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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리뷰: '애국'을 거부하고,'민중의 힘'을 선택한 반일영화 ★★★

17.07.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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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2017]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김수안,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

줄거리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였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해저 1,000 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해야 하는 군함도. 강옥은 어떻게 하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를 다하고, 칠성과 말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한편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의 주요인사 구출 작전을 지시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고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군함도에서 조선인에게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 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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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는 제작 전부터 '양날의 검'을 쥔 상태였다. 소재로 볼 때 큰 스케일의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현대 상업 영화의 지나친 자극요인으로 인식된 진한 민족주의와 감상주의를 봐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요소가 담겨있어야,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한 핵심적인 메시지와 시대적 묘사가 강렬하게 묻어날 수 있기에 어느 정도의 민족적, 감상적 정서는 기반이 되어야 했다. 류승완 감독 또한 제작보고회 당시 이 영화가 그러한 민족주의적 시선으로 보이는 것을 경계하며, 오로지 완성된 결과물로 영화를 평가 해줄 것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군함도]는 류 감독의 그러한 의도를 어느 정도 잘 담아냈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민족과 애국주의의 정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지만, 그러한 요소에 기대려 하지 않은 채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탐욕과 갈등으로 군함도의 문제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나름 신선했다. 또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데뷔 이후 그만의 개성이기도 한 '투박함'이 이 영화의 메인 정서가 되었다는 것도 꽤 의미 있게 다가올 만한 부분이다. 그러한 시도적인 성과가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직설적인 정서로 인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단점과 그로 인한 핵심 이야기의 부재가 너무나 아쉽게 다가온다. 

[군함도]는 스케일과 영상미의 미장센에서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완성한다. 실제 군함도의 크기와 구조적 위치를 기반으로 완성된 세트장의 규모와 상세한 묘사는 [군함도]가 왜 지옥의 섬인지를 체감시켜 준다. 보기만 해도 숨 막히게 만드는 지하 1,000m의 갱도와 그 안에 느껴지는 열기를 상징하는 땀과 피의 묘사는 당시 처절하게 억압당한 조선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준 상징적인 대목이다. 갱도 안의 위험한 작업으로 인해 잔인하게 죽어가는 소년들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직접적인 장면들이 이 영화가 보여줄 외형적 특징을 대표한다. 

이렇듯 장면을 통해 정서를 끌어내는 것은 류승완 감독 특유의 투박함의 묘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재주 중 하나다. 그것이 현대 영화의 특징과 달리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과거, 고전 영화의 영향을 이어받은 '영화 키즈' 였던 그의 전래를 생각해 본다면, [군함도]는 2차 세계대전 수용소를 배경으로 영화들의 영향을 적지않게 이어받은 고전미가 돋보인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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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볼거리를 통한 의미 전달은 현장의 처절함을 제대로 재연한 배우들의 열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캐릭터들 또한 강점기 시대를 대표하는 직접적인 상징적 존재란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황정민과 김수안 부녀는 그 시절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했던 평범한 민초를, 소지섭의 최칠성은 김두한으로 대변된 거리의 주먹이자 협객을, 이정현의 말년은 위안부를 그리고 송중기는 민중을 우선시하는 정의로운 독립군을 상징한다.

모든 배우들이 제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어두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잊지않는 연기로 시종일관 활기찬 분위기를 주도하는 황정민, 김수안의 부녀 연기가 정겹게 다가온다. 각 인물들은 각자의 생존과 탈출이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로 만나게 되고, 영화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대립과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전체적으로 [군함도]에서 벌어지는 민족적 갈등과 연이은 사건, 사고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편이어서 긴박한 흐름을 이어나가는 편이다. 물론 강점기 시대의 작품답게 반일적인 메시지와 그와 관련한 상징적인 장면들이 노골적으로 그려지는 편이지만, 이 부분에 지나치게 편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민족을 배신하려는 친일파 캐릭터와 패전 이후의 자기들의 잇속을 우선으로 챙기려는 일본인 간부들의 모습을 통해 [군함도]의 갈등이 민족 간의 대립이 아닌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만들어낸 비극임을 강조한 점이 대표적이다. 결국, 군함도가 지옥도가 된 것은 힘없는 조선인들을 핍박한 일제의 탐욕이 만든것이며, 후반부 등장하는 원자폭탄의 폭발 장면을 통해 일본인들도 그러한 탐욕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영화의 명장면이자 가장 처절하게 그려진 군함도 탈출과 격돌 장면은 민족 간의 대결보다는 일제로 상징된 권력과 탐욕의 집단에 대항하는 민중들의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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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가 지니고 있는 반일적 메시지와 민족주의적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묘사와 대사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 탓에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영화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선전적인 매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러한 메시지가 간접적인 묘사와 상징으로 드러낼 때 좀 더 영화적인 방식이라고 느끼기 마련이다. 

[군함도]는 그 점에서 노골적인 직접적 메시지를 과도하게 사용한 경향이 있어 정서적 요인으로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지치게 한다. 물론 후반부 촛불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대적 연결고리를 이끌어내 깨어있는 민중의 힘을 상징한 의미 있는 장면처럼, 이러한 상징적인 요소들이 좀 더 많았더라면 [군함도]의 정서적 파급효과는 더 컸을 것이다. 

또 하나의 아쉬운 요인으로 가파른 호흡을 유지하는 이야기의 전개와 편집 방식에 있다. 빠른 전개가 이야기의 흡입력을 높이는 장점이 되지만, [군함도]와 같은 많은 주요 인물과 스케일이 큰 작품에는 어느 정도의 균형을 맞추는 유연한 이야기 흐름이 필요했다. 하지만 영화는 지나치게 너무나 빠른 사건 전개에 치중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정서적 친근감을 높여주는 대목을 놓치게 된다. 

황정민, 김수안 부녀의 드라마만 돋보일 뿐 나머지 주요 인물들의 드라마는 부재한 상태다. [군함도]의 드라마다 처절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것은 주요 인물들의 사연과 정서적 요인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복잡하게 섥힌 인물들의 이야기와 갈등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대목과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연이어 등장시킨 탓에 영화의 핵심 스토리인 탈출이 비중이 적은 점이 아쉽다. 이야기의 분량만큼 너무 많은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 욕심 탓에 뻔해 보이는 민족적인 주제의식만 돋보이게 되었다.

[군함도]는 7월 26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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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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