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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보다 강렬한 조연] 신인 여배우와 23세 연상 男의 사랑!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 문숙

18.02.09 13:49


최근 300만 관객 돌파와 박스오피스 역주행으로 다시금 흥행몰이에 나서기 시작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각본과 연출의 아쉬움 속에서도 배우들의 인간미가 담긴 진심 어린 연기로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 등의 주연 진의 활약을 비롯해 최 리, 한지민, 김성령을 비롯한 조연 진의 개성미 넘치는 연기eh 이 영화의 흥미요소로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이 영화의 완성도에 공헌한 또 한명의 일등 공신을 꼽자면 극 중 한가율(한지민)의 엄마 복자를 연기한 배우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다. 재벌 회장 다운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가벼울수도 있었던 영화의 분위기를 묵직하게 이끌어낸 그녀의 존재감 덕분에 <그것만이 내 세상>은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었다. 매정한 말투와 미소속에 엄마만의 애정을 담은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복자역의 배우는 70년대 인기스타이자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로맨스의 주인공 문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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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오경숙
생년월일:1954년 5월 19일
출생지:경기도 양주군

70년대 초반 탤런트와 영화배우를 병행한 인기스타였으나, 너무 빨리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춰 안타까움을 전해줬다. 그러다 30년 만에 연예계로 복귀해 좋은 연기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그녀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과거 있었던 23세 연상 영화감독과의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이다. 

평범한 유년기를 보낸 문숙은 십 대 시절부터 남다른 이국적인 외모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연예계 진출에 대한 꿈을 갖게 된다. 고등학생 3학년이던 1973년. 동양방송 (TBC) 에서 주관한 공채 탤런트 시험에 참여하게 되는데, 여고생 신분임을 강조하기 위해 교복에 단발머리로 참여해 곧바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당시 방송의 특성상 십 대 그것도 고등학생을 공채로 뽑지 않은 것이 관행이어서 그녀의 합격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시험 전부터 이슈를 몰아온 덕분인지 동양방송은 문숙을 곧바로 공채로 최종 선발한다. 

파격적인 대우로 연예계에 진출해 많은 화제를 불러왔지만, 그녀의 시작은 보잘것없는 드라마 엑스트라였다. 화려한 주목을 받았던 처음과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출발이었지만, 그럼에도 문숙은 엑스트라와 연기수업 활동을 성실하게 이행해 기본기를 쌓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 기회는 1년 만에 찾아오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을 사람을 만나게 된다. 

1974년 5월 한 영화사에서 신인 여배우를 뽑는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참여하게 되는데, 영화의 제목은 <태양 닮은 소녀>로 당시 최고의 인기스타인 신성일(강신성일), 문오장이 출연하기로 해 제작전부 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특히 이 작품은 7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젊은 거장 이만희 감독의 작품이란 점에서 더 화제가 되었는데, 그만큼 이 영화에 캐스팅 되는 것은 스타가 되는 지름길과 같았다. 제대로 된 출연작 없이 오디션에 참여한 스무 살의 문숙은 마흔 세 살의 거장 앞에 서게 되고, 그 순간 눈이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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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양 닮은 소녀>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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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었던 故 이만희 감독

문숙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감독님과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었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마치 오랫동안 찾던 영혼을 만난 것 같았다"라고 말하며 첫 만남 부터 서로 운명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이만희 감독도 문숙을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고, 그녀의 외모와 연기에 매료돼 곧바로 캐스팅하게 된다. 두 사람은 <태양 닮은 소녀> 내내 스태프들 몰래 만남을 갖게 되고, 함께 저녁을 지새우며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깊은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당시 이만희 감독은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이혼남에 23세 연상이라는 큰 나이 차까지 지니고 있어 부담될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러한 편견의 벽을 극복하며 진심 어린 사랑을 키우게 된다. 영화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이만희 감독 집에 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서히 결혼을 위한 준비 과정을 갖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본명인 오경숙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연인인 이만희 감독으로부터 문숙이라는 예명을 받게 되었고, 이 이름은 오늘날까지 본명처럼 사용되었다. 

연인의 지도로 <태양 닮은 소녀>에서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흐름의 연기력을 선보인 문숙은 그해 한국연극영화예술상의 신인상을 받아 전보다 더 큰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주목으로 인해 세상은 영화계의 기대주와 거장 감독의 관계를 눈치채기 시작한다. 불륜과 같은 불운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너무 나 큰 나이 차의 연인이라는 점 때문에 당시 시대의 기준으로서는 파격,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세상의 눈을 피해 조그마한 절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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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각의 함정>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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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포 가는 길> (1975)

이후 문숙은 남편인 이만희 감독의 차기작 <삼각의 함정>과 <삼포 가는 길>에 연이어 출연하며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게 되지만, <삼포 가는 길>의 편집 작업을 지휘하던 이만희 감독이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나게 된다. 때는 1975년 4월, 그의 나이는 마흔 네 살이었다. 중환자실을 지키며 남편의 쾌유를 기다리던 어린 아내에게는 그야말로 슬픔을 넘어선 큰 충격이었다. 문숙은 이듬해 <삼포 가는 길>을 통해 대종상 신인상을 받게 되지만,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별세는 그녀의 연기 의욕마저 꺾게 되었고,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출연하다가 1977년 영화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끝으로 연예계를 돌연 잠적하게 된다.

이만희 감독의 별세 이후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부담을 느꼈던 탓에 그녀는 연예계를 떠나기로 했고, 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한 남자를 만나 그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민 가게 된다. 하지만 외국에서의 삶도 그녀의 인생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아들, 딸을 차례로 나으며 단란한 가정 생활을 꾸리는듯 했으나,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과 성격 차이로 인해 1992년 이혼하게 된다. 그녀는 타지에서의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미술대학을 다니며 화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화가의 삶도 그녀의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이만희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그녀의 머릿속에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문숙은 요가와 명상에 집중하며 자신의 내면속 상처를 치유하게 되었고, 몸의 건강을 음식으로 다스리는 치유음식 조리사 자격증을 얻어 '자연치유사'라는 직업으로 국내 활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아픔을 극복한 만큼 이제는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연기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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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 인사이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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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청춘시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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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터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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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2018)

2015년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조연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tvn 드라마 <기억>, JTBC 드라마 <청춘시대>, MBC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OCN 드라마 <터널>에 연이어 출연하며 다시금 스크린의 관객과 브라운관의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리게 된다. 기성세대들에게는 반가움을 신세대들에게는 신선함을 가져다준 그녀의 연기는 이번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한층 더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세기의 사랑의 주인공에서 다시금 초심의 마음으로 연기 활동을 펼치는 인생 2막을 마주한 그녀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자료참조
영화배우 문숙, 이만희 감독과 짧지만 강렬한 사랑 (한겨레, 2007년 8월 4일 기사)
영화배우 문숙이 30년 만에 고백하는 “23세 연상 고 이만희 감독과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가슴 아픈 이별…” (여성동아, 2007년 9월 22일)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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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음 영화 DB,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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