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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라진 밤' 김강우 "[인비저블 게스트] 한국판 출연에도 관심있다"

18.03.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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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밤>에서 악역의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한 결혼사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던 주인공을 연기한 김강우. 파멸이 예정된 사나이를 연기하면서 느끼게 된 소감과 영화의 비하인드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우선 시나리오보다 나았다. (웃음) 조금 걱정되었던 게 이 캐릭터가 아무래도 욕을 먹을 수 있는 캐릭터여서 조금의 연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내가 봤던 것 보다 영화 속 모습이 더 낳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보면서 안심이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은 좀 더 유심히 그려져야 했는데 라고 느낀 것은?

개인적으로 김희애 선배님과의 부부 생활이 좀 더 잘 표현되었으면 했다. 그래야 내 캐릭터가 상하관계의 결혼 생활에서 느꼈을 심경적 고통이 좀 더 이해가 가지 않았을까?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니, 나머지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잘 그려졌던 것 같다. 


-혹시 우리가 몰랐던 진한의 애처로운 결혼 장면을 표현한 장면이 더 있었나?

영화에 나온 장면들이 전부다. (웃음) 그래서 더 의아한 게 많았다. 아무래도 감독님이 김희애 선배가 연기하는 윤설희의 존재감만으로도 관객들의 연민을 자아내게 할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그것은 연출자의 권한이기에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사라진 밤>은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다 까놓고 시작한다. 전 과정을 다 알고 시작하기에 관객들이 천천히 호흡하며 따라간다. 그래서 계산이 좀 필요한 영화였다. 관객들이 내 행동을 이해해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올 수 있는 영화였기에 끊임없이 리액션을 해줘야 했다. 윤설희와 함께 있을 때에는 10년 동안 쌓여온 피로감과 정서가 보다 더 드러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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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공간에서의 기 싸움이 강한 작품이다. 초반에는 김강우의 진한이 주도권을 잡다가 나중에는 서서히 내주게 된다. 이러한 변동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세트 장면만 보름 넘게 찍었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여러 일을 그리려다 보니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이 상갓집에만 가도 수척해지는데, 점점 쪼여 들어오게 되니 불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외형적인 표현을 위해 평소와 다르게 덜 자고, 평소 많이 마시던 술도 안마시는 등 검소한 생활을 유지했다. (웃음) 그래서 찍는 동안 힘들었다. 육체적인 힘듦도 있지만 예민함을 유지하는게 쉽지가 않았다. 하룻밤 사이의 일을 세트에서 찍는 게 처음이다 보니, 그 리듬 패턴을 유지해야 하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상대 배우인 김상경이 이번에도 형사로 출연했다. 김강우 배우도 수많은 전작에서 형사로 출연했는데, 같은 형사 출신 배우로서 김상경의 형사 연기는 어떻게 다가왔나?

(웃음) 형사 캐릭터는 남자 배우들의 숙명이다. 또 안 하는 사람은 안하고, 많이 하는 사람은 많이 하게 되는게 형사 역할이다. 김상경 형님은 본인만의 인간미가 있는 분이시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형사 연기를 지속적으로 해왔기에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영화 속 형님이 보여주신 형사 캐릭터는 그동안 영화서 보여진 보통의 형사 캐릭터와 다른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였다. 


-만약 김상경 배우와 형사 콤비 물에 출연하게 된다면?

(웃음) 재미있을 것 같다. 언제든지 할 의향이 있다. 


-주말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도 평이 좋다. 동시에 두 작품의 평을 받아서 부담은 없었나?

나도 이렇게 드라마와 영화가 같이 평가 받을 줄 몰랐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드라마 속 오작두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특이하다. 평범해 보이지만 성격은 전혀 평범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한 달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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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드라마가 영화를 더 많이 보게 하는 견인차가 된다. 

그럴 것이다. 내 다른 모습들을 각각 봐주신다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김희애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그분만의 매력이 있다면?

좋았다. 희애 선배님에게 시나리오가 갔다고 들었을 때 수락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분량이 많지가 않아서였다. 그런데 하신다고 하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선배님은 역시 임팩트와 아우라가 남다르신 분이셨다. 그런데 연기를 하실 때는 소녀 같은 분이시고, 인간미가 넘치신다. 


-작은 떨림과 긴장된 모습을 표정으로 살리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중점을 두었던 게 그런 거였다. 전사가 없기에 작은 반응들을 잘 살려야 했다. 머뭇거리고 멈칫하는 작은 떨림이 잘 살아나야 했다. "당신은 내 직업이 우습지?"라는 대사가 말해주듯이, 진한은 설희와의 결혼을 끔찍하게 여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사랑해서 결혼한 것인가?

희애 선배님 말로는 "우리는 사랑해서라고 결혼한 거야"라고 하셨는데... (웃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결혼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본다. 진한은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며 학자의 캐릭터를 걷고 싶었던 사람이다. 연구 업적이 쌓이고 그러다 보니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얻고 싶은게 교수라는 직업의 숙명일 것이다. 그러다 설희를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사랑했었지만, 나중에는 어쩔수 없이 이 여자와 함께 사는게 운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결국 떠날수 없는 올가미에 걸렸다고 할까? 사람들은 "저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불쌍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건 행복이 아닐 것이다. 결국 이 캐릭터는 스스로 파멸한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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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캐릭터를 비열한 인물 또는 로맨티스트 둘 중에 어떤 캐릭터로 정의하고 싶은가?

(웃음) 혜진이와의 관계에서는 로맨티스트로 느꼈다. 나 역시도 본능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남성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적인 종족 본능이라고 봐야 할까? (크게 웃음) 사실 극 중 윤설희와 결혼하는 순간은 일반 부부와 같은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소소한 행복을 느낄수 없으니까. 그게 이 캐릭터의 진심 아닐까? 물론 이 캐릭터는 결론적으로 봐도 무조건 나쁜 놈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애정어리게 봐줬으면 한다.


-파멸이 예정된 주인공을 연기 했을 때의 느낌은? 

악역을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악역이라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게 다 진심이 있고, 이유가 있다. 영화를 보시는 분들에게는 나쁜 악역으로 비춰질 테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악역이지만, 어떻게든 그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사라진 밤>의 원작인 <더 바디>와 비교해 봤을 때는 어땠나? 

<더 바디>는 너무 무섭다고 해야 할까? (웃음) 우리 영화가 더 드라마틱하고 감성적인 면이 강했던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색깔의 영화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더 바디>와 우리 영화는 좀 더 다르다고 봐야한다. <더 바디>속 내 캐릭터는 그런 인간적인 요소가 조금 부족했던것 같다. 


-<더 바디>를 연출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도 한국영화로도 리메이크 될 <사라진 밤> 진한의 악랄한 모습이 <인비저블 게스트>의 주인공 아드리안과 많이 닮았는데, 출연 의사는 있으신가?

시나리오가 좋고 연출하시는 분이 확고한 개성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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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주)싸이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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