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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열] 이제훈, 촬영도중 실신한 아찔한 사연은?

17.06.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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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의 시사회 다음날.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제훈은 영화 속 모습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르며 일제의 억압에 당당하게 맞선 조선인 청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와는 정반대인 단정한 모습으로 본 기자를 맞이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훈의 내면에는 박열이라는 캐릭터의 내면이 아직 온전하게 담겨 있었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함을 유지한 아나키스트 청년이자, 연인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로맨티스트인 박열에 대해 동경심이 강하게 베어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의 연기를 직접 본 소감은?

내가 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보통 작품을 보고 난 이후의 아쉬운 점은 기본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준 것 같다. 박열이라는 캐릭터의 파격적인 언행보다는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집중했으며, 그 점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관찰이 많이 필요했고, 관찰의 결과가 심도있게 잘 표현된 것 같았다. 드라마가 끝나고 곧바로 준비한 작품이기에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고, 영화 또한 큰 예산의 작품이 아니었기에 하루에 찍는 장면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겨질 작품이 될 것 같다.


-박열이란 사람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

사실 난 박열이란 인물의 이름조차도 몰랐다. 그래서 그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우리 시나리오가 90% 가깝게 고증했다해서 유심히 읽었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시절의 책, 가네코 후미코의 자서전과 관련 책들도 읽으면서 많은 것을 탐구했다.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학살한 만행을 겪은 이후로 조선인들에게는 영웅이고, 일본인들에게는 대역 죄인으로 정의하는 영화의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어린 나이지만 그런 기개와 용맹함으로 맞섰다는 게 참 대단해 보였다. 한편으로 그런 대단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이 무겁게 느껴졌다. 


-박열의 무모한 패기이자 용기는 어디서 나왔다고 보는가?

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를 시는 사람들은 자유의지가 있다. 그렇기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평등함을 당연히 느껴야 만 한다. 일제 강점기 시대는 그 점이 거세되었다. 일본의 사상이 주입된 상황이었지만, 박열이란 사람은 그것을 거부했다. 그의 용기는 바로 일제에 대한 증오와 사람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1919년 3.1 운동 당시 고등학생인데 몸소 나서서 항일 운동을 했고, 서울, 문경을 오가며 저항하다, 큰 산에 올라가 태극기까지 꼽은 인물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일제의 심장부 도쿄에 까지 가서 항일운동을 했다. (웃음) 박열을 연구하면서 그러한 독립운동을 한 투사분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평소 그분들을 몰랐다는 점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표현할 때는 숭고한 감정으로 임했다. 


-원래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었나?

원래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번 작품을 통해 깊게 탐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가 있었다. 아직도 역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 영화를 계기로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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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서 오늘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기자간담회에서 했다고 말했다.

그 인물을 연기한 점에 있어서 그 인물의 입장에 도출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작품 덕분에 내 작품을 보는 시각도 달라진 것 같다.


-박열이 가네코의 동거 제안을 서스름없이 받아준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아마 본인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웃음) 이런 진취적인 여성이 등장해 내 시를 보고 동지로서 동거하자는 제안이 굉장히 강렬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남녀 간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강렬한 케미스트리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도 각자의 생각들도 중요하다는걸 느꼈다. 나 역시도 앞으로 어떻게 배우자를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생각이나 이런 부분이 맞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남녀간의 신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배웠다. 가네코 후미코가 심문을 당하는 장면에 있어서 "박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의 생각에 맞기려 한다"는 부분이 굉장히 놀라웠다. 남녀 간의 생각을 뛰어넘은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이준익 감독님께서는 "이 영화를 지독하리만큼 사실적으로 대했다"라고 말씀하셨다. 배우 입장에서는 좀 거 영화적인 부분이 많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그 부분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암살][밀정] 같은 영화들은 굉장히 드라마틱한 독립영화며, 액션에 대한 통쾌함도 지닌 작품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적 드라마틱한 재미 보다는 박열이라는 인물의 이성적인 부분을 우선으로 보여줘야 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당시 일본은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중이었으며, 자신들이 서구화되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대역죄인을 재판으로 처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 박열은 그러한 서구화를 빌미로 야만적 본능을 숨긴 일제에 대항하려는 사람이었다. 그러한 인물의 숭고한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영화적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고 봤다. 


-이준익 감독님이 제훈 씨의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한 것인가?

2, 30대 배우 중 누가 스케줄 되나 이래서? (웃음) 아마 초창기 데뷔작이었던 [파수꾼] [고지전]의 모습을 감독님이 보시고 좋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박열을 생각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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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는 까칠한 성격의 예민한 남자, 영화에서만큼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모습이 진짜 이제훈의 모습에 가깝나? 

그 부분에서는 나 자신도 정의하기 힘들다. 여러 캐릭터가 나의 작은 부분을 극대화 해준 것이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가 나 자신에 가깝다 라기 보다는 그 캐릭터 하나하나를 모았을때의 모습이 나라고 생각한다. 아직 나는 더 보여줄 게 많다. 그런 모습을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 더 보여주고 싶다. 


-'당시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그런 생각을 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예술적인 사람들은 억압적인 부분에 있어서 돌출적인 면을 지닌 사람들이다. 당시 내가 예술가라면, 나 역시도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나름대로 저항했을 것이라 본다. 이준익 감독님의 [왕의남자]에 등장한 광대들의 해학적인 부분처럼, 나 또한 그런 정신으로 맞섰을 거라 본다. 


-한편으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 익살스러운 박열의 모습은 어떻게 봐야 할까? 

보통 그런 혁명가들은 비장함과 진중함으로 맞선다. 그런데 나라면 그런 심문을 하고 압박하는 자리에서라면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처럼 맞설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나 자신도 강하게 부딪쳤을 것이다. 오히려 박열이란 인물은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했다. 비극이 예고된 가운데서도 그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는 게 참 대단해 보였다. 박열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우리 민족의 해학성을 대변한 인물이라 본다. 그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유쾌하게 그려졌다고 본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닌 파격적인 포스터도 화제였다. 아마 강점기 시절 일제에게는 '조커' 처럼 여겨질 기괴한 인물이나 악당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였다. (웃음) 포스터의 익살스런 표정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완성한 것인가?

영화를 촬영하고 난 이후 포스터를 촬영했다. 조선희 작가님이 박열의 뜨거움을 단순히 화남의 표현 보다는 너희들이 해볼테면 해봐 나는 맞설 거야 굴복 안 해 라는 자신감의 감정으로 담으라고 주문하셨다. 그런 통쾌함을 키워야 겠다고 생각해서 나 또한 즐겁게 촬영했다. 총칼 빼서 들이 대봐라 나는 절대 살려달라고 안 하겠다라는 저항적인 마음으로 그 포스터의 표정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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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가 맞았던 것 같다. 요즘 같은 시대에 박열 같은 사람이 필요할 때 아닌가? 

진짜 작년 말부터 우리나라가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지금은 잘 극복하고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그것 역시 권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현실을 직시하고 목소리를 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부분을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일본과 아직 해결 못 한 부분이 있고, 그로인해 고통 받는 분들이 계신다. 그 후손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사명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런 어필이었다고 본다. 


-단식투쟁을 하다 폭행당하는 장면에서 실신했다고 들었다. 어쩌다 그랬나?

진짜 맞았기 때문이다. (웃음) 박열이 단식투쟁하는 장면은 원래 각본에서 단 두 줄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해야 강렬하게 그려질까 고민했다. 아마 실제라면 폭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배우들에게 걱정마시고 나를 때리라고 주문했다.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 모두 긴장했지만,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했다. 인물에 대한 실감나는 표현을 위해 며칠간 진짜 단식을 한 상황이었고 그 상황에서 진짜로 맞다 보니 기절하게 되었다.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야 내가 박열이라는 인물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맞앗을 때 고통스럽지 않았나?

정말 아팠다. 그래서 잠깐 멈출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맞아야 그 감정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냥 맞기로 했다. 몸은 아팠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근데 숙소에 도착했더니 정말 너무 아파서 쓰러졌다. 


-박열의 해방 이후의 이야기도 드라마틱하다. 광복 후 일본에 묻혀 있는 독립 열사들의 유해를 수습해 효창 공원에까지 묻게 한 업적과 6.25 전쟁으로 인해 납북까지 당한 삶도 있었다. 만약 노년의 박열에 대한 연기 제안이 온다면 맡을 의향이 있는지? 만약 하게 된다면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가? 

사실 그 부분을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닌 통일 이후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방된 이후 우리나라의 이야기와 그분의 독립 열사적 업적. 일본에 묻혀 계신 유해를 수습하고 효창공원에 묻히게 한 그 분의 업적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다. 그분의 이후 자료는 좀 더 공부해야 하지만 이 작품을 위해 연기를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가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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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은 22살의 청년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설정인가? (웃음)

(크게 웃으며) 설정이 아니다. 원래 그렇게 생기셨다고 한다. 나도 박열의 실제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어렸었나 라고 놀랬다. (웃음) 가만 이건 내가 할 이야기가 아닌데…(웃음) 


-죽음을 각오하고 법정에 섰을 때 기분이 어땠나?

그러니까…어떻게 재판정에서 그런 거래를 할 수 있을까? (웃음) 일본은 빨리 박열을 재판장에 세워서 심판하고 싶었는데, 박열은 그런 일본을 갖고 놀고, 일본은 결국 그의 모든 요구 조건을 들어주게 된다. 그걸 읽으면서 참 통쾌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것이 당시 모든 조선인들에게 큰 기쁨이지 않았을까? 


-최희서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대중분들 에게는 [동주]에 나온 배우로 친숙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나는 최희서 배우를 독립영화 시절부터 잘 알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되어서 참 좋았다. 아마 대부분 이름 모를 신인 배우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미 이 배우의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봐왔었다. 그래서 내가 잘 도와줘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일본어 연기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영화를 통해 최희서라는 배우가 두각을 나타냈으면 한다. 앞으로 관객분들이 더 관심 있게 그녀를 봐줬으면 한다. 


-근래 한국 영화에는 미완의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추세다. ([광해] [노무현 입니다] 등) 어찌 보면 [박열]도 그런 작품인데, 이런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얼마나 우리가 역사에 대한 배움을 등한시 했는지 부끄럼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세상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왜 나에 대한 뿌리에 대한 관심은 덜했는지 생각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은 분이 그런 역사관에 관해 이야기하고 배웠으면 한다. 그래서 영화라는 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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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의 기준은? 

중학교 시절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어렸을 때 봤던 작품들이 회자가 많이 된다. 내가 찍은 작품이 나중에 2차 콘텐츠로 나온다면 부끄럽지 않게 하자라고 생각하며, 그 기준에서 작품을 선택한다.


-얼마 전 조진웅 배우가 [시그널]의 이재한 같은 선역보다는, 악랄한 악역을 연기했을 때가 더 즐겁다라고 이야기했다. 본인도 그런 파격적인 캐릭터나 악역을 해보고 싶은 의향은 없는가?

당연히 하고 싶다. (웃음) 나 또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내가 보지 못한 부분도 하고 싶다. 특히 악인이라면 더욱 기대된다. 그런 기회가 빨리 왔으면 한다. 나를 보며 사람들이 선하고 예의 바르게 생겼다라고 하는데, 내가 정말 예의 없는 놈이라는걸 보여주고 싶다. (웃음)


-이번 작품은 사실상 이제훈의 첫 단독 주연작과 같은 작품이었다. 그동안 여러 동료와 함께 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번 홀로 서기가 부담되지 않았나? 

작품을 누군가와 같이 했을 때가 더 의지될때가 있다. 하지만 배우는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관객들이 보고 나서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것을 책임감 있게 보여주려 했다. 그 점이 참 막중했다. 무언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신중해졌고, 내 개인의 삶에서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 자유롭고 행동거지에서도 신중해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꼈다. 

 
-심문과정과 법정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던 박열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두려움과 나약함이 보였던 것 같다. 그런 인간미를 지닌 그가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을 거라 보는가?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분명 너무나 외롭고 두려운 싸움이었을 것이다. 그 럴때 일수록 박열은 분명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라고 다짐하며 투쟁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내면속의 나약함이 존재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선택할 때 두려움이 있다. 박열은 그때마다 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심정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불안함과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무언가 도전했을 때 저 친구가 해냈다는 희열을 선사해 주고 싶다. 

[박열]은 6월 28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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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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