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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전] 마약 전문가(?) 조진웅님이 알려주시는 마약의 위험성

18.05.2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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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김창수> 이후 1년 만에 만났다. 영화 속 모습처럼 슬림해진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예전의 유쾌함을 조금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독전>이 지닌 공허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화에서 느낀 감정을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유지하려 한 그의 프로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촬영 내내 좋아하는 술마저 오랫동안 쉬었을 정도로 최고의 열의를 선보였기에 <독전>은 조진웅에게 있어 또 한 번의 인생 연기로 남겨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연기는 내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당신 그 연기는 별로였는데 라고 하는것은 "네가 살아가는게 별로 라는게 느껴진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내 치부를 들어내어서 한 게 연기인데 그런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기 마련이다. 원호를 연기한 기술자이기에 익숙하게 해놨기 때문에 나는 그 캐릭터에게 가깝게 갈수 밖에 없다. 결국 그 연기에 대해서 동료 배우 감독들에게 문의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형제처럼 지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볼 때마다 그때의 현장 분위기가 생각났다. 개봉하고 나면 이제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영화 시사회가 끝난 후에 호평이 많았다.

그런가? 당연히 나는 그런말을 들으면 눈물 날 것 같다. (웃음) 왜냐하면 작년에 그렇게 치열하게 작업한 것이 헛되지 않은 거니까. 결과물을 봤을 때 마치 누가 툭 등을 쳐주며 고생했다고 말해준 것 같았다.  


-감량한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본 기분은? 

작품을 위해 했던 것이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아까 어떤 기자님의 표현을 이야기하자면 유분기 없는 마른 장작 같은 모습이었다. (웃음) 작품 속 원호가 되기 위해 건조함을 표현해서 만족이었다. 촬영하면서 그렇게 좋은 술 한잔 마시지 않았던 건 감독과의 약속이었다. 그래서 약속대로 안마셨는데, 정말 괴로웠다. (웃음) 사실 나보다는 후배들이 내 옆에서 술 먹을때 힘들어했다. (웃음) 그럴때 마다 내가 "내 걱정 말고 술 마셔" 라고 말했는데 애들이 민망해하더라. (웃음) 그 모습을 즐겼다. (웃음) 그래서 다시는 이 역할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말 술 없이는 못 살겠다. (웃음)


-원호라는 캐릭터가 변곡점이 많아서 어렵지 않았나?

맞다. 원호에게 형사라는 직업은 그냥 하나의 점퍼에 불과하다. 그가 형사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마약 수사 할 때이지, 나머지는 사람으로서의 그냥 모습이다. 결국, 나중에는 "이 선생을 왜 쫓아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나는 "왜 이 영화를 하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 모두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 마련이다. 형사, 마약 수사 팀장은 그냥 간판일 뿐 원호는 락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는 캐릭터였다. 원호는 애초부터 락을 잡아서 뭐할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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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참 공허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럴 것이다. 엔딩을 찍을때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너 여기까지 왜 왔어?" 라고, 그때마다 뭐라고 답변할지 의문이었다. 말하고 싶은건 많았는데 답 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찍은 전작들을 다 돌아보게 되었다. 나중에 노르웨이 촬영을 마치고 나서는 "기분이 어땠어?" 라고 다시 물어봤을때, "좀 더 살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왜 이 영화는 나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는 거였을까? 그냥 지나가지 않은 영화라고 해야 할까?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나서 많이 울었다. 아마도 그 정도로 많은 고민과 이입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원호가 잠시나마 진하림으로 분했을 때의 장면이 꽤 흥미로웠는데 실제 작업에서는 어땠나?

아마도 진하림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설정이었던 것 같다. 원호는 하림을 만나면서 그를 이해하게 되었고, 짧게나마 그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때 故 김주혁 선배가 연기를 너무 세게 잘했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연기라 보면서 놀랬다. 그때 선배의 그 연기를 보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처음 주혁 선배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에서부터 순간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래서 첫 NG가 났었다. 그 걸어오는 모습부터 많이 놀라웠다. 주혁 선배를 지금 떠올려 본다면 말이 없는 분이 없지만, "연기가 참 재미있어"라고 말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 이었다. <독전>의 진하림은 그동안 내가 본 주혁 선배의 연기 중 가장 역대급이었다. 


-전작 <끝까지 간다><보안관><해빙> 그리고 이번 <독전>까지 소재가 마약이다. 그래서 마약 소재의 영화에 캐스팅될 때마다 기분이 묘하지 않은가? 그 때문에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누구보다 클 것 같다

그러네...(웃음) 그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웃음) 가만, 그래서 내가 영화에서 마약 연기를 그렇게 잘한거였나? (웃음) 그러고 보니 스태프중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영화 속에서 내가 한 마약의 양이 치사량이라고 한다. 일반인이라면 과다로 죽을 수도 있었던 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죽기직전의 연기를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죽기 직전까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 엄청 고민했다. 그래서 정말 죽을 각오로 열심히 했다. 


-그 마약 가루가 소금, 분필 가루라 했는데...

맞다. 사실 나는 촬영하기 전까지도 몰랐다. 실제 봤을 때 진짜 마약으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감독님께서 굳이 진짜로 흡입할 필요 없다라고 해서, 흡입하는 동시에 컷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감독님을 믿고 마약 흡입 연기를 했는데, 흡입 장면에서 감독님이 컷을 안하시는 거였다. 그래서 진짜 흡입하게 되었는데, 와 진짜 정말 이건 아니었다. (웃음) 나중에 화장실에서 계속 씻고 거울을 봤는데 이상하게 눈이 좋아 보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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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 나는 마약 연기를 위해 참고한 자료가 따로 있었나?

없었다. 오로지 "죽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주자"가 내 목표였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부터 마약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래봬도 내가 부산 YMCA서 마약 퇴치 교육을 받았다. (웃음) 만약 모른 채 마약을 했다면 바로 경찰에 가서 신고하면 된다고 한다. 그럼 무죄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필로폰은 단 1회로 중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명심하길 바란다. 혹시 모르니 기자님 명심하기 바란다. (웃음) 


-예전 인터뷰에서 민방위 강의에서 들은 '삶의 GPS'를 키라고 한 강의를 설명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 정도로 인상 깊은 강의 내용을 잘 기억하시는 것 같다

맞다. '삶의 GPS를 켜라'는 정말 중요한 내용이다. 그 내용은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자라는 내용이었다. 민폐가 아닌 타인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예전에는 서로 이웃집과 교류하며 사는데 지금은 앞집, 옆집 사람들과 함께 사는데도 무관심이 크다. 어쨌든 영화와 상관없지만, 원호가 이렇게 주변인들과 함께 잘 교류하고 고민을 나눴다면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웃음) 


-이해영 감독님의 연출과 원호가 잘 어울린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

비주얼에 대해서는 상담한 적은 없었다. 대신에 여러 화면 전환 효과 카메라 워킹에 대해서 여러 번 이야기해 주고 조언해 주셨다. 


-진하림을 만났을 때 비주얼과 의상이 화려했다. 느낌이 어땠나?

익숙지가 않아서 그다지 멋있다는 생각은 없었다. (웃음) 의상 피팅을 할 때 사이즈를 쟀을 때 살이 많이 빠지다 보니 옷이 너무 컸다. 그때 왠지 모르게 배우로서 뿌듯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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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가 여운이 컸을 것 같다. 관객이 느끼고자 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대장 김창수>가 참 기억에 남았었다. <대장 김창수>는 관객을 향한 분명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었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영화는 좀 더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 이 영화는 관객들의 몫이니 그분들의 영화다. 자기 영화니 설마 누가 부수기나 할까? (웃음) 그렇기 때문에 잘 봐줄 거라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을 보고 가실 관객들도 있을 것이고, 아마 집까지 가서 생각해 주는 관객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객이라면 정말 귀여워 해주고 싶다. 이왕이면 행복한 공허함을 느꼈으면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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