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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누구보다 '곽블리'의 매력에 깊이 빠진 사나이, [강철비]의 정우성

17.12.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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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때도 느꼈던 거지만, 정우성은 자신과 함께 상대 배우를 띄어주려는 타입을 지녔다. 그것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진심으로 그 배우에 대한 매력과 애정을 느낀 모습으로, 우리도 몰랐던 상대 연기자에 대한 남다른 매력을 상세하게 전해줬다. 특히나 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춘 곽도원과 함께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단순한 설명이 아닌 애정 표현에 가까웠을 정도여서, 정우성 본인이 그의 팬이 된 것 같았다. 누가봐도 가장 화려한 비주얼을 지닌 그가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를 띄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그를 미남의 기준으로 생각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진정한 미남은 비주얼이 아닌 대양같은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인것을 이번에도 배우게 된 셈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은 본 소감은?

조마조마 하면서 봤다. 다행히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말씀들에 안도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영화가 개봉되었다. 직접 본 소감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제 행사 일정 중간에 스태프 가족 시사가 있었는데, 무대 인사를 하고 나와야 했는데 이상하게 함께 보고 싶었다. 그래도 본다 해도 내가 차분하게 보고 평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모든 영화가 다 그런 것 같다.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는 배우가 있을까? 


-철우는 의도치않게 북한이라는 조직에서 나가 떨어진 인물이다.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 하려 했는가?
 
그는 그런 체제 시스템에 어떻게 든 적응하려는 인물이다. 그 사람이 왜 시장에 나와서 몰래 이상한 물건을 팔려고 했겠는가? 자기 몸도 제대로 돌보지 못할 정도로 살아야 했으며, 자신과 가족을 힘들게 하는 정부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북한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확인했을 것이다. 엄철우는 체제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가족의 삶에 더 치열하게 매달리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남자들 간의 우정을 다룬 '브로맨스' 장르가 화제가 되는 시대다. 극 중 두 사람 다 가정이 있는 사내들이다. 무엇보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인물이란 점에서 더 깊이 있게 다가왔을 것 같다.

그런 모습도 좋았다. 우리가 봐왔던 남자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캐릭터로 그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가 현재 우리 세대가 '분단국가' 라는 개념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 있어 공감을 하고 있나?

맞다. 이제 익숙하다 못해 무뎌졌다. 다음 세대들은 진짜로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자각도 못 할 것이다. 아마 그들에게는 북한 뉴스는 희화화된 드라마처럼 다가올 것이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처럼 보여질 것이다. 나 역시도 평화통일은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편이지만, 예전보다 깊이가 없어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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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였지만 지금의 북한 지도자를 연상시키는 '북한 1호'를 업고 다니고 보호하는데, 실제 기분은 어땠나? 극 중 배우의 얼굴과 신체적 특징을 최대한 노출 시키지 말아야 해서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우선 무거웠다. (웃음) 철우를 연기하면서 몸무게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고, 1호를 연기한 배우에게 문신이 있어서 그 문신을 가려줘야 하는 노고가 있었다. (웃음) 현실적으로 엄철우가 1호를 업고 다닐 때 도 그러한 고단함이 느껴졌을 것이다. 너무 힘든 체제를 직접 몸으로 상대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곽도원하고 [아수라]에서 함께 했을 때의 차이는?

곽도원 씨하고는 [아수라]라는 인연의 끈이 없었다면 [강철비]에서의 케미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아수라]에서 서로를 알았고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수월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아수라]와 긴 시간 떨어지지 않았기에 [강철비]로 만났고, 그 케미로 인해 두 철우가 함게하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 마치 곽도원이 정우성을 바라보고 정우성이 곽도원을 바라본 감정으로 만들어져서 영화 속 두 철우의 케미가 더 빛을 발했다고 할까? (웃음)


-상대 배우인 조우진이 [터미네이터 2]의 t-1000처럼 끈질기게 괴롭힌다. 유일하게 정우성 배우의 액션과 잘 맞는 것 같더라. 실제로 호흡은 어땠나?

우진씨가 그만큼 착실히 해왔다. 아마 그 자신도 준비하느라 많이 고단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체중 감량이 많은 상황에서 액션을 하다 보니 부상에 대한 염려가 있어서 나름대로 고충이 컸다. 우진씨와는 처음 하면서...(바로 위층에 있는 곽도원 배우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오자) 저분이 오늘 기분이 좋은것 같다. (웃음) 아무래도 원샷, 원킬 액션에 중점을 뒀으니, 그 부분에 신경을 쓰며 호흡을 맞췄다. 


-감독님과는 어떻게 의논했나?

영화에서 이야기 한 거는 이미 다 나왔다. 감독님이 설명하는 걸 들으면서 정말 많은 걸 공부했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병원 신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실제 의사분들과 의학용어로 말하는 걸 보면서 '저분 정말 모르는 게 뭐지?' 라고 감탄했다. 심지어 총기 모델에 대해서도 다 알고 계시는 거였다. (웃음) 어떻게 보면 엄철우의 감정에 대한 이해를 믿고 잘 도와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북한 사투리 혼자 하기 민망할까 봐 같이 북한 사투리로 대화해주시기도 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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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어렵지 않았나?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주구장창 계속 공부했다. 선생님도 여성분이셔서 남성 발음을 연구하기 위해 따로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도 봐야 했다. 


-[강철비]를 보며 느낀 건데, 요즘 정우성의 작품 출연 기준이 사회적 인식의 작품을 우선으로 두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하려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다 보니 기성세대로서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런 시나리오를 찾으려 한 게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왔다고 할까?


-전작인 [더 킹]도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부담스럽지 않았나?

무모하다는 만큼의 부담은 없었다. 또 그 작품을 썼던 작가이자 감독들도 그런 부담감이나 두려움을 갖고 시나리오를 작업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화하는 사람들은 그 사회에서 숨죽여 있는 갈망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면서 그것을 영화화하고 싶은 욕망이 나오게 되고, 그로 인해 사회로부터 '좌익'으로 오해받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으니 쓰게 된 거였고, 그게 배우에게 오게 된 것이다. 그것을 선택하는 나도 정치적인 시각보다는 우리 사회와 불합리함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권력과 권력자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올바른 권력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올바른 권력이 뭔지 모르겠지만, 올바른 국민은 끊임없이 국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연결한다면 올바른 권력은 국민의 관심을 수용할 줄 아는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정우성 정치적 발언했다고 생각하겠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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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정치적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내가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느끼고 표현하는 생각이라고 보며, 국민으로서 소리를 낸 것이다. 내 발언이 정치적 발언이라면 우리 국민 모두 각자의 정치적 발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에 다른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 기사에서 '곽도원 배우가 배가 나와서 북한 1호에 어울린다' 라는 식의 농담조 말을 했었다. 만약 정말로 곽도원이 북한 1호로 등장하고, 시종일관 그를 보호해야 하는 내용이라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웃음) 전 질문에서 역할을 바꾸는 걸 물어봤는데, 도원이는 1호를 해야 한다고 농담조로 던진 거였다. (웃음) 그런데 [강철비] 안에서의 인물이 아니라 도원이를 보호해야 하는 다른 역할이라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도원이 캐릭터가 좀 그런데 어울리는 게 뭐가 있지? (웃음) 먼저 죽이고 시작해야 하나? (웃음)


-영화의 결말이 논란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결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생략)

재미있지 않은가? 결말이 이거야 라고 규정한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바로 영화적 상상이다. 이것이 바로 담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논란의 결말을 통해 우리 모두 여러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고, 해답을 찾을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어느 누구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거나 그럴 수 없다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있을법한 이야기를 극대화 하는 것은 관객들에게 더 즐겨보자는 의도다. 


-세 편의 기대작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다. ([강철비] [신과함께] [1987]) 영화인으로서 모든 영화가 다 잘됐으면 좋겠지만, 회사 대표로서는 소속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들이란 점에서 기분이 묘할 것 같다. 

회사 내에서는 소속 배우들의 영화가 다 12월에 개봉하니 잔치 분위기가 아닐까? (웃음) 물론 그 안에서의 경쟁이 있을 것이다. 서로 상처받지 않을 만큼 우리 작품이 요만큼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것인데, 그건 결국 우리 모두 잘 되자라는 의미다. 다행히 관객의 입장에서는 풍성한 12월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취향이 명확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편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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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배우가 [신과함께] 기자 간담회에서 다시 태어나면 정우성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주변의 압력으로 이야기했다. (웃음) 하정우가 귓속말로 말했지만...(웃음) 어떻게 생각하나?

그거 주변의 압력이었나? (웃음) 아무래도 한 주 차이로 개봉하니까. 주변의 우려로 그렇게 이야기 한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서로 격려하고 있다. 


-그러면 본인이 다시 태어난다면?

(웃음) 나? 다시 태어나면...다시 안 태어나고 싶다. (웃음)


-요즘에도 자주 회사로 출근하나?

외부 일정이 많아서 출근을 자주 못 한다. 다행히 신임 대표를 영입했다. 경력도 오래되신 분이어서 안심하고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배우의 삶과 경영가의 삶을 비교해 보자면?

경영은 정말 고단하다 (웃음) 주차장까지 신경 써야 하니...(웃음) 차 대수가 늘어나니 정말 공치 아프더라. 연예기획사가 차량이 많이 필요한 업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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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경영인을 영입한 이유가 고단해서였나?

아니다. 자연스럽게 배우들이 늘어났으니 직원들도 늘어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런 사람 관리에 서툴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는 전문 경영인가 필요하다. 애초 회사를 만들 때도 대표 경영을 하실 분을 찾고 있었다. 배우들과의 소통은 우리가 잘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이것을 잘 운영해줄 대표가 필요하다. 지금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 


-살은 얼마나 뺐나? 촬영 전까지 엄청난 준비를 한다고 들었다. 

한 72키로까지 뺐던 것 같다. 그때부터는 체중계에도 안 올라갔다. 나보다 곽도원이 더 준비했다. 도원이 각본을 보면 거의 메모 천지다. "컷!" 하면 도원이가 나보고 "이 자식 진짜 북한 놈 같아" 이러더라. (웃음) 아마 각자가 보는 눈에서 서로 준비하는 게 같아 보였던 것 같다. 우리는 서로 잘 받아준다. 


-그런 둘의 케미로 인해 만들어진 장면이 있다면?

자동차 안에서의 장면, 망향 국수 먹는 장면이 인상 깊게 완성되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단둘이 있다 보니 그런 게 잘 맞았던 것 같다. "너 어떻게 할 거야?" 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서로의 연기 톤과 스타일을 보고 호흡한다. 거기서 만들어진 온도가 관객들한테는 재미요소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곽도원 배우가 정우성 배우의 눈을 '슬픈 눈'이라고 표현했다. (웃음) 반대로 곽도원의 눈을 보며 느낀 감정은? 

도원이의 어디를 보고 그런 감정을 느껴야 하나? (크게 웃음) 나는 눈 대신 볼살을 봤다. (웃음) 도원이 자체의 안면이 다른 배우들과 다르다. 그 누구도 완성할 수 없는 신기한 표정을 만들어 내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도원이가 어떤 감정을 만들어 내면 나 또한 그 감정을 받아낸다. 그것이 마치 핑퐁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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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현재 촬영 중인 [인랑]을 잘 끝내는 것이다. 이제 조금은 물러지는 느낌이다. 연기나 대표 일을 하니 너무 고지식하고 딱딱하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한다는 게 힘이 들어서 조금은 여유롭게 하려고 한다. 현장 안에서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시간을 걷는 것 같다. 


-요즘 공식행사나 현장에서 잘 생김을 인정하는 이유는?

(웃음) 가볍게 웃기려고 하는 거다. (웃음) 나이 먹어서 자기 자랑 하는 것도 없는데, 자꾸 잘생겼다 하니...그것은 배우 정우성의 이미지를 깨려고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가볍게 넘겨보고 싶었다.


-최근 행복한 일은?

가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기 전에 속으로 되뇌고 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그 감사한 마음에 행복한 것 같다. 나도 해야 할게 많다. 노총각에 풀어야 할 인생의 숫자도 많다. 그때마다 내 삶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이 맨손으로 해낸 것도 있으니 이 모든 건 다 어떤 감사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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