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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애 상담' 잘 해주는 예쁜 누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손예진

18.03.1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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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오랜만에 멜로 연기를 펼친 손예진. 그녀의 '리즈 시절'을 다시 마주했다는 점에서 손예진 본인과 그녀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 이번 영화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래간만에 활짝 웃으며 기자와 만난 손예진의 모습에서는 사랑받아 행복감을 느끼는 여인의 모습이 저절로 느껴져, 2000년대 초반 데뷔했던 신인 시절의 순간을 짧게나마 떠올리게 했다. 그런 그녀와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와 우연히 이야기한 짧은 연애 상담을 나누게 되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다. 기자 시사회 때도 한 말이었는데, 예전의 멜로물을 찍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최근에 <클래식>을 극장에서 다시 보게 되었는데, 보면서 참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감회가 새로웠고, 별의별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보면서 나의 예전 추억들이 떠올라서 기분이 많이 이상했다. 


-사람들은 손예진의 영화를 보면서 첫사랑을 생각한다고 한다. 자신의 영화를 보면 어떤 감정이 느껴졌나?

그 나잇대의 내 모습들, 불안했던 20대 초반의 모습들, 아무것도 연기를 몰랐던 것들을 떠올랐다. 보통 배우분들이 자기 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것과 달리 나 같은 경우는 어느 순간 내 영화에 스스로 빠져들었던 것 같다. 이번 영화는 내 부족한 부분이 보여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나도 보면서 "왜 요즘 이런 이야기가 오랫동안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영화가 그런 향수를 불러온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좋았다.


-언론 시사가 끝난 후 "20대 때 멜로를 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했다. 30대인 지금은 어떤 감정에서 해왔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수아의 감정을 직접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조금은 한 발 뒤처져서 감정을 따라가는 게 우리 영화의 특징이다. 예전에 멜로를 찍으면 감정에 몰입해 애민하게 굴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와 달리 "이렇게 영화를 건성으로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웃음) 그 모습이 관객분들에게 편하게 다가갔으면 한다.


-상대방인 소지섭 배우가 손예진 배우를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는데...

그건...(웃음) 내가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하버드를 갔을 것이다. (웃음) 어느 순간 연기를 하면서 점점 내가 해야 하고 주어진 것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인가 생각할 정도로 책임감을 느끼고 임했다. 나는 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빠가 그렇게 봐주니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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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개그 욕심도 많았다고 들었다. 어떤 식으로 웃기려고 했나?

시나리오의 첫 부분에서 수아는 자기 아들인 지우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처음 어색한 관계는 복싱하면서 바뀌게 되는데, 그 부분에서 아이가 코피를 흘리면 내 모습이 쌔 보여서 웃음 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했다. (웃음) 극 중 내가 선보인 요가 자세는 실제 내가 조카들과 함께 놀 때마다 사용하는 자세다. 항상 요가 자세로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를 하는데, 매일 내가 이긴다. (웃음) 우리 영화가 어차피 슬플 수 밖에 없는 영화라 중반까지는 행복하고 관객분들이 재미있게 웃을 수 있길 원했다. 


-의견을 많이 낸 게 있다면?

중간마다 감독님과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장면을 삭제할 것이고, 이 장면에서 수아가 어떤 대사를 할 것인지 이야기했다. 나중에 교문 앞에서 만나는데 내가 꼳힌 부분이 그 장면이었다. 교문 앞에서 주고받는 부분과 내가 "목이 말라"라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관객분들 중에 꼭 웃는 분이 계실 거라 생각했다. 사실 그 부분이 내부 모니터링 시사회에서도 안 좋아서 계속 의논해서 바꿨던 장면이었다. 


-잠시나마 20대로 돌아가니 기분이 어땠나?

나의 20대는 거의 연기 활동 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지는 몰랐다. 작품으로라도 풋풋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영화를 보면서도 설레고 좋았다. 예전에 어떤 작은 것에 놀랬다면 지금은 웬만하면 이해가 간다. 어떻게 보면 무뎌지는 감정들을 자꾸 이렇게 끌어올리는 게 배우가 더 붙잡아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밑바닥에 있던 설레는 감정들을 끄집어낼 수 있고 추억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멜로 영화로 다시 돌아온 소감은?

작품은 참 운명인 것 같다. 그동안 항상 멜로 장르를 꿈꾸고 있었다. 멜로 영화는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고향 같은 지점이다. 관객분들이 나를 멜로를 통해 더 사랑해 주시는 걸 느낀다. 그래도 나는 다른 영화서 여러 캐릭터를 맡아야 하는 배우다. 이번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하면서 나를 향해 '멜로 퀸'...(웃음)이라 묘사해 주시는 부분이 참 묘했다. 여러 작품을 한 만큼, 그에 버금가는 작품이 필요한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출연제안을 받게 되었고 이렇게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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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다른 세대의 로맨스다. 그래서인지 묘한 감정적인 변화가 느껴졌을 것 같다. 

그때와 다른 계산적인 연기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는 여백이 많은 영화였기에, '이때 울어야지, 이때 울려야지' 처럼 최대한 계산적인 연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의욕을 갖고 있으면, 연기가 연기로 보인다고 생각했다. 


-소지섭 배우와는 오랜만에 재회한다. 다시 만난 소감은?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 때 함께 호흡)

그때 나는 첫 데뷔작이었다. 그래서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카메라 앞에 서면 감독님께 혼나기만 해서, 그 당시 내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웃음) 지섭 오빠 본인도 그 시절이 장난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의 부족함을 봐왔던 사람이라 학창시절 친구들과 추억을 나누는 느낌이었다. 


-소지섭 씨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어땠나?

나는 기다리는 입장이었고, 오빠가 꼭 하길 바랬다. 나랑도 잘 어울렸으면 좋겠고 우진이 가진 이야기의 변화가 잘 잡히길 원했다. 지섭 오빠가 한다고 했을 때는 이 영화는 이미 반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어 만난 우진의 패션이 '충격'이다. 오랜만에 만난 첫사랑의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수아가 충격받지 않았던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실제 촬영장 소지섭 배우가 그 모습으로 등장했을때 어땠나?

(크게 웃음) 진짜 깜짝 놀랐다. 심지어 반바지에 그런 넥타이에, 핑크색 재킷까지...실제로도 너무 웃겼다. 그 장면에서 의상팀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원래는 청재킷의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핑크색 재킷이 좀 돋보인다 생각해서 그걸로 가자고 했다. 글쎄, 수아 눈에는 그 모습도 멋있어 보이지 않았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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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결혼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하는데 본인은 어떤가?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결혼이라는 지점도 있었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한 가정에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한 사람이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엄마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이번 영화로 그러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수아와 우진의 결혼 지점이 인상적이었지만, 나중에 저런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버전만의 매력은 무엇이라 보는가?

일본 원작이 지니고 있는 담백함을 잘 이어받은 것 같다. 한국 리메이크 버전은 훨씬 더 감정이 살아있고 재미있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이 풍성해 졌다고 본다. 일본에 비해 우리 버전이 좀 더 유머가 많아서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주인공처럼 이 결정을 하기 잘했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가?

나는 진짜 운명론자이다. (웃음)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만나는 것도 운명이라 보며, 이것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도 운명이라고 본다. 그래서 인생에 대해서 궁금증을 많이 느낀다. 어떤 걸 선택하지만, 실패라 해도 다른 운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작 배우인 다케유치 유코를 통해 배운 것과 이보다 더 다르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 게 있다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 영화가 이런 내용인가 해서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다케유치 유코가 너무 예쁘게 나온 거였다. 그래서 캐릭터 적으로 비슷해 지면 안 된다 생각했다. 수아는 원작과 등장부터가 다르다. 일본 원작은 동화다웠다면, 나는 귀신처럼 등장한다. (웃음) 처음부터 원작의 캐릭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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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사랑을 믿는가?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어느 순간 우리가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가 정말 감정적으로 느끼는 게 진짜 사랑인지를 묻게 된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다 하면 재는 멀었다 생각할 것이다. 결국은 운명적인 사랑은 있다고 본다. 사랑하지 않았지만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줘서 사랑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이야기를 계속하고 갈망하는 것은 어떤 일이든 운명적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극 중 우진이 수아에게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남자 관객들에게 크게 와닿은 부분이었다. 그 말을 들어준 당사자이자 여성 관객의 입장에서 그 장면에 어떤 기분과 생각을 느끼셨나? 

누구나 연애를 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100% 충족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사랑하는 순간은 아름답지만, 사랑은 사실 과학적으로 호르몬 적으로 만들어진 거라 본다. 그런데 피치 못하게 이별을 해야 할 때가 온다면, 함께 한 순간순간마다 상당히 많은 애정 표현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 본다. 그러면 그 미안함이 덜하지 않을까? 


-평소에도 이렇게 연애 상담을 잘해주는 편이신가?

(크게 웃음) 앞으로는 돈 받고 해야겠다. 


-내 연기를 돌아보고 칭찬한다면?

그것보다는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느낀다.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다시 과거를 돌아보니까 분명 내가 청춘이라고 생각한 지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것 같다. 내 20대에는 많이 불안했지만 정말 풋풋하고 예쁜 시절들을 작품으로 풀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소중한 작품들을 얻었지만, 사람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내가 갇힌 시간이지만, 오랫동안 할 일을 꾸준히 하고 열심히 해와서 그런 것에 대해서는 칭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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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할 예정이다. 소감은 ?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고, 내 나잇대에 공감할 부분들이 많다. 딱 보면 "나도 그래"라는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다. 2, 30대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함께 작업한 안판석 감독님과 배우분들 모두 좋았다. 원래 이것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인 것처럼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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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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