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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빌보드] 리뷰: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이상한 엄마의 반전 드라마 ★★★★

18.03.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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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빌보드, 2017]
감독:마틴 맥도나
출연:프란시스 맥도맨드, 우디 해럴슨, 샘 록웰, 존 호키스, 피터 딘클리지

줄거리
범인을 잡지 못한 딸의 살인 사건에 세상의 관심이 사라지자, 엄마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마을 외곽 대형 광고판에 도발적인 세 줄의 광고를 실어 메시지를 전한다. 광고가 세간의 주목을 끌며 마을의 존경 받는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헤럴슨)와 경찰관 ‘딕슨’은 무능한 경찰로 낙인찍히고, 조용한 마을의 평화를 바라는 이웃 주민들은 경찰의 편에 서서 그녀와 맞서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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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파란을 불러일으키며 주요 수상 부분을 휩쓴 <쓰리 빌보드>는 세 개의 특징적 요소만으로도, 영화적 흥미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으로 2018년 올해를 넘어서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명작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암시적 설정과 복잡한 이야기 흐름을 벗어나 오락 영화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전개 방식과 설정을 통해서도 특유의 강렬한 메시지와 주제를 전해주고 있음을 보여줬다.

첫째는 독특한 개성과 상징성을 지닌 캐릭터들의 조합이다. <쓰리 빌보드>의 주요 캐릭터들은 여느 영화서 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 성격,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다. 무덤덤한 성격을 지닌 밀드레드는 이야기의 중심적 캐릭터로,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세상의 모든 사람과도 싸울 수 의지를 지닌 인물이다. 거친 욕설과 시니컬한 말투를 입에 담고 있어 시종일관 사건사고와 갈등을 불러오는 문제적 캐릭터지만, 그 내면에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엄마만의 애정과 연약한 감성이 담겨있다. 

그녀의 표적이 된 윌러비 서장은 악역과는 거리가 먼 성실한 경찰로 오랫동안 유지된 마을의 정의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자신을 향한 밀드레드의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증거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아 사실상 미해결된 사건에 답답함과 억울함을 느끼는 공권력의 무기력과 한계를 체감하게 된다. 그런 윌러비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밀드레드의 분노를 받아주면서, 어떻게든 그녀를 진정시키는 것.

그런 윌러비를 대신해야 할 젊은 경찰관 딕슨은 무능력함 속에 권위를 내세우는 공권력의 무능력함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윌러비를 존경하지만, 그의 장점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흑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거침없는 폭력을 행사하면서, 집에서는 나이든 노모의 말과 행동에 의지하는 '마마보이' 다. 그야말로 '찌질함'에 가까운 이 작품의 악역으로 주인공 밀드레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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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쓰리 빌보드>는 공권력의 부재한 상황에서 나름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개인의 몸부림과 이를 무너진 질서와 위계속에 자존심을 지키려는 무기력한 공권력의 대립에 초점이 맞춰진 갈등구조를 지니고 있다. 범인을 잡기 위해 함께 손을 잡아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예측불허 적 상황을 암시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두 번째 특징인 강렬한 이야기 구조와 장면에 담겨있다.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쓰리 빌보드>는 모든 장면에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여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한 씬, 한 씬에 남다른 정성이 담겨졌다.

의외로 영화는 세 주요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많이 등장시키지 않는다. 옴니버스 물로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세 인물이 각자 개별행동을 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여주며 그들 중심으로 전개되는 각각의 사건과 이야기 진행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밀드레드가 광고판으로 경찰을 압박하다가 테러를 저지르게 되는 과정, 밀드레드를 말리며 시종일관 침착하던 윌러비가 돌발행동을 일으키게 되는 과정, 다혈질적인 딕슨이 사고를 치다 새로운 사건의 중심이 되어버리는 과정 하나하나가 드라마틱하게 이어진다. 

이러한 인물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하나의 순차적인 일반적인 스토리로 절묘하게 전개했기에 <쓰리 빌보드>의 모든 장면들이 인상 깊게 다가오게 된다. 한 인물의 애절한 사연이 끝나면, 그 다음 당사자인 다른 인물의 애절한 사연과 흥미로운 이야기가 진행되는 식이며 이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다른 성격,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예상치 못한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낸 셈이다. 

셋째는 이 드라마로 인해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블랙 코미디와 유머의 진행이다. 밀드레드가 무표정한 상태서 던지는 시니컬한 대사는 이 영화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아이러니한 유머로 완성된다. 전자서 언급한 공권력의 무능함과 변질 그리고 그로 인한 여파가 불러오는 사건사고는 폭력과 분노가 사필귀정으로 다가오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풍자로 완성된다. <쓰리 빌보드>는 이러한 블랙 유머가 불러오는 상황을 통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면서 씁쓸한 인생의 양면성까지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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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이러한 아이러니가 만들어내는 반전 전개이다. 후반부 시종일관 갈등하고 대립하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한 인물의 변화를 유심히 담아낸다. <쓰리 빌보드>는 주인공 밀드레드로 대변되는 당사자의 분노가 아닌 한 인물의 성장 드라마이자 모두가 외면했던 정의에 대한 반성에 관한 이야기임을 드러낸다. 

모성애적인 본능 속에 강렬한 카리스마를 완성해낸 프랜시스 맥도맨드와 찌질한 경찰관의 모습에서 극의 흐름을 뒤흔드는 중심적 인물의 모습까지 보여주는 샘 록웰의 존재감은 이들이 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는지를 증명한다. 인상적인 이야기 구성과 세밀한 연출력 그리고 인물의 양면성을 포착해낸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쓰리 빌보드>는 현재까지 개봉한 올해의 영화 중 가장 강렬한 여운을 선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쓰리 빌보드>는 3월 1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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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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