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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호실] 찌질, 진상, 이기적인 캐릭터마저 귀엽게 만들어 버리는 남자 신하균

17.11.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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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실] 에서 몰락한 자영업자 두식을 연기한 신하균. 이기적인 데다가 요즘 흔히 말하는 '찌질한' 캐릭터의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그의 캐릭터는 밉지 않다. 최근 들어서 악역을 비롯해 다양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하고 있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는 아이 같은 순수함과 해맑은 미소가 담겨있다. 어느덧 40대 초반에 들어섰지만, 자신의 캐릭터의 아이같은 본성을 담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은?

아쉬운 것도 있고, 쑥스러운 부분도 있다. 민망하기도 하고…(웃음)


-어떤 점인 민망?

연기적으로 아쉬운 게 많다. 놓치는 것도 있었고…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 영화의 색깔이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 


-이용승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10분]이 꽤 화제작이었다. 전작이 마음이 들어서 선택하게 된 것인가?

시나리오를 보고 전작인 [10분] 을 봤는데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기대를 하며,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다. 영화에 대해 진중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영화 출연을 승낙하게 되었다. 촬영을 1월에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나이에 비해 내공과 노련함이 돋보이신 분이었다. 우리 영화가 애드립이 많이 나오는 편이어서  거침 없이 할수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용승 감독님이 잘 잡아줬다. 


-[7호실] 은 B급 영화에 대한 재미가 주 포인트인데, 본인도 그렇게 느꼈나?

맞다. 그리고 연극적이었다. 그래서 연극으로 해도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소동극과 연극적 분위기가 너무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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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방 주인 연기가 너무 리얼했다. 평소에도 잘 안 풀리면 욱하는 성격인가?

(웃음) 그렇지 않다. 나는 술 한잔 하며 삭히는 편이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표하지는 않는 편이다. 주인공인 두식은 나와는 다른 성향을 가진 캐릭터라 그를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원래부터 그렇게 설정된 인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었고, 그것이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본다.


-[7호실]이라는 제목의 느낌이 꽤 심오한데 막상 보니 방 하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공간 영화였다. 촬영하면서 시종일관 세트장에서만 촬영해야 해서 답답하지 않았나?

사실 답답했다. 프로덕션 기간도 짧았고 계속 세트에만 있어야 하니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다. 작업하면서 야외 촬영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다. 


-막싸움에 가까운 액션 연기 장면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합을 맞추는 액션은 부상 위협이 적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액션은 서로 엉켜야만 하는 거라, 테이크를 할때마다 힘을 주고 촬영을 해야 했다. 나중에는 주변에 있는 소품도 활용해야 했는데, 오히려 그게 편했다. 다행히 페브리즈 같은 조그마한 소품들만 사용해야 해서 크게 다치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인 도경수 배우와의 만남은 어땠나?

사실 나는 이 친구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연기 잘하는 아이돌이라 들었는데, 첫 만남에서 부터 눈빛이 굉장히 잘 담겨 있는 연기자라는 게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의외로 말이 없어서, 꽤 진중한 친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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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식의 감정 연기를 표현할 때 마다 다양한 표정을 선보인다. 그 모습이 자칫하면 오버 연기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표정 연기를 지을 때 마다 어떤 생각을 했나? 

감독님께서 리얼리티 연기를 주문했다. 우리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지향하지만, 개인기 영화가 아니라 생각했다. 관객이 스크린을 경계로 나를 바라봤을 때 우스꽝스러운 감정을 느꼈으면 했다. 이것을 통해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 절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관객은 그 캐릭터의 다양한 면모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님께서 모니터하시면서 내가 톤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두식은 몰락한 자영업자를 대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이기적인 캐릭터다. 그런데 그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게 그려진 것 같다.

이번 연기를 통해 직접 경험하며 느낀 캐릭터였지만, 한편으로는 주변에서 많이 들어왔던 캐릭터처럼 다가와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치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법한 사람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 모습에 이 영화가 추구하고자 하는 재미를 결합하면 재미있는 캐릭터가 나올 거라 생각했다. 인간의 선과 악을 고르게 지닌 그 모습이 관객들에게 더 큰 공감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7호실] 은 블랙 코미디 장르를 지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웃기기 위해 의도한 장면이 있었다면?

그런 건 없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할 때 마다, 이 장면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중점을 뒀다. 우리 영화의 장르가 좀 애매하다. 그래서 일부러 웃기려고 한 장면은 없었다. 


-실제 여행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가방 안에 무엇을 넣고 연기한 것인가?

처음에는 잡다한 소품을 넣다가, 나중에는 벽돌을 넣었다. (웃음) 그럴듯해 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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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의 길거리를 하면서 찌라시 명함을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신하균의 원래 주 무대가 압구정이었나?

아니다. (웃음) 나는 압구정을 대학 갈 때 처음 갔다. 나는 완전한 강북 사람이다. (웃음) 촬영하면서 이렇게 강남에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건 처음이었다. 요즘 그 거리가 스산하다고 하는데, 빈 상가가 실제로도 많다고 한다. 


-비디오, DVD 방을 가본 적이 있었나?

대학 때 가본 적이 있다. 한창 갔을 때는 홍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물을 보기 위해 갔었다. 사실 그런 방보다는 학교가 명동 쪽에 있어서 극장을 주로 갔었다. 


-영화 속 두식과 인간 신하균의 공통점이나 공감한 게 있다며?

공통점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두식이를 이해하면서 약간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성격은 너무 다르지만, 가끔 보이는 어린 아이 같은 면은 비슷한 건 같다. (웃음) 감독님도 캐스팅 할 때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의 모습을 원하셨다고 한다. 지금도 장난감을 좋아하고 하니 그 모습이 맞는 것 같다.(웃음) 두식이 조금은 비호감 스러운 캐릭터지만, 가끔 보이는 귀여운 모습을 관객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귀엽다고 본다. (웃음)


-많이들 물어봤을 질문일 것이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관객들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그렇게 해서 이 분야의 시장이 좀 더 크게 형성되었으면 한다. 색깔 있는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어서 관객들이 좀 더 다양한 영화를 선택했으면 한다. 내가 원래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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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가 연기한 현재의 청춘 태정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신하균의 20대는 어땠나? 

사실 지금 젊은 친구들에 비해서 행복한 편이었다. 내가 바라던 일을 졸업과 함께 시작했고 바쁘게 20대를 보낼 수 있었다. 지금의 청춘들은 꿈을 갖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세대라고 본다. 아무래도 사회적 여건이 어렵다 보니 희망조차 가지기 어려워 보인다. 그 점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에 비해 우리 세대는 운이 좋았다고 본다. 


-한욱역의 김동영 배우의 연기 모습을 보며, 신하균의 20대 시절을 많이 연상시킨다는 말들이 나왔다.

김동영과 처음 함께했는데, 너무 잘해줘서 깜짝 놀랐다. 섬세한 표현부터, 자칫하면 연변 사투리를 잘못하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 그 친구가 가진 선한 모습과 잘 맞아 떨어져서 우리 영화에 깊은 여운을 남겨 줬던 것 같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친구다. 


-자신의 출연작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아무래도 최근작인 [7호실] 이 가장 애착이 남는다. 그래도 많은 분이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을 많이 기억하며, 그 작품을 내 인생작으로 생각해주고 있다. 독특한 작품이고 그 시대에 나오기 힘든 영화여서 그런 것 같다.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 실제 자신과 가장 닮았던 캐릭터는 무엇이었나?

완전히 닮은 것 없는 것 같다. 만약 나와 비슷하면 절대로 영화 캐릭터로 못 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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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 씨와 싸우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 비하인드가 있다면? 

다행히 둘 다 큰 타격은 없었다. 나머지 액션은 무난했는데, 등에 엎어 싸우는 장면이 쉽지 않았다. 성인 남자가 등에 매달린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와이어를 달아서 내 힘의 부담을 덜어줬다. 시나리오에서는 '로데오 하듯이 싸운다'라고 설정돼 있었는데, 그 정도로 치열하게 담아야만 했다. (웃음) 


-각본에 없는 애드립을 사용한 장면이 있었다면?

명절날 누나 집에 가서, 조카한테 갖고 싶은 걸 물어봤더니, 애가 닌텐도를 이야기하고 내가 제기차기 이야기하는 장면이 애드립 이었다. 그리고 태정이 7호실을 비밀을 알게 된 이후 문제의 상자에 함께 커피콩을 담고, 피자를 먹으면서 던지는 하소연 하는 장면들이 전부 애드립이었다. (웃음)


-욕심내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많다. 그렇다고 어떤 특별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이왕이면 안 해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어떤 작품이 나와 인연을 맺을지 모르니 잘 보려고 한다. 


-작품선택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공감을 하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인물 내가 바라보는 세계관과 사회의 이야기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영화적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보기에 새로워 보인다면 무조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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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영화서 상대 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맞춰왔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거나 추구하는 철학이 있다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연기는 주고받아야 하고 같이 호흡이 잘 맞아야 재미있는 장면들이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을 앙상블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전체 객관적인 연출과도 맞아야 한다. 그런 게 잘 맞아야 완성된 영화가 나오고 그렇게해서 재미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모자란 부분은 상대방을 통해 맞추면 되고, 그것을 통해 상대방의 연기적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사실 현장서 너무 외롭다. 같이 잘하자고 하지만 슛이 들어가면 각자 잘해야 한다. 


-이번 영화를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게 있다면?

정신적으로 힘든 것보다는 육체적으로 힘든 게 많았다. 정신적으로는 한 공간에 다양한 변화를 줘야 해서 힘들었다. 그럴 때 마다 어떤 변화를 줘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극한상화에 놓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해서 힘든 게 있다면?

예전과 다르게 저녁까지 못 찍겠더라…(웃음) 예전에는 오전에 작업하는 걸 힘들어했는데,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저녁 촬영이 매우 졸리고 피곤하다. 오히려 아침에 촬영하는 게 더 좋다. (웃음) 


-최근 신하균의 관심사가 있다면?

장난감, 피규어, 레고 조립에 몰두하고 있다. 가끔 프라모델도 조립한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근래 보기 드문 영화인만큼 즐겁게 봐주세요!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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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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