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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리뷰: 상상하고 싶지 않은 '남북한 전면전'을 현실적으로 다루다 ★★★☆

17.12.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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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2017]
감독:양우석
출연:정우성, 곽도원,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조우진

줄거리
쿠데타 발생 직후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때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긴밀한 접근을 시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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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웹툰에 연재된 '스틸레인'을 원작으로 두고 있지만, [강철비]는 원작의 뼈대만 빌려 왔을 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지향하고 있다. 웹툰이 연재되던 시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이슈가 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김정은의 부각과 핵개발이 전면적으로 다뤄지고 있기에 원작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만큼 [강철비]는 현재 남북간의 대치 상황과 그로 인한 주변국의 대처, 현존하는 무기체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작품으로 지금의 분단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그러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해서 이 영화가 진지할 거란 예상을 하는 것은 오산이다. 현실적인 정치, 안보 상황을 다루는 영화지만, [강철비]는 현대 대중의 취향을 잘 파악하며 오락성에 승부수를 띤 오락물이다. 빠른 전개와 긴박한 분위기를 지향하고, 의외의 파괴력 넘치는 액션과 스케일을 선보이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유머까지 적절하게 담아내, 부담 없는 볼거리를 보고 싶어한 일반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원작에서 언급만 되었던 북한 내부의 쿠데타 장면을 이번 실사 버전을 통해 상세하게 그려진 점이 흥미를 불러오게 한다. 북한 내부 세력의 배신과 그로 인한 역습이 빠르게 이어지는 가운데 미군의 무기를 탈취한 북한 첩자들의 예상치 못한 공격 설정까지 등장해 일촉즉발의 상황을 완성한다. 여기에 비밀스러운 임무를 맡게된 특수요원이 이 음모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되면서, 전쟁의 열쇠가 한 개인에게 맡겨진 긴박한 상황이 발생한다. 전쟁의 위협이 사흘 정도 남겨진 상황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인물들의 처절한 작전과 행동이 24시간 쉬지 않고 진행된다. 

세밀한 각본을 기반으로 한편의 군사 밀리터리물로 시작된 [강철비]의 초점은 서서히 이러한 역사적인 중대 상황에 놓인 개인에게 맞추며 관객들을 간접적으로 긴박한 역사적 상황의 한 가운데로 참여시킨다. 계획과 다르게 어긋난 작전으로 인해 이도저도 못하게 된 상황에 놓인 엄철우는 위험을 피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북한 1호 (영화는 그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 누가 봐도 지금의 북한 지도자를 연상시킨다)를 데리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남한으로 피신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악(惡)'으로 인식된 인물이 우리 땅에 오게 되었다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이자, 파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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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작전 명령을 내린 지도부, 자신을 도우려 하지 않고 공격하려고 다가오는 북한 특수요원들, 더 이상 조국은 그의 편이 아니다. 이들의 위험으로 벗어나기 위해 싸우고 피하는 철우의 몸부림은 '제이슨 본' 식의 빠르고 역동적인 타격 액션과 총격전으로 표현된다. 여기에 공간을 활용한 서스펜서 스릴러만의 흥미와 [도망자]를 연상시키는 추격, 도주전까지 더해지게 되면서 액션 스릴러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엄철우의 액션을 단순한 장르적 볼거리로 그려내기보다는 이념을 위해 개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는 집단의 압박에 처절하게 싸우는 개인의 저항으로 그려냈다. [강철비]가 그려내려는 영화속 캐릭터들의 묘사에는 의미심장한 시대적 상징성과 개개인의 개성이 담겨있다. 북한의 엄철우와 대한민국의 곽철우가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성을 쓴다는 것은 '분단' 이라는 현실속 세계에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가장이라는 짐을 지고있는 이들의 동일한 운명과 가족에 대한 서로만의 다른 대처방식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있는 아내와 딸의 안위를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엄철우와 이혼한 아내와 자식들에게 지속적으로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 곽철우의 다른 운명이 그것이다. 

영화에 등장한 두 명의 대통령, 쿠데타를 일으킨 북한의 군부 지도자, 각국의 정보원들 모두 동일한 직업군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이 위치한 집단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들이다. 이렇듯 [강철비]는 장르적 통속성에 가려진 첩보전의 본질을 건드리며, 집단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선택이 세계 안보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강조하며, 이것이 현재 우리가 놓여있는 국제적 정서임을 이야기한다. 

초반 엄철우의 화려한 액션에 집중했다면, 중반부터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등장시켜 이 부분에 대한 위험을 보다 현실적인 시각으로 다루려 한다. 톰 클랜시 소설의 주인공 잭 라이언 처럼 현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해결사로 활동하지만, 전쟁은 그가 아닌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핵미사일의 주도권을 누가 잡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제공격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는 대한민국과 미국 지도부간의 갈등속에서 눈치를 보는 중국, 일본 그리고 이러한 심리적 상황을 이용하는 북한의 예측불허 적 행동은 지금의 외교적 정세를 보는듯 한 여운을 전해주며, 영화속 위기 상황이 단순한 허구가 아님을 강조한다. 결국, 이러한 난해한 상황속에서 각국 지도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각자의 국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기적 행동으로 세계의 안보를 파국으로 불러오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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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는 냉정한 현실 정치 세계 속에서 가족의 안위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개인의 '소박한 이기심'이(혹은 선의의 행동) 현실적인 위험을 동반한 전쟁을 막을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영화적인 문법으로 풀어낸다. 

두 명의 철우는 그러한 위기상황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이다. 초반에 서로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의 동일한 정서를 발견하고 협력하게 되면서 자연히 동화된다. 시종일관 긴박한 상황속에서 두 철우가 함께하는 대목은 영화만의 유머러스한 정서가 강화되는 순간이다. 

특히 남북한의 대치 상황과 이념적 차이를 아슬아슬한 수위의 농담으로 풀어낸 대목은 [변호인]에서 보여준 양우석 감독 특유의 촌철살인의 유머와 풍자적 시각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영화의 유머적 정서는 두 철우의 정서를 하나로 묶어주는 장면이자 드라마를 강화하는 중요한 설정이다. 하지만 초반부터 진행된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끌고 간 탓에 중간마다 등장하는 유머는 자칫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비교적 안정된 액션 스릴러의 화법 속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이 부분을 다루고 있는 호흡에서는 관객마다 호불호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진지한 대목으로 보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지나치게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그때마다 액션과 예상치 못한 위험 상황을 등장시켜 영화가 강조하는 긴박감을 지속시키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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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곽도원의 조합은 영화의 설정상 짧은 시간 안에 우정을 완성해야 하는 불합리한 위치에 놓여있었지만, 각자가 지닌 개성 연기로 이를 만회한다. 주연진 만큼 여러 작품에서 안정된 감초 연기로 영화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 명품 조연진의 활약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을 연기한 김의성, 이경영과 대립하는 북한 군 지도부를 연기하는 이재용, 김갑수의 존재감은 영화만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가장 압권 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정우성을 시종일관 괴롭히는 북한 특수요원을 연기한 조우진으로, 정우성의 빠른 액션에 비견되는 날렵한 몸놀림과 잔인함을 보여줘 이 영화의 액션신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터미네이터 2]에 등장하는 T-1000급의 끈질긴 생존력과 집요함은 영화를 보는 이마저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강렬함을 전해준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을 괴롭혔던 특유의 악랄함이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철비]는 12월 1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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