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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웃음소리 한방에 인터뷰가 중단된 사연은? '쾌남' [강철비]의 곽도원

17.12.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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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출연한 작품에서 살벌한 공포와 섬뜩함을 선사했던 그였지만, 작년 예능 출연과 시상식에서 보여준 웃음소리로 '러블리' 한 남자가 된 곽도원. [강철비]는 그동안 보여준 곽도원 특유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정우성과의 진한 '브로맨스'를 전해주는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한층 더 친근감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를 위해 만난 곽도원은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 시상식서 보여준 유쾌한 웃음소리와 예상치 못한 직설적인 농담으로 인터뷰가 잠시 중단될 정도로 너무나도 유쾌한 시간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결말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다. 이 영화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의 주변국의 중요한 직책을 맡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때문에 관객들이 두 시간이 넘도록 잘 따라올까 걱정됐다. 기자 시사회 이후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아서 안심되었다. 그런데 비평가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은 망하던데…(웃음) 다행히 기자, 비평가분들 모두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오늘 인터뷰 끝나고 우성이랑 포털 댓글 보면서 한잔해야지. (웃음)


-메시지가 명확한 영화다. 그 부분에 있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나는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그런 정치적 메시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배우로서 표현하고 연기해야 할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다. 연기 스승인 임윤택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연기를 가르치실 때 이런 말씀을 전해주신 적이 있었다. "배우는 연기 과정에서는 무정부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어떤 이야기든 자기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세상을 향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스승님의 철학이 우리 극단은 게릴라전에 능해야 한다면서, 극장 이름을 게릴라 극장이라고 지으셨다. (웃음) 배우들은 촛불이 맞다 하면 나가고, 지금의 현 정부가 잘못한게 있다면 화를 내고 연기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정치적 색깔을 논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본다. 


-극 중 철우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라는 화려한 직책을 지니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 비치는 모습은 가족만을 생각해야 하는 가장의 모습이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연기를 한 것인가? 

맞다. 영화의 결론은 핵이라는 정치적 상황에 놓여있지만, 곽철우라는 인물은 '외로움'으로 표현된다. 그는 강의 때마다 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누구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청와대라는 큰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폼나는 인물로 보이지만, 사실 그의 정확한 직책은 외교 안보 수석 대행이다. 한마디로 그는 땜빵에 불과하다. 직함만 멋있을 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게다가 그는 이혼도 당해서 외로움 속에 사 묻혀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외교안보수석의 월급이 사실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300이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그걸로 위자료, 생활비, 공과금 내면 생활비가 100만 조금 나올 것 같더라. 그래서 소시민 가장의 마음으로 이 캐릭터를 표현하려 했다. 


-영어, 중국어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

(기자를 향해) 기자님은 영어 잘하시나? (고개를 절레절레하자, 웃음) 나는 진짜 말하는 것도 못한다. 다행히 번역 어플이 잘 발달하여서 간신히 도움을 받고 있다. 그거 정말 고맙더라. (웃음) 중학교 때는 나름 열심히 했지만, 그것도 모른다. 게다가 극중 내 캐릭터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를 나온걸로 설정되었다. (웃음)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니 정말 미치겠더라. (웃음) 그래서 원주율 '파이' 숫자 외우는 식으로 외우면서 했다. 그러고 보니 나와 함께한 외국 배우의 이름도 모르겠네. (웃음) 나중에 그 외국분도 내가 너무 어려워 하는 모습을 보니까. 외국 배우들도 외국어가 힘들어서 뒤에 글씨를 써놓고 읽고 한다며, 노하우를 전해주더라. 그런데 진짜 그걸 붙여두고 하니까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서 잘됐다. (웃음) 마치 시험 컨닝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웃음) 생각해 보니 나 영어 가르친 사람은 미국인이었는데, 극중 내가 영국 학교 나왔으니, 발음 교정도 해야 하느라 힘들었다. 내가 그동안 이번만큼 공부했으면 노벨상 받았을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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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엄철우가 탐났을 것 같다. 

당연히 탐났다. (웃음) 그런데 액션이 자신 없어서, 차라리 암 말기 환자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웃음)


-양우석 감독님 영화에 두 편 출연했다. 계속하는 이유는?

시나리오를 우선으로 보며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변호인] 때도 그랬고, 각본을 읽으면서 이렇게 통쾌한 적은 처음이었다. 마치 우리가 강한 나라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시나리오를 보면서 상상력이 죽여준다는 느낌이었다. 강의하는 장면에서 내가 통일에 관해 이야기 하는 대목이 있다. 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삭제되었다. (웃음) 그런데 진짜 그런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이야기 하시는 게 미국과 소련이 핵이 있었던 냉전 시대가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가 가장 평화스러웠던 때였다고 한다. 그때 히피, 집시 문화가 융성하게 발전되었을 정도였는데, 그만큼 서로를 견제하고 힘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평화가 구축되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에 관심을 끌게 되면서, 이 영화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곽철우가 엄철우와 정을 나누는 모습도 왠지 모르게 짠했다. 통일되면 우리나라가 의료 기술이 좋으니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가장 유머러스한 부분을 담당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중간마다 마라톤 달리듯이 이야기가 진행된 만큼, 우리가 그 분위기에 맞춰 물을 주는 기분으로 하자고 했다. 이번 우리 영화의 편집기사가 [변호인] 때 같이 작업하던 친구인데 그 친구가 이번 영화로 정식 편집기사 데뷔를 했다. 그 친구가 적절하게 참 잘 담았던 것 같다. GD의 음악이 나오는 대목에 에피소드가 있었다. 원래는 '판타스틱 베이비'가 등장해 내가 따라 부르는 장면이었는데, 그 상황에서는 '삐딱하게'가 나을 거라고 해서 내가 바꿔놓았다. (웃음) 감독님이 저작권 겨우 받아왔다며 항의하셨는데 내가 바꿔놓겠다며 부탁해서 그 음악이 나왔다. 사실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것은 전도연 선배의 애창곡이 바로 '삐딱하게' 였기 때문이었다. 전도연 선배가 노래방서 이 노래를 자주 부르더라. (웃음) 가사가 왠지 이혼당한 40대의 마음을 잘 대변해 준 것 같더라. (웃음)


-극 중 햄버거 먹방 장면을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 

하정우가 정말 먹방을 잘하는 배우다. (웃음) 사실 그 장면을 위해서 하정우의 연기 장면을 분석하고 나도 따라 했는데, 빵이 쉽지가 않더라. 햄버거 하나가 아니라 햄버거 세트를 먹으니 정말 배도 부르고... (웃음) 먹방도 함부로 하면 안 되겠더라. 오히려 빵이 너무 뻑뻑해서 콜라만 많이 마셨다. (웃음) NG는 여러번 났지만, 먹고 살기 위해 해야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안 넘어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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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가 버디 무비다. 정우성과의 호흡은 어땠나?

우성하고는 어떻게 연기할지 의논하지도 않는다. 우성이는 정말 죽을 것 같이 열심히 연기한다. 그리고 내 연기 장면을 정말 잘 받아준다. 어떤 배우들은 호흡할 때 어려운 게 많은데, 우리는 미묘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 서로를 잘 받아준다. 그래서 함께하는 것이 참 행복하다. 현장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잘 담겨있었다. 


-정우성씨는 곽도원 씨의 매력을 귀엽다라고 하는데...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딱히 할 말이 없었나 보지. (웃음)


-그런데 너무 푹 빠찐것 같던데...

(한숨을 쉬며) 우성이 눈빛을 보면 정말 선하게 슬퍼 보이는데, 참 죽을 것 같이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나는 막 사는 스타일인데...(웃음) 연극은 설렁설렁해도 되는데 영화는 그날 죽을 것 처럼 해야 한다.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오고 영원히 남겨질 재산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성이가 영화를 우선적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정말 죽을 듯이 연기한다. 그게 참 대단하고 멋잇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참 좋다. 그래서 정우성은 참 멋있는 사람이다. 거기에 잘 생겼다. (웃음) 현장에서는 이해심도 많고 스태프도 잘 챙기고...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 욕도 하고 성질도 부리는데, 어떻게 맨날 욕 안 할 수 있지? (흥분한 듯 크게 웃음)


-최근에 무슨 일이 있으셨나? 

아니 그런 게 있다고...(웃음) 가끔 그런 분들 잇잖아 (계속 웃음) 인생이 도 닦는게 아닌데...(웃음) 그런데 우성이는 정말 욕도 안 하더라. 정말 욕 안먹게 생겼고...(더 크게 웃음) 물론 나랑 동석이 형(마동석)도 욕 안먹게 생긴 얼굴이지...으하하하 (웃음소리가 건물 전체를 울림. 연이은 웃음때문에 인터뷰 잠시 중단) 아 내가 말해놓고 정말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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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현장에서 친목 시간도 많이 가졌을 것 같다. 

당연히 했다. 촬영장의 매력이 밤샘 촬영하고 일출하는 거 보는 거다. (웃음) 밤새 촬영할 때 매니저에게 조식 집 찾으라고 했다. (웃음) 그러고 나서 남들 출근할 때 술 먹는 게 참 좋더라. (웃음)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 본인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이번 [강철비]의 철우가 현실의 나와 가장 닮은 것 같다. 주접떨고 하는 게 나와 닮았다. (웃음) 


-사람들이 무한도전 출연 이후로 친근하게 생각하지 않나?

그러고 보니 아까 담배 피우는데 사람들이 인사하더라. 그래서 이게 '무도' 때문인가 했다. 이러니 술 먹고 함부로 토도 못 하겠다. (웃음) 앞으로 화장실에서 해야지. 당연히 농담이다. (웃음)


-대작들이 많아서 걱정되지 않은지?

다행히 일주일씩 피해서 한다. 그리고 우리께 더 따뜻한 작품이다. (크게 웃음) 자신 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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