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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리뷰: 사랑스런 슈퍼돼지와 함께 춤을…★★★☆

17.06.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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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2017]
감독: 봉준호
출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줄거리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에게 옥자는 10년 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다.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나타나 갑자기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가고, 할아버지(변희봉)의 만류에도 미자는 무작정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극비리에 옥자를 활용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 옥자를 앞세워 또 다른 작전을 수행하려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까지.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옥자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세상에 맞서, 옥자를 구출하려는 미자의 여정은 더욱 험난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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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화팬의 시선에서 [옥자]를 본다면 그야말로 이색적인 '별난' 작품으로 보일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가 비중 있게 섞인 대사, 강원도 산골과 서울, 뉴욕과 같은 대비되는 장소의 풍경, 유쾌함과 암울함을 오가는 극과 극 배경 묘사, 연극적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캐릭터는 이 영화를 모호한 분위기로 몰고 간다. [옥자]는 전체적인 이야기 구도에서 어드벤처물의 성향을 띠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실 세계를 적나라하게 꿰뚫는 풍자 드라마였다. 

그 점에서 본다면 [옥자]는 대중에게 친숙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와 같은 봉준호표 스릴러 보다는, 그의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와 전작인 [설국열차]를 혼합시킨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귀여운 이야기 같지만, 그 배경에 지닌 여운과 메시지는 섬뜩할 정도로 살벌하게 다가온다. 

[옥자]는 장르 영화에 익숙한 일반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친숙함으로 시작한다. 강원도 산골에서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인간 아이가 뒹구는 장면은 [E.T.]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정서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그야말로 사랑스럽게 다가올 만한 장면이다. 옥자는 돼지의 몸에 하마의 크기를 합친듯한 괴상한 형체를 지니고 있지만, 흰수염고래처럼 아무도 해치지 않는 온순함을 지닌 동시에 인간이 눈치채지 못할 의식까지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인간과 다른 순수한 생명의 근원임을 보여준 동시에 이를 통해 전하게 될 깊이 있는 성찰적 메시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순수함이 가득한 친숙한 자연 드라마로 이어질 것 같았던 영화는 각자의 탐욕과 목적의식에 사로잡힌 외부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흐름을 이어가게 된다. 옥자를 데려가려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의 일원들과 이를 구하려는 미자의 추적이 진행되는 가운데 'A.L.F'(동물해방기구)라는 단체가 끼어들게 되면서, 봉준호 영화의 전매 특허인 장르의 혼합이 절묘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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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추격전 속에 촌철살인 같은 풍자적 유머와 옥자와 각 이해 집단이 충돌하는 거대하면서도 즐거운 난장판이 정겹게 묘사되며 영화만의 흥미를 불러온다. 이 대목에서는 [괴물] [설국열차]를 비롯한 봉준호 영화 전작의 명장면과 [E.T.]와 같은 영감을 준 영화들에 대한 유머러스한 오마주가 섞여 있어 이를 이해하는 영화팬들에게는 재미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친숙함과 유쾌함으로 시작된 [옥자]는 중반부에 들어서는 전형적인 장르물의 전개 대신 적나라하면서도 묵직한 풍자를 향해 나아간다.  '이익'이라는 탐욕에 물든 기업 미란도의 실체와 신념과 목적 사이에 방황하는 'A.L.F'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과 이해집단의 이중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동시에 육식으로 대변되는 근원적인 폭력성에 대해 묻는다.

흥미로운 것은 전작인 [설국열차]처럼 거대 기업에 대한 냉혹한 시선이 [옥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국열차]의 윌포드, [옥자]의 미란도는 자신의 이름을 건 기업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회사와 집단을 이끌어갈 '엔진'(혹은 사람)을 중요시 여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지 엔진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목적을 위해 인간성을 철저히 배제하는 엔진의 정체와 비인간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옥자]는 이러한 인간성 상실과 탐욕에 대한 근원이 어디서 왔는지를 육식 문화와 슈퍼 돼지들에 대한 잔혹한 사육과 도살 장면을 통해 깊이 있게 다루려 한다. 한없이 순수해 보인 옥자가 실험실과 도살장에서 '끔찍한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장면과 돼지고기를 맛보며 즐거워하는 대중들의 모습이 교차적으로 그려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시각적인 잔인함 대신 옥자가 겪는 아픔과 돼지들의 비장한 최후와 집단성을 홀로코스트 학살에 비유함으로써 육식 문화에 대한 반감을 전하는 동시에 근원적인 탐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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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에서 볼 때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풍자가 다소 길고, 불편하게 그려져 오락적 여운의 역동적인 어드벤처물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법한 요소들이 산재되어 있다. 중반부의 설명이 다소 길고, 초반과 후반을 연결해줄 에피소드와 기본 전개가 비교적 짧은 탓에 흥미로운 이야기의 지속성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법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옥자]는 [설국열차]의 연장선 격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특히 대중적인 오락성으로 시작해 무거움이 담긴 마무리로 끝을 맺는 과정은 대중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의 이러한 세계관을 좋아한다면 [옥자]는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으로 다가오겠지만, 다소 노골적인 영화만의 풍자성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작품을 위해 그동안의 작품에서 보기 힘든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 할리우드 스타들의 열연이 [옥자]에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극과 극의 인물을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 틸다 스윈튼은 물론이며,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분장에서부터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변신한 제이크 질렌할을 비롯해 진중한 모습을 전해주는 폴 다노, 릴리 콜린스의 모습은 영화팬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특별한 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이들과 함께 호흡한 안서현, 변희봉, 최우식, 윤제문, 스티븐 연 등의 한국 배우들의 조화도 이질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뤄져 국내 영화팬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극장과 넷플릭스를 통한 동시 상영이란 점에서 작품성과 별개로 많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지만, 결과물은 그와 별개로 충분히 취향에 따라 무난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어느정도 스케일이 있다는 점에서 [옥자]는 극장에서 관람하는 게 더 제격이라 생각되며, 영화의 깊은 인상을 느낀 관객이라면 곧바로 VOD를 통해 그 여운을 다시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옥자]는 6월 29일 극장과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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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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