 대하는 것 같다. 지금은 현장에 있을 때 눈빛만 봐도 교류가 되는듯한 느낌이 있다. 그 점에서 하균 선배는 언제나 믿음이 가는 존재다.  


-성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엉뚱하면서도, 긍정적인 친구다. 함께 촬영하던 두 번째 날, 성준 씨 옷에 뭔가가 묻은 것이다. 그래서 옷 갈아입으라고 했더니, "내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냥 놔두는 거였다. (웃음) 성준 씨의 대사 대부분이 애드립 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를 너무나 재미있게 표현해서 좋았다. 한번은 동시녹음을 진행하시던 음향감독님이 성준 씨의 애드립을 듣고 빵 터져서 NG가 난적 있을 정도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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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면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시는 편인가 보다.

감독님이 액션신만 빼고 모든 것을 배우들게 맡기시는 편이다. 근데 너무 우리를 믿으셔서 감정 연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자기 검열을 해야만 했다. 감독님한테 "저 연기 괜찮았어요?"라고 물으면 수줍은 표정으로 "좋아요" 하셨다. (웃음)


-[악녀]의 로맨스는 다소 전형적이지만, 영화의 분위기상 어두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 주는 장면이자, 남녀의 성적인 위치를 바꿔 놓은 장면인 것 같다. [악녀]의 로맨스는 어떻다고 봐야 할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화려하고 강렬한 액션을 선사한 만큼 멜로 또한 강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웃음) 그런데 우리 영화의 로맨스는 너무 사춘기 소년, 소녀의 이야기처럼 그려졌다. (웃음) 아마도 아까 이야기한 감독님 수줍은 성격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웃음) 


-아기와 함께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케어했나?

나도 아기와 연기하는 게 처음이어서 쉽지 않았다. 다행히 그 친구가 잘 따라왔다. 그리고 아기들은 솔직하다. 함께 있으면서 나에게 장난치고 말 거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가 날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 대신 이 친구가 우는 시간이 나오면 나도 힘들어졌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이 친구를 성준이에게 맡긴다. (웃음) 덕분에 성준이가 고생 좀 했다. 


-어린 아역 배우가 폭력적인 장면을 바로 앞에서 보는 장면은 정서적으로 위험했을 거 같은에 그건 어떻게 한 건가?

내 딸 은혜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가 폭력을 무서워한다. 그런데 은혜의 아버님이 배우 출신 이셨다. 그래서 은혜에게 이 모든 장면들이 다 가짜라고 설명해 주면서 아이에게 당황하지 말라고 진정시켜 주는 거였다. 그랬더니 은혜가 영화 속 폭력 장면을 가짜라고 인식하면서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해 너무 신기했다. 나중에는 모니터까지 하려고 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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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연기를 한 것 같다. 영화적으로 어떤 반응이 나왔으면 하는가?

나는 [악녀] 이후로도 더 많은 여성 액션 캐릭터가 생산되었으면 한다. 촬영하면서 '폼이 나오지 않는다' '어설프다'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랬다면 여배우에 대한 부담감과 편견이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액션 연기를 직접 소화하려 했고, 부상도 안 당하려 했다. 다행히 결과물도 좋았고, 이제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궁금하다. 흥행은 한 200만 명만 넘겼으면 좋겠다. 


-[악녀]의 여러 액션신 중 남녀가 속옷 차림에서 싸우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녀간 성적인 대결을 암시하면서도, 마치 성인들만의 소꿉놀이를 보는 것 같았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날 그 촬영을 한 날, 남자 배우들까지 갑자기 옷을 벗고 나와서 너무 놀랐다. (웃음) 그분들이 옷을 벗고 나올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잠입 임무를 수행하는 설정이어서 우리가 소복을 입은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남자들까지 옷을 벗을 줄이아…(웃음) 너무 민망했지만, 이 장면이 정말 와일드한 액션이 되겠구나라고 생각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영화는 각 액션 장면마다 고유의 스타일을 갖고있는 것 같다. 그 점에서 영화를 본다면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액션을 해보고 싶은가?

이 영화를 위해 받은 훈련 기간이 세달 반이었다. 이 훈련의 결과물을 영화 한 편으로만 소화했다니 아깝게 느껴졌다. 액션의 감을 어느 정도 익혔으니 한 번 더 하고 싶다. [악녀]의 속편을 찍을지는 감독님께 여쭤봐야겠다. (웃음)

[악녀]는 6월 8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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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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