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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명민 "[하루]가 식상하다고? 맞다! 하지만…"

17.06.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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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궁금증이 있었다. 반복되는 상황을 연기하는 만큼 배우 그 자신도 혼란과 후유증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루]에서 수십번이나 루프를 경험한 김명민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루프 물에 대한 그러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여러 작품서 명연기를 보여준 그 자신도 상황이 반복되는 루프 물은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딸이 여러 번 죽는 장면을 보며 고통속에 살아야 한 '파괴된 사나이'를 연기한 그와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일문일답을 나눴다.  


-완성된 작품과 본인의 연기를 본 소감은?

촬영 당시 현장 편집본도 보지 않고 촬영해서, 이 영화를 처음 본 기자분들과 같은 기분에서 봤다. 개인적으로 괜찮게 잘 나온 것 같다. (웃음) 사실 타임 루프 소재의 작품은 잘 만들면 본전이다. 할리우드 작품은 이 소재를 블록버스터로 다루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럴 수가 없다. 그렇기에 드라마의 내러티브를 살리는데 중점을 둬야 했다. [하루]는 냉정하게 봤을때 식상하게 보일수 있는 작품이지만, 드라마의 틀에서 잘 유지된 작품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90여 분의 러닝타임을 무난하게 소화한 것 같아 좋았다. 감독님도 신인답지 않게 잘 연출하신 것 같아서 두 번째 작품에서 더 잘 할거라 생각한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루프 물 이라는 소재가 작업하기에 조금 어려웠다. 반복되는 감정을 계속해서 표현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금의 편집상 실수가 더해지면 엉망이 되는 게 루프 물의 치명적 단점이다. 그래서 너무 모험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사람이라고 항상 안전한 길로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웃음) 가끔 모험도 해줘야 한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딸이 죽는 루프 씬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서 감정 연기에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

대본에서 봤을 때만 보면 상황만 다를 뿐, 똑같은 일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그래서 같은 장면이어도 이 부분에 배경적인 테마를 줬다. 혼란, 절망, 위기, 긴박감이 담겼다. 준영의 감정이 그냥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지속적으로 절망하고 있지만, 다시 생각하고 머리를 쓴다. 그 인물이 다른 계획을 짜고 생각을 한다는 게 인물 자체에서 보면 쉽지 않은 설정이다. 그 점에서 보면 준영과 나는 너무나 다르다. 실제의 나였다면 엄청 감정적이었을 것이다.  


-위기에 처한 가족을 구하는 가장 역할을 많이 했다. [연가시]는 재앙 속 가족을 구해야 하는 임무이며 [파괴된 사나이]는 유괴된 딸을 구해야 하는 캐릭터다. 

어찌 보면 비슷하다. [연가시] 때도 내 캐릭터가 오지랖이 넓다. (웃음)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을 싫어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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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은 어땠나?

시나리오는 다르다. 내 캐릭터가 인간미가 더 많았다. 유재명 배우가 연기한 강식의 캐릭터는 완전한 악인이다. 완성된 우리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운명의 틀 안에 갇힌 사람들의 드라마로 그려진다. 스릴러지만 가족애를 담은 드라마다. 


-[하루]의 루프 원인과 법칙이 분명하지가 않다.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묘사되었는가?

우리는 이 영화를 판타지로 이해했다. 나중에 사건의 진실이 공개되었을 때, 이 루프는 아빠를 구하기 위한 자식의 판타지인 셈이다. 결국, 아이의 마음속에 빠져든 어른들의 이야기로 보면된다. 


-준영의 과거 원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장 극적인 부성애는 이기심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준영의 상황은 어쩔수 없었다고 본다. 죽어가는 딸을 위해서는 어떤 아버지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준영이 아닌 인간 김명민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것인가?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어떤 부모가 그런 상황서 이성적인 부분을 판단할까? 사실 이러한 루프 적 운명에 대해서 악역인 강식 본인도 매우 괴로웠을 것이다. 모든 게 끝날 거라 생각했지만, 이 또한 반복되니 그 자신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 또한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랄 것이다. 결국 준영이 강식에게 그런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강식도 심적인 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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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의 스릴러를 자주 해서 베스트 드라이버가 된 것 같다. 

내가 원래 그런 쪽에 잘한다. (웃음) [간첩][연가시] 때도 그랬다. 그렇다고 현실에서는 그렇게 운전하지 않는다. (웃음) 


-민철역에 변요한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

요한이와 꼭 이 영화 작업을 하고 싶었다. 민철 역할을 봤을 때 요한이가 생각났고, 제작사에서도 요한이에 대해 물어봤기에 나도 바로 추천했다. 민철 캐릭터가 민첩해야 하고 연기를 잘해야 했다. 타임루프라는 식상한 소재를 막기 위해서는 연기력이 안정된 배우가 필요했다. 민철은 일방통행적인 캐릭터지만 감정조절이 필요한 배우가 해야 역동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요한이가 최고였다. 


-똑같은 상황을 반복해야 해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매 장면들이 그렇지만, 공항에서 무빙워크를 가다가 뛰어서 아이의 사탕을 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위해 100번 뛰었던 것 같다. 한 컷을 열 테이크 간적도 있다. 왜냐하면 보조 출연작들과 수많은 타임적 계산을 해야 했다. 사탕이 목에 걸리기 이전의 위치와 상황을 계산해야 해서 힘들었다. 그래서 타임 루프를 다시는 안 찍으려 한다. (웃음) 계산해야 할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원래 연기하러 갈 때는 놀러 가는 기분에서 했는데, 이건 현장 가서도 모든 사람을 다 계산해야 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미리 찍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야만 하니 정말 힘들었다. 


-박문여고 사거리 씬도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괴롭다. (웃음) 처음부터 정말 빡빡한 스케줄에서 시작했다. 영화처럼 실제 촬영도 반복돼서 해야 했기에 정말 공장에 있는 기분이었다. 촬영할 때 마다 힘들다고 투정을 부릴 때 나오는 이야기가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박문여고 사거리가 남아있어!" 라고 하는 거다. 그늘도 없고 날씨도 더워서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곳이 바다를 개간해서 만든 곳이라 지열도 상당했다. 악명이 대단해서 갔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웃음) 우리의 진짜 하루가 도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웃음) 똑같은 옷과 사람들만 보니 정말 하루가 돈 것 같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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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으로 극한 상황이어서 힘들었을 것이다.

맞다. 오늘, 내일 계속 같은 감정을 가져야 하니 힘들었다. 관객 입장에서도 그 상황을 견뎌야 하는 게 힘들 것이다. 


-다른 루프 영화와 비교해 [하루]만의 장점이 있다면?

나는 타임 루프는 설정과 설명이 다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점에서 [하루]의 시나리오는 완벽했다고 본다. 모든 상황과 설정에 대한 설명이 다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준영, 민철, 강식의 과거가 하나씩 나와서 치밀했다. 그점에서 봤을때 이 영화는 여타의 한국 영화 중 가장 치밀한 루프 물이라 본다. 제작비와 여러 제약이 많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밀고 있어서 좋은 장점이 있다.


-혹시나 연기를 위해 참고한 루프 영화가 있다면?

없다. 그전에 봐온 영화도 있었지만, 되레 답습하지 않으려 했다. 결국, 똑같았지만…(웃음) 그래도 그걸 보신 분들도 우리 [하루]를 보면 기존 루프 물과 다르다라는 걸 느낄 것이다. 


-딸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죽음과 관련한 많은 생각과 변화를 느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은 전혀 안했다. (웃음)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웃음) 하지만 누구나 그런 사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되도록 내가 사는 인생을 즐기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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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외에 다른 관심사는?

사업 쪽에도 관심이 있다. 지인들도 "너가 사기 치면 성공하겠다."라고 했을 정도로 내가 장삿술이 좋다. (웃음) 실제로 젊었을 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떄 아르바이트생이 벌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을 벌어드렸다. 그래서 사장님이 같이 동업 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 (웃음) 내가 언제까지 연기 생활을 할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늘고 짧게 하고 싶다. 사람이 박수칠때 떠나라를 잘 모르지 않은가? 내가 그 시기를 알았으면 한다. 


-그 아르바이트는는 무엇이었나?

스키용품 판매였고, 이태원에서 했다. 그 당시에는 이태원에서 아주 유명했다. 그 당시 사장님이 개밥을 먹으면서 좋은 원단을 구하고 상품까지 만들려 하시던 대단한 분이었다. 나는 영업을 담당했는데, 일명 '삐끼'였다. (웃음)


-그러면 여성 스키용품이 많이 팔렸을 것 같다. (웃음)

그래서 단체복 구매가 많았다. (웃음) 정직원보다 많이 받아서 나중에는 정직원에게 용돈도 줬다. (웃음) 이래뵈도 퇴근할때 모범택시 타고 가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웃음)


-실제 구상 중인 사업 아이템이 있었나?

영화가 계속 안 되고 촬영 중인 영화들도 지속해서 중단되어서 뉴질랜드 이민을 생각했었다. 그곳에서 교민들을 상대로 할 사업을 구상 중이었는데, 그러다 [불멸의 이순신]에 캐스팅되어서 다시 연기 생활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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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이 사업을 하면 매니지먼트를 한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 없나?

지금 하고 있는 게 최선이라 본다. 물론 나도 대형 회사처럼 하고 싶다. 실제로 우리 소속사로 수많은 신인들이 오고 싶다고 하며 지원한다. 하지만 문어발 방식으로 하는 건 싫다. 내가 배우고 내가 운영하는 회사이기에 될 만한 배우를 키우고 싶다. 내가 돌아왔다면 나는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다. 


-다른 배우들은 죽을 때 까지 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것과 다른 것 같다. 

나는 그런 게 싫다. 세월이 변하고 내가 좋아했던 배우가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나한테는 한때 우상이었던 그분들의 현실 안주적인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 또한 대중들에게 어떻게 남아야 할까 그런 고민을 했다. 나는 이순재, 안성기 선배님 같은 좋은 배우로 남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박수칠때 떠나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배우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한때 이런 배우가 있었다는 각인을 해주고 싶다. 


-배우가 현실에 안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내가 원하지 않는 작품을 하게 될 때…돈 때문에 내 개성과 특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작품마다 망가지고 엎어지고 이럴 때가 있다.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내 자신을 망가뜨리려 하지 않았다. 배우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작품에 몰입해 혼신의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게 되면 나태해지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지만 최대한 신념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기작은?

[물괴] 촬영을 진행 중이고 [조선명탐정 3]도 곧 할 예정이다. 영화 [V.I.P]도 8월쯤 개봉할 예정이어서 또 볼 것 같다. [조선명탐정]은 이제 보험이자 놀러 가는 작품이다. (웃음) 감독님이 언제 격조 있는 시리즈로 하고 싶다 해서 격조와 유머가 섞인 작품이 될 것 같다. 

[하루]는 6월 15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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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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