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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토냐] 리뷰: '할리퀸'이 '피겨퀸'이 되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

18.02.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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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토냐, 2017]
감독: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마고 로비, 세바스찬 스탠, 앨리슨 제니, 폴 월터 하우저

줄거리
미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토냐 하딩. 괴물 같은 엄마의 가르침에 독기 품고 스케이트를 타는 그녀 앞에 낸시 캐리건이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고,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한 선수권 대회에서 ‘낸시 캐리건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온갖 스캔들의 중심에 서게 된 토냐 하딩은 과연 다시 은반 위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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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퀸 캐릭터로 '센 언니' 이미지를 구축한 마고 로비가 '피겨 악녀'로 불리는 토냐 하딩의 전기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어울리는 옷을 입은 셈이다. 그 점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자칫 마고 로비의 강렬한 개성에만 의존하는 그녀만의 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에 못지않은 강렬한 캐릭터의 향연과 파격적인 연출력으로 '악녀'로 불리게 된 한 여성의 슬픈 이면을 '웃프'게 잘 담았다. 

<아이, 토냐>는 단 하나의 장점을 끝까지 밀고 나간 덕분에 특유의 강렬한 스타일과 재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너무나도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의 존재와 그들의 성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아이, 토냐>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실화에 의존하면서, 나머지를 캐릭터의 개성 강화에 힘썼다.

오프닝 장면부터 거침없는 욕설과 터프함을 드러내는 마고 로비의 토냐 하딩에 '역시'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게 만들지만, 이에 못지않은 또 다른 '센' 캐릭터를 연이어 등장시켜 영화의 흥미와 긴장감을 높여주기에 이른다. 피겨 선수가 되려는 딸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 거침없는 욕설과 폭력마저 휘두루는 엄마 라보나, 엄마에게 받지못한 사랑을 전해줄 것 같았으나 충동적인 폭력으로 토냐를 폭행하는 남편 제프. 두 사람은 토냐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자 동시에 그녀를 망쳐놓은 주범들이다. 
 
이렇듯 나쁜 혀와 나쁜 주먹을 지닌 '싸이코' 적인 캐릭터들의 존재로 <아이, 토냐>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한 번 정도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줄것 처럼 느껴지다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욕설과 조롱을 퍼붓는 엄마와의 삶과 애정과 폭력을 반복하는 토냐와 제프의 파란만장한 결혼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한편의 우스꽝스러운 소동극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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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난장판에 가까운 코믹극의 전개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주인공 토냐 하딩의 어두운 삶과 내면에 대한 심리 묘사를 빼놓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은 1등과 올림픽 출전이라는 명분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피겨 장면 속에 가려진 그녀의 광기 어린 모습을 표현하는 장치가 된다. 그런 그녀의 집착과 열정이 문제의 폭행 사건으로 인해 엎어지게 되는 과정은 '사필귀정'의 드라마인 동시에 얼치기 인물들이 난입하는 B급 코미디와 같은 허무 개그로 표현된다. 

미국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잔인한 사건으로 여겨졌지만, 영화를 통해 드러나게 된 범행과 은폐 과정은 그야말로 조악하고 어색하기 그지없을 정도다. 아마 그것은 이 영화의 인물들이 선천적인 악역이었다기 보다는 주변 환경과 개개인의 욕망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파멸을 불러온 불쌍한 인간들로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시종일관 욕설, 사건사고, 조롱, 풍자를 난무하며 시니컬한 웃음을 불러오고 있지만, 이 부분에는 가족, 주변인 그리고 대중들로부터 철저히 미움을 받아온 토냐 하딩의 슬픈 삶이 담겨있다. 그녀가 이러한 우승이라는 결과물에 집착한 행위는 이를 통해서라도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추구하고 싶었던 소박한 욕망과도 같다. 

하지만 그녀의 이러한 욕망은 미국 혹은 자본 사회의 대중문화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진다. 극 중 토냐 하딩의 말처럼 어쩌면 그녀는 선과 악을 규정해 대리만족의 대상을 찾고 싶어 한 대중에 의한 희생양일 수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쿨 한 모습을 보여주며, 스크린밖 관객들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은 대리만족에 집착하는 우리를 향한 증오와 처연한 눈빛처럼 느껴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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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로비 특유의 센 연기가 정점을 찍은 가운데, 그녀 못지않게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이며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 엄마 라보나 역의 앨리슨 제니의 연기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마블 시리즈에서의 카리스마와 달리 마초적 본능과 찌질함을 동시에 지닌 남편 제프를 연기한 세바스찬 스탠의 연기도 웃음과 긴장감을 불러오게 만든다. 

[아이, 토냐]는 3월 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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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누리픽쳐스/영화사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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