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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선과 악…그리고 너무 많은 닮은 얼굴을 가진 사나이 [기억의 밤] 김무열

17.12.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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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김무열을 야누스의 얼굴을 지닌 배우라고 말한다. 이번 영화 [기억의 밤]에서 보여준 온순한 외모와 무서운 인상을 지은 모습이 너무나도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극과 극 연기와 함께 너무 많은 닮은꼴 외모도 자연히 화제가 되었다. 옹성우, 션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진중권의 모습까지 닮았다는 우숫개 소리가 나왔을 정도이니, 이쯤 되면 여러 개의 얼굴을 지닌 '인간 김무열'이 궁금해졌다. 여러 캐릭터의 내면부터 외형까지 자유자재로 변하는 이 배우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완성된 결과물을 본 소감은? 

각본만큼 나온 것 같다. 이 작품은 그 어느 때 보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느낌이 컸다. 그 점에서 볼 때 [기억의 밤]은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는 작품이다.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장면과 긴장감이 가득하다. 촬영할 때도 그러한 긴장감이 느껴졌나?

감독님이 계속 설명을 해주셨다. 어떤 부분에서 긴장감을 가져가야 할지 예고해 주셨다.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봤을 때는 정말 긴장감이 느껴졌다. 역시 장항준 감독님은 거장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웃음)


-장항준 감독이 촬영장에서 김무열 배우의 연기를 보며 캐스팅하길 잘했다라고 언급했다는데, 어떤 장면을 보고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

아마 감독님이 이야기하신 장면은 이사를 처음와서 이사온 집을 가족들이 함께 바라보는 장면인 것 같다. 그 얼굴을 보고 좋은 형 같다고 하셨다. 난 그냥 웃기만 했을 뿐인데…(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냥 평범한 얼굴인데…(웃음) 사실 그 외모 때문에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할 때 단점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배우일을 하게 되니 이게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형적인 변화를 주기보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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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저는 연기 장면이 [유주얼 서스펙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지속해서 다리를 저는 연기를 해야 해서 비하인드가 있었을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다리를 저는 정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정말 리얼하게 상체를 흔들 것인가? 아니면 다리만 움직이게 할까? 그 부분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흉하지 않을 정도로만 걷자고 하셨다. (웃음) 우리는 스릴러 영화를 찍고 있으니까…초반에는 다리를 정말 오래 절어야만 했다. 한쪽 다리에는 힘을 주고 다른 다리에만 힘을 줘야 하는 식이었다. 내가 평소 하체 운동을 잘하고 있었는데 다리를 하루만 절었더니 어느 순간 다리가 정말 아팠다. 12시간 이상 다리를 저야 하다 보니 아플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아팠지만, 이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말하면 약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웃음) 다음날 하늘이가 카체이싱 액션 연기를 하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서 우리 둘 다 다리를 절어야만 했다. 나보다는 하늘이가 더 고생이 많았다. 


-지속해서 다리를 절어야 해서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발연기 였으니까. (웃음) 막상 발연기를 하려니 잘 안되더라. (웃음) 그런데 이게 정말 쉽지가 않다. 극 초반 다리를 완벽하게 절어서 단번에 OK 컷을 완성했다. 그때 우리 연기가 너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조감독 쪽에서 다리를 안 절은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여러 번 촬영해야 했다. 겨우 완성했더니, 이번에는 장소 문제 때문에 원래 찍은 장면을 다시 엎고, 다른 장소에 가서 처음부터 액션씬을 찍어야 했다. (웃음) 그러니 나는 이번 영화서 발연기만 줄창했다. (웃음) 


-강하늘 씨가 이번 영화서 매우 독보적인 존재다. 본인이 봐도 그런가?

나는 하늘이를 7, 8년 전에도 너무 착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도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 하늘이 본인이 추구하는 방식이 '착하게 살자' 인 것 같았다. (웃음) 그리고 이 친구는 정말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는데, 평소에도 옛날 음악만 듣고 있다.  낡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몸은 그와 반대로 젊은 친구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 속에서 옛날 사랑 노래를 들으며, 감성에 젖어있는 모습은 평소 하늘이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의 밤]은 하늘이를 위한 작품이었다. 


-[기억의 밤]은 강하늘의 캐릭터를 심리적으로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영화다. 강하늘의 심리를 두렵게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나 즉흥적으로 의도한 게 있다면?

납치되고 나서 돌아왔을 때의 밤에 잠들기 전에 하늘이가 나에게 "형 자?"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형제가 서로 짧은 안부를 전하는 단순한 장면이지만, 얼핏 보면 현실과 비현실이 현장에서 충돌하는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러한 싸늘한 느낌을 우리 두 배우가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대사가 겹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였지만, 동생 입장에서는 형이 낯설게 느껴져야만 했다. 그래서 그 장면을 촬영할 때는 하늘이와의 대화를 아꼈고, 감정적으로 많이 교차하도록 의도했다. 아마 하늘이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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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의미의 애늙은이 이미지는 김무열 배우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당황하고 웃으며) 뭐...그런 편이다. (웃음) 그래도 일상에서는 아이처럼 지내고 싶다. 남자들이 다 그렇지 않나? 20대 때 보다 30대 때가 더 가벼워 진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 먹을수록 더 어려질 것 같다. 정확한 건 하늘이 만큼은 아니다. (크게 웃음) 


-화제가 되었던 샤프심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나?

(직접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하며) 그거 진짜로 샤프심이 눈에 땋을까? 말까? 하는 식으로 진짜 긴장하면서 했다. 스릴러 적인 장면을 부가시키는 장면이자, 유석의 감정이 행동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형에 대한 의심이 관객에게까지 증폭되는 부분이기에 매우 신중하게 찍어야 했다. 진짜 하늘이 눈가 근처에 샤프심을 갖다 대고 했다. 계속 하늘이 눈을 보면서 촬영하니 느껴진 게 '하늘이는 속눈썹도 가늘고 귀엽네' 였다. (웃음) 촬영 끝나고 나서 "너 눈썹도 붙이고 다니니?"라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웃음)


-장항준 감독님이 굉장히 유쾌한 분이시다. 배우분들도 사이가 좋아서 현장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했을 것 같다.

감독님은 작품 미팅과 촬영이 있을 때 마다 오늘 뭐 할지 계획을 먼저 짜실 정도로 철저한 분이시다. 그런데 현장에서 돌연 인기투표를 진행하는가 하면, 밤새 촬영하고 술 마시다가 아침에 해 뜨는 걸 지켜보기 위해 기다리시는 거였다. (웃음) 촬영장 농담은 기본이고, 느닷없이 플랭크도 하셔서 우리 모두 다 따라 했다. (웃음) 덕분에 배우, 스태프들 모두 즐겁게 촬영했고, 촬영이 끝난 다음 날에도 스태프들이 장문의 아이디어가 담긴 카톡과 문자를 보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요즘은 표준 계약 때문에 30분 이상 촬영하기가 힘든데, 우리 스태프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열심히 했다. 그게 다 감독님의 열정 덕분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즐거운 촬영장이었다. 


-섬뜩한 포스터 표정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둘이 누가 가장 무섭나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예고편을 따로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고편도 정확한 마케팅의 순간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임했다. 주변에서 포스터를 갖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았다. 이런 게 우리 영화의 이미지라 생각했다. 효과적으로 잘 만들어 줘서 고맙다. 감독님께서는 본인 능력이 '3' 인데 홍보팀이 '7'의 역할을 해줬다고 하셨을 정도로 우리 모두 홍보의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 (웃음) 이제 영화 스스로가 밖으로 나가서 알아서 잘 먹고 잘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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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배우가 스케이트보드 신발을 스태프에게 선물해 주고 했다고 한다. 본인이 한 것은?

(웃음) 나는 전체 스태프에게 간식 차도 했고, 또…그런데 이걸 내가 이야기해야 하나? 내 칭찬을 내가 하기에는...(웃음) 


-본인을 칭찬해줘야 할 강하늘 씨가 군대에 있어서 대신 물어본거다.

(크게 웃음) 알았다. 스태프들이 클럽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회식하고 2차 가서 놀러 갈 모임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 클럽 활동을 잘 유지하라며 지원비를 줬다. 그런데 정말 내가 내 자신을 셀프 칭찬하는 게 오글거리네. (웃음) 어느 날 촬영 끝나고 삼겹살 집에서 회식을 했는데, 테이블마다 양주가 있는 회식 테이블 마다 양주가 있는 거였다. 알고 보니 하늘이가 한 거였다. (웃음) 그래서 나도 선행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감독님이 현금이 없으실 때마다 내가 다 비용을 지급했다. (웃음)


-이번 영화서 안경 쓴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렸다. 시사회 후 누군가 진중권 교수 같다고 했다. 요즘에는 옹성우, 션 이야기도 나오는데, 왜 이렇게 닮은꼴이 많다고 보는가? 

(크게 웃음) 나는 아주 영광으로 생각한다. 진중권 교수님은 예전 토론할 때 부 터 팬이었다. 팬으로서 그분의 이성을 닮고 싶지, 외형적인 모습까지는…(웃음) 아무래도 내 얼굴이 일반화되어 있다 보니 닮은 사람이 많은것 같다. 이번에 드라마 하면서 정석원을 만났는데 너무 잘생긴 거였다. 그런데 석원이와 내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다음에는 석원이 닮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웃음) 


-김무열 배우는 몸짱 이미지가 있다. 상시 관리를 어떻게 하나?

사실 내가 살이 잘찌는 체질이다. 20살 때는 100kg도 넘었다. 중학생 때 육상과 운동을 했는데, 고등학교 때 관리를 안해서 살이 많이쪘다. 내가 쌍꺼풀이 없는 눈이다 보니 살쪄 보이는 모습이 티가 난다. 배우가 되고 무대에 서게 되면서 캐릭터 유지를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살이 찌고 후덕해지는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 [대립군]을 찍었을 때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봤다고 했는데, 그때가 살을 찌우고 연기를 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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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욕설 장면도 인상적이다. 반듯한 이미지가 강한 탓에 욕설 연기에 스태프들도 놀라지 않았나? 

원래 그런 사람이었냐고 물어보더라. (웃음)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욕하지 않나? 아무래도 극 초반에 보여준 반듯한 이미지 때문에 다들 반작용으로 생각한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실제로 나를 만나고 나서, 생각보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놀래더라. (웃음) 이미지가 문제다. [은교] 때도 나를 정말 순한 사람으로 오해한 사람들이 많았다. 


-배우 부부로서의 좋은 점이 있다면?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우리는 배우를 배우로서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다.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하고 난 이후에는 온전히 캐릭터가 그 안에 남겨질 때가 있다. 일반인들은 감상에 젖은 이야기라며 공감을 못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러한 인간적인 공감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런 점에서 아내 윤승아가 출연한 [메소드]는 그러한 배우 남편과 함께 사는 일반인 여성의 고충을 잘 보여준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아내에게 어떻게 잘해 줘야겠다라는 다짐은 없었나?

(웃음) 뭐랄까? 나도 대학로서 공연했던 사람이고 하니 [메소드]의 남자주인공 행동이 많이 와 닿았다. 극 중 성웅이 형님이 맡은 캐릭터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반성이야 뭐 매일 하고 있다. (웃음) 이해하고 살아가고 있으니...(웃음) 사실 나도 [메소드]라는 작품을 봤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그거였다. 무대에서 휘몰아치는 그 장면들이 참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공감이 갔으며, 그로인해 내 옆에 있는 타인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순간마다 깨달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인간 김무열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새는 청소, 설거지, 빨래에도 재미를 붙이고 있다. (웃음) 당연하거지 어쩌겠나. (웃음) 물론 요리도 한다. 요리는 건강식 위주로 하고 있다. 연애 할 때도 그게 잘 맞아서 깜짝 놀랐고 그런 것 때문에 아내를 좋아하게 되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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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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