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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리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대 최고 작품! ★★★★☆

18.07.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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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2018]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릴리 프랭키, 안도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 죠카이리, 사사키 미유

줄거리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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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은 매번 인간의 삶과 관계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좋아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시선을 한가운데로 모아둔 종합적인 작품과도 같았다. 그 점에서 볼 때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팬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태풍이 지나가고> 같은 따뜻한 감성을 지닌 가족 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모른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처럼 혈연 중심의 가족 관계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는 도발성 을 담고 있었다.

영화는 설정부터 눈길을 끌게 한다. 부자(父子) 관계로 보이는 두 사람이 마트에서 자연스럽게 도둑질을 하는 장면을 비추는 대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더니, 다음 대목에서는 삼대(三大)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평범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가족들도 심상치 않다. 부자의 도둑질 성과를 놓고 질타를 하는가 하면, 할머니의 연금 사기 수익과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큰딸의 직업에 그 누구도 지적하지 않은 대목에서 부터 이들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이익을 위해 구성된 '가짜 가족'이라는 설정이 코미디 오락물의 한 부분을 보는듯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팬이 아닌 일반 관객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흥미롭게 전개되어갈 것 같았던 이야기는 길위에 버려진 소녀 유리를 만나게 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익을 위해서 모인 이기적인 집단으로 느껴졌던 이 가짜 가족이 유리의 등장으로 인해 진정한 가족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어느 가족>의 드라마와 도발적인 질문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처음 유리의 등장에 시큰둥했던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 안에 숨겨졌던 가족애(愛)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유리를 손녀처럼 돌보는 할머니 하츠에, 도둑질을 가르쳐 주지만 항상 유리 옆을 지켜주는 친오빠가 된 쇼타, 유리의 엄마가 되어가는 노부요는 이 구성원의 핵심적인 인물들로 거짓과 탐욕으로 구성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집단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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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혈연 가족으로부터 상처받은 과거사를 갖고 있지만, 그 상처를 지금의 구성원과 타인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 한다. 유흥업소의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아키와 쇼타에게 친아들과 같은 정감을 느끼고 있는 오사무의 모습에서 이들의 순수한 마음씨를 엿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들의 사기와 좀도둑질을 악의적 행동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정의된다.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심과 가족에게 마저 폭력과 상처를 일삼는 현대 문명의 이면을 거부한 채, 오로지 수렵채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과거의 순수 가족 집단을 보는듯한 여운을 전해준다. 절도라는 개념을 지니고 있지만 적어도 이들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이는 곧 유리를 납치했다는 주변의 시선과 달리 그들 스스로 "우리는 주웠다. 버린 사람은 따로 있지 않느냐?" 라고 주장을 뒷받침하게 만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 대목을 소소한 웃음이 담긴 유머극 과 정감 있는 인간미가 담긴 가족 드라마로 구성하며, 혈연이 아니지만 누가 봐도 가족 같은 그들의 모습을 부각하려고 한다. 과연 현대 사회의 가족이란 무엇인지? 가족은 꼭 혈연을 이뤄진 집단인지? 오늘날 여러 사회적 여파로 가족 해체가 이뤄지는 비극의 시대 속에서 <어느 가족>은 이타심과 순수함을 지닌 타인들이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도발적인 자기주장에 힘을 실으며 영화의 막을 내리는 듯 보였으나, 후반부 이들의 가족 행위가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점으로 돌아선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위는 법치 사회의 기준에서 명백한 유괴이자 범죄이기 때문이다. 따스한 감성 속에 숨겨진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시선, 그것이 이번 영화안에 담겨진 핵심적인 요소였다. 그럼에도 정겨운 정서와 인간에 대한 희망적 시선을 오랫동안 담아냈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즐기며 볼 수 있는 '유쾌한 사회극' 이라 정의해도 무방하다. 

감독 특유의 고유의  연출적 색채와 식지 않은 과감한 시선, 그 안에 담겨진 다양한 시선과 주제의식을 공감 있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여운을 지닌 작품으로 남겨질 것이다. 

<어느 가족>은 7월 26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주)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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