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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리뷰: 암흑의 시대…사랑과 신념을 지키려 한 청춘 남녀의 이야기 ★★★

17.06.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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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2017]
감독: 이준익
출연: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지웅

줄거리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된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관심을 돌릴 화젯거리가 필요했던 일본내각은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을 대역사건의 배후로 지목한다.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쓴 역사적인 재판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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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대적인 배경 때문에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풍자적 요소가 강한 유머가 곁들여진 탓에 분위기적인 면에서는 [동주]와는 확연하게 다르지만, 강점기 시대 청춘과 그들의 아픔, 상처와 같은 내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인 측면을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주]가 문학청년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와 송몽규 사이의 관계, 내적 갈등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청춘의 아픔을 담았다면, [박열]의 주인공들은 그와 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급진적으로 보일수 있는 사회주의 사상을 신봉하며, 폭탄을 직접 제조해 과감한 도발을 계획하려다 어설픈 실수를 반복하는 과정은 이들의 치기 어린 무모함을 비추는 듯 했다. 

시대의 아픔을 '서시'로 표현한 윤동주와 달리 박열은 '개새끼'라는 시로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민족 반역자를 찾아가 집단 폭력과 같은 울분을 토해낸다. 이처럼 [박열]은 투박할 수도 있는 청춘의 분노를 거침없이 그려내는 투박함의 정서가 강해 [동주]와 같은 분위기와 정서를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이러한 투박하고 어설픈 청춘의 모습 속에 [동주]가 표현한 강점기 시대 청춘의 아픔을 직접적인 감정으로 재해석하려 했다. 방식만 다를 뿐 그들의 시대적 아픔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박열]은 그러한 적극적인 자기표현을 드러내는 청춘들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박열과 같은 감정을 지닌 그의 동료들을 연이어 등장시켜 치기 어려 보인 저항을 용기로 표현하려 한 것이다. 저항의 성공, 실패 의미를 떠나 그들의 용기 있는 희생을 통해 [동주] 때와 다른 역동적인 분위기와 메시지가 전해지게 된다. 여기에 행동적인 실천과 더불어 아픔을 웃음으로 이겨내려는 강점기 시대의 청춘은 현시대의 젊은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그려질 만 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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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러한 설정이 이 영화를 다소 극단적인 독립군 영화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전혀 뜻밖의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영화가 추구하려 한 방향으로 이어가게 된다. 박열에게 과감하게 동거를 제안하는 여주인공 가네코 후미코의 등장이 그것인데, 이로 인해 [박열]은 암울한 시대에 자신들의 신념과 사랑을 지키려 한 진보적 청춘 남녀의 로맨스물로 연결된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로맨스는 그 자체만으로 항일운동의 상징인 동시에 이 영화의 핵심이자 주제관을 담은 메시지가 된다. 애틋한 로맨스가 그려지진 않지만, 서로의 사상과 생각을 존중하며 비극의 길을 함께 가려 한 연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로맨스와 함께 두 사람이 나란히 죽음을 각오하며 시대에 저항하는 방식도 인상 깊게 그려진다. 영화의 대부분이 감옥과 법정을 오가는 만큼 [박열]은 법정 물의 전형을 이어나가는 편이지만, 흥미진진함과 긴장감과 거리가 먼 정서적인 드라마와 블랙 코미디의 장을 완성한다. 박열을 적법하게 심판해 문명 사회의 위엄을 전세계에 보이려 한 일제의 속셈을 활용해 예상 밖의 증언과 신념을 읊어대며 사건을 크게 만들어 시간을 버는 박열의 잔꾀와 이에 초조해하는 일제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영화만의 흥미를 불러온 동시에 비 야만성을 덮으려 한 당시의 일제를 향한 이성적이면서 통쾌한 복수의 의미를 담고있기 때문이다. 

해학적으로 그려진 장면이지만, 박열과 가네코가 검사와의 심문과 법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장면은 무정부주의인 '아나키즘'에 대한 사상을 설명한 진중한 대목이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의 원천인 신념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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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다른 해학적인 요소와 진중함을 적절하게 담아내 [동주]에 이은 의미 있는 강점기 시대의 청춘물을 완성했지만, 영화의 전체적 요소를 꼼꼼하게 바라보는 완성도적인 측면에서는 진한 아쉬움을 가져다준다. 전작인 [동주]가 인물의 시각과 내면에 초점을 맞춰 시대를 이야기했다면, [박열]은 그 시대의 시각을 통해 두 사람을 바라보려 했다. 

의미 면에서는 좋은 시도지만 그로인해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비롯한 일본 정부 인사들의 모습을 유심히 담으려 한 탓에 소박함 속에 깊이 있는 주제를 전하려 하 영화가 다소 큰 스케일의 작품처럼 느껴지게 되는 착시를 불러오게 된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에 그 시대의 상징성을 부과하기 위해 다양한 인물의 반응과 시각을 담으려 한 부분은 이 영화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아나키즘과 항일 운동의 연관성과 각자의 철학과 신념을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부분 또한 정리 없이 중구난방처럼 설명돼 다소 장황하다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이 영화가 정치적 신념과 이념을 설명하는 영화인지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는 영화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 그러한 느낌이 강하게 담긴 영화의 중반부는 그 점에서 아쉽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의미 있게 다가오며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인물에 대한 공감어린 정서를 불러내는 이준익 감독의 진심 어린 연출력과 이제훈을 비롯한 출연진의 안정된 연기력이 기반을 더 해줬기 때문이라 본다. 그 점에서 본다면 [박열]은 지금의 힘든 시기를 맞이한 젊은 청춘 관객에게 더 다가올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박열]은 6월 2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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