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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섬' 리뷰: 왜 일본이 개들의 섬이 되었을까? ★★★★

18.06.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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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섬, 2018]
감독:웨스 앤더슨
출연:브라이언 크랜스톤, 에드워드 노튼, 리브 슈라이버, 코유 랜킨

줄거리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지자, 세상의 모든 개들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되고, 자신이 사랑하던 개를 잃은 소년은 개를 찾아 홀로 섬으로 떠난다. 소년은 그 곳에서 다섯 마리의 특별한 개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사라진 개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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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비주얼과 영상미를 바탕으로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온 웨스 앤더슨 감독이 <판타스틱 MR.폭스> 이후 9년 만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전반적으로 <개들의 섬>은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러한 특징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조금은 어려운 작품으로 느껴질 수 있다. 

웨스 앤더슨 영화가 장르적 성향상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지만, 유머 코드와 설정이 풍자와 우화적 부분에 초점을 맞춘 탓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시각적인 부분에 맞춰진 방식과 이를 끌어내는 캐릭터들의 개성 또한 너무 남다르다는 점에서 쉬운 팝콘 무비를 원했다면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 100%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신선한 개성과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영화를 기대했다면 그의 작품을 과감히 추천하는 바이다. 

다시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개들의 섬>은 웨스 앤더슨이 지향하고 있는 남다른 묘사와 메시지 전달 방식의 기준에서 보자면 기대이상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특유의 멋들어진 개성과 분명한 색감이 드러난 영상은 물론이며, <판타스틱 MR.폭스> 보다 더욱 진보된 캐릭터의 생생한 움직임과 세세한 묘사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 부분에 있어서 왜 그가 이번 영화의 배경을 일본으로 했는지 대강 눈치챌 수 있다.

이번 영화가 웨스 앤더슨 개인의 시선이 우선적으로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무라이, 신화, 영화, 애니메이션, 스시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고전, 현대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이있게 담겨있다. 시대적 배경이 불분명한 상태지만, 앤더슨은 이러한 의도적 설정을 통해 일본 문화의 장점적 특징을 우선적으로 강조하며, 그 안에 담겨진 고유의 장인정신에 대한 남다른 헌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구로자와 아키라 등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들로 부터 받은 영향이 영화속 캐릭터들에 묻어나 있으며, 스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세하고 부드럽게 표현한 대목이 그러한 남다른 헌사에 대한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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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조금은 이국적으로 느껴질 법한 세계관은 앤더슨 본인이 꿈꾸고 있는 이상향에 대한 설계인 동시에 그만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대한 집약이었다. 일본이 배경인 만큼 영화 속 인간들의 대화 언어 대부분이 일본어로 표기되는데, 그 흔한 더빙과 자막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약간의 현실성을 위해 실시간 통역가와 교환 학생 캐릭터를 통해 일부 일본어를 영어로 구현하려 했다. 오히려 100% 영어가 구현되는 부분은 영화 속 개들의 언어다. 

서로 다른 언어가 남다르게 표현되면서, 이 영화가 강조하고 싶었던 개와 인간의 조화, 종을 뛰어넘는 소통과 보이지 않는 사랑과 관련한 의미가 남다르게 표현된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모험물에 맞춰져 있지만, 소년과 고집불통 개가 서로에 대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다. 앤더슨은 이러한 외부적 설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절묘하게 일치시켜 영화적 재미와 메시지 전달을 의미 있게 전하려 했다. 

그렇다고 일본에 대한 무조건 적인 헌사를 담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진심은 전자서 언급한 불분명한 시대를 바탕으로 완성된 영화 속 세계관에 담겨 있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로 되어있는 듯하지만 집단적 파시즘으로 비치는 대중의 반응과 개로 대변된 소수에 대한 억압이 전면적으로 다뤄졌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대한 연장 선상의 이야기를 지향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앤더슨의 그동안의 작품서 그려진 개성과 특징을 아는 관객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다르게 웃기고 표현하는 그의 영화지만 그 안에는 그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특별한 개인과 소수자의 아픔과 고민이 깊이 있게 담겨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1910~1920년 사이의 유럽 문화와 정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이를 억압한 파시즘을 우화적으로 그려냈듯이, <개들의 섬>은 동양의 문화와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집단 사회가 만들어낸 광풍에 대해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개들의 섬>은 전작보다 한발 더 나아간 강도 높은 풍자극인 동시에 애정어린 이상향으로 세계의 아픔을 치유하고 자 한 웨스 앤더슨의 '순수함'이 담긴 작품이었다. 

<개들의 섬>은 6월 2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시각효과:★★★★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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