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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한산성] 김윤석, 아픈 역사를 경험한 그가 이 영화에 희망을 느꼈던 이유는?

17.10.0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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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 흥행 1위를 달성한 [남한산성]. 단연 이 흥행의 일등공신은 주인공 김상헌을 연기한 김윤석이다. 놀랍게도 이번 [남한산성]은 그의 필모중 최초의 사극 연기다. 자연스러울 만큼 그 시대 인물의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현대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남한산성에 갇혀있던 김상헌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승리가 아닌 치욕의 현장에 있었던 만큼 내면적으로는 힘들었을 작업이었지만, 그 역사를 직접 경험해본 김윤석은 오히려 그 시대의 아픔이 지금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 영화의 진정한 메시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기를 본 소감은?

보는 내내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었다. (웃음) 그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몰입하며 봤다. 황동혁 감독이 의도한 대로 영화가 완성된 것 같아 매우 만족한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스펙터클 영화다운 서사적인 방식과 큰 흐름이 없어서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영화가 히어로 물이라면 히어로를 어떻게 부각하고,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보이는 데 집중해야 했다. [남한산성]은 그야말로 패배의 역사인 병자호란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병자호란 하면 삼전도의 굴욕, 인조의 무능함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역사 속의 모든 사람이 그렇게 무능하기만 했을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날쇠, 장수 이시백, 문신 최명길, 김상헌 등 남한산성이라는 성안에 갇혀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던 인간군상들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남한산성]은 그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김윤석에게 있어 이번 전통사극은 처음이다.

맞다. 또 다른 사극인 [전우치]는 판타지 영화였다. 의상 같은 경우도 실제 역사적 고증이 아닌 도사 같은 이상한 복장을 착용해야 했다. 셰익스피어 연극도 여러 번 했으니, 이왕 사극을 하게 된다면, 정통 사극을 해보고 싶었다.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해 남다르게 노력한 게 있다면?

연극연습 때처럼, 오랜만에 대사 연습을 열심히 했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대사가 중요한 영화다.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하게 되면, 어색하듯이 이걸 막상 하다 보면 희한한 리얼리즘이 붙게 된다. 신하가 임금에게 던지는 대사와 천민이 바로 위 신분에게 전하는 대사의 묘미가 정통사극이 지니고 있는 흥미로운 묘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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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감정 변화를 보이며 드라마를 이끄는 역할이다. 신하들과의 대립, 임금을 향한 훈계, 강경한 입장 고수, 백성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등 다양한 감정 변화를 겪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감정신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

아무래도 마지막 대목이 가장 힘들었다. 갓을 쓴 상태에서 임금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임금과 신하는 모두 '인조반정'의 주역들이다. 광해를 폐위시키고 인조를 왕에 올린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김상헌의 입장에서는 항복하며 살고자 하는 신하와 임금의 모습이 너무 어이없어 보인 거다. 광해의 중립외교를 못마땅해하며, 명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한 신념으로 이 정권을 세웠는데, 막상 청이 쳐들어오니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화친을 하자고 한다. 그러니 김상헌은 임금을 향해 훈계를 해야겠다는 식으로 따지려 한 것이다. 실제로 김상헌은 삼전도의 굴욕 이후 왕을 보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점을 생각해서 사표를 던지고 할 말을 하려는 직원의 심경에서 연기를 했다. (웃음) 개인적으로 나는 민초들과 함께 연기를 했을 때가 더 즐거웠다. 답답한 인간들만 보다가, 맥가이버같은 해결사인 서날쇠를 만났으니 너무 좋지 않은가? (웃음) 우리 스스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신분의 구분 없이 지혜를 모으려는 모습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원래 기획단계에서부터 김상헌 역할이었나? 

그렇다. 난 김상헌 아니면 안 한다고 했다. 다행히 병헌이도 최명길이 아니면 안 한다고 말했다. (웃음)


-김상헌의 어떤 점이 좋았나?

드라마틱한 인물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임금과 신하를 향해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담을 사이에 놓고 싸울 때는 조용하지만, 옆집 아저씨가 담을 넘어오면 전쟁이다. (웃음) 화친을 하게 되면 적에게 안 좋은 버릇만 주게 된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역사와 후손을 위해서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한다. 그것이 바로 김상헌의 생각이었으며, 그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김상헌은 병자호란 이후에도 청과의 교류를 반대하는 강경파로 활동한다. 전쟁의 비극과 청의 무서움을 목격했는데도 그가 이렇게 강직한 절개를 지닐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아무래도 집안 내력이지 않을까? (웃음) 김상헌 집안의 이러한 절개를 보여주는 일화가 또 있다. 김상헌의 형은 강화도로 피신 간 왕족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결국 항복하지 않고 자폭을 선택하게 된다. 시신의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상태인데, 김상헌은 형의 시신 일부라도 찾겠다며, 강화도로 가게 된다. 두 형제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지 않은가? (웃음) 그 정도 기질이면 당연히 전쟁 이후에도 청에 대한 반감을 유지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어른의 입장에서 봤을 때, 후손들에게 강한 기백을 지닌 어른과 선조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지 않았을까? 서날쇠라는 천민도 목숨을 걸고 적과 맞섰는데, 나 같은 문신도 저항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훗날 그것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남한산성]의 진짜 메시지는 바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지닌 신념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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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명길과 상헌이 싸우는 장면이 영화 속의 명장면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루와 마지막 이별 장면이 가장 컸다. 마지막 민들레 꽃 이야기를 나누는 그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황동혁 감독과 함께 한 소감은?

너무 좋았다. 미국서 공부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시간관념과 주어진 틀에서 완성하려는 모습이 철저했다. 그래서 이 양반이 살이 없나? (웃음) 몸무게가 50kg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니 리더십이 대단한 것 같다. 


-황감독은 테이크를 짧게 하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그래서 아쉽지 않았나?

그래서 더하자고 했다. (웃음) 황동혁 감독은 우리나라서 컷을 아주 시원하게 외치는 연출자다. (웃음) . 


-김상헌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감독님과 나눈 게 있다면?

김상헌이 남한산성으로 홀로 걸어가는 장면이 있다. 아녀자와 부역자 모두 피신을 갔는데, 굳이 그 사람은 홀로 말을 끌고 성으로 간다. 그 성질이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또 신분을 넘어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도 남다르다. 그런 감정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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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겨울에 했다. 그래서 매우 추웠을 텐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나는 괜찮았는데 박희순 배우는 극 중 장군이다 보니 종일 밖에 있어야만 했다. 게다가 큰 갑옷을 입고 있다. 옷은 따뜻한데 발은 엄청 춥다. 눈밭에서 액션 장면이 많다 보니 넘어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젠을 갖고 촬영했는데 그걸로 인해서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아이젠을 벗고 촬영했다고 한다. 촬영 후에는 또 갑옷으로 인해 땀이 홍건히 젖을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희순 배우가 독감에 걸렸다. 또 영화 속 추위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입김이 잘 나오게 하려고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썼다.


-이 영화는 말의 전쟁이다. 전작보다 대사의 양도 많고, 대사들도 정통 사극 톤이다 보니 신경 쓰인 게 많았을 것 같다. 

난 재미있었다. (웃음) 현대어는 단순하게 일상어로 던지는데 사극 톤의 대사는 논리적으로 들려야 하는 원칙이 있다. 그래서 약간의 거리 두기도 이상한 매력이 있다. 상대를 객관화시켜서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선문답 같지만, 논리가 있는 대사들이어서 재미있었다. 


-당시 시대를 살았다면 최명길과 김상헌 중 어디 편에 들었을 것인가?

난 개인적으로는 남한산성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웃음) 그럼에도 만약 편을 서야 한다면 김상헌 편이다. 아무래도 그를 연기 했으니, 그의 이론에 너무 공감이 간다. 


-나루를 대하는 모습이 마치 실제 딸을 대하는 모습 같았다. 

그 점에서 보면 김상헌은 죄인이다. 나루를 고아로 만든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었으니…그 마음의 빚은 엄청나다. 결국, 나루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그 상태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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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사극 제안이 들어오면 눈여겨 볼 것인가?

정통사극을 해보고 싶었고, 결국 그걸 하게 되었다. 퓨전, 현대적인 사극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작품이라면 매력 있겠지만, 아까 이야기한 것 처럼 히어로를 만들고 로맨틱한 작품을 한다면 힘들것 같다. 아무래도 정통사극에 대한 향에 너무 취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누가 댓글을 썼는데 호날두와 메시가 나온다고 그러더라. 이 영화를 하기 전에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것 같다. 

그렇다. 이런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병헌씨 말고 해일 씨도 있었으니까. 개인적으로 박해일이 연기한 인조가 매우 매력적이었다. 인조의 인간적인 고뇌와 유능한 왕이 되지 못한 비애가 너무나 잘 담겨 있었다. 


-남자 배우분들과 잘 어울려 케미를 이룰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서로 만나 단합을 하는 편인가?

전혀 단합을 안 했다. 남자배우들 말고도 김혜수, 전도연, 박혜수와 같은 여배우들과도 좋은 호흡을 보였다. (웃음) 왜 다들 내가 남자하고만 연기한걸로 알고있지? (웃음) 아무래도 작품에 집중하고 각자의 앙상블을 기대하니 그런 것 같다. 


-다음 개봉예정작은 [1987]이다. 큰 역사의 작품을 연이어 하고 있어서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그것도 유행인 것 같다. 딱 적절하게도 올해가 6.10 민주항쟁 30주년이라고 한다. 거기에 맞춰서 [1987]이 나왔다. 이 영화는 내가 추구하는 작품대로 시나리오가 너무 좋게 나왔다. 역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시나리오가 좋은 것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남한산성]이 전해주는 실질적인 메시지는 무엇이라 보는가?

민들레 꽃이 피고 다시 대장간에 불꽃이 일고 아이들은 뛰어노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실질적인 메시지라 본다. 굴욕의 역사라 해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삶의 한 부분이며, 새로운 삶은 살아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에서 졌지만, 남한산성은 무너지지 않고 아직도 존재한다. 그 산성에서 수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살아갔듯이, 지금의 우리도 어렵지만 절망하지 않고 호흡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김상헌이 산성서 바라보던 보름달이, 우리가 마주한 추석의 보름달로 다가왔듯이 말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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