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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목격자' 이성민 "실제 나라면 절대 방관하지 않을 것"

18.08.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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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목격자>의 쌍끌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이성민. 이번에는 주연을 맡은 <목격자>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영화 속 방관적인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촬영 후 비하인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쉬운 건 없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공작>의 경우는 동적인 요소가 없는 데다가, 오로지 말로만 해야 하는 작품이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 그에 비해 <목격자>는 명확한 상황 속에 내 자신을 던져야 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신체적으로 피곤함이 많았던 결과물이었다. 


-주지훈처럼 한 달에 두 개의 작품이 연달아 개봉하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조금 묘할 것 같다. 

(웃음) 마침 <목격자>를 <공작> 촬영이 완료되자마자 하게 되었다.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걸 극렬하게 반대했었는데…(웃음) 그래도 반응이 좋다니 다행이다. 두 작품 모두 홍보 작업을 소화 중인데, <목격자>에서 시양이가 나보다 더 홍보 요정으로 열일하고 있어서 안심이다. 사실 지금도 영화 촬영 중(<미스터 주>)이라 정신없는 상태다. 그러니 이상한 말 해도 이해해 달라. (웃음) 


-양복 입은 직장인, 아파트 대출 같은 현실적 문제에 고민하는 모습에서 <미생>의 오차장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사람이 많았다. 

(웃음) 맞다. 촬영때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만취한 부분에서 오성식을 생각했을 것이다. (웃음) 감독님에게도 "이거 오성식 이에요!" 라고 했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을 관객들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어제는 누군가가 '오성식의 스릴러'라고 했는데, 진짜로 오성식이 주인공이었다면 살인범을 쫓아갔을 것이다. (웃음)


-곽시양 배우가 이성민 배우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한다.

별로 안 챙겼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웃음) 시양이는 이런 영화 촬영 작업을 오랜만에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유지하려고 서로들 노력했다. 하지만 나는 일상은 일상이고, 연기는 연기라 생각해서 시양이에게 촬영 일정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으로 놀러와서 어울리자고 했다. 덕분에 함께 수다 떨고 재미있게 놀았는데…어, 그러고보니까 그게 챙겨준 거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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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는 곳이 아파트여서 공감하는 바가 많았을 것 같다.

맞다. 감정 이입하는데 최적이었다. 리허설 때 아파트를 갔는데 진짜 아파트여서 놀랬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일상적인 공간이어서 당황했었는데, 그게 우리 영화의 미덕이었던 것 같다. 


-상훈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영화를 본 이들의 호불호가 많다. 어떻게 보시는가? 

영화 촬영하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되내며 물었던 내용은 '실제라면 어땠을까?'라는 대목이었다. 다른 인터뷰 때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내 답변은 "나는 무조건 한다"였다. 나중에 캐릭터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생각해 봤는데, 극 중 우리집이 6층이고 살인을 한 범인과 눈이 마주치며 정말 겁이 날 것 같았다. 30층이라면 겁나지 않겠지만, 지상에서 쉽게 식별 가능한 6층이라면 다를 것이라 본다. 범인 또한 그 점을 확인하고 싶어서 상훈의 주변을 맴돌았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상훈은 신고 하려 했었고 그러다가 전화기를 잊어버렸고, 범인이 층수까지 샌 것을 알고 고민하다 의도치 않게 방관했던 것 같다. 


-그런 상훈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신경 쓴 게 있다면?

관객들이 최대한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데 집중했다. 신고를 안 함으로써 사람들이 죽어가고 범인이 위협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이해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상훈 캐릭터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관객들이 그렇지 않고 따라온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그렇지 못했다면 상훈은 천하의 나쁜 놈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상훈의 상황을 절묘하게 연출해야겠다 생각했다. 신고할 때 마다 그놈이 나타나고 가족 뒤에 등장했을 때의 상황까지 등장한다. 그 장면은 개인적으로 참 무섭고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 


-촬영 후 집안의 경호, 보안에 대해 더욱 조심했을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집 아파트 자체는 안전하다. (웃음) 촬영하면서 우리 동네 CCTV 위치도 확인하고, 안심했는데, 나중에 우리 집이 몇 층인지를 바라보고, 불 켜지면 잘 보이는지 유심히 봤다. 우리 집이 18층에 있는데, 14층에서부터 애매하게 보였다. 그러고 나서 "이 영화의 주제가 고층에 살자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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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시양의 살인범 설정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

감독님께서 애초에 이놈에게 사연을 주지 말자고 주장했다. 나도 그 부분에 동감했다. 어떤 사연이든 살인을 하면 안 되는 것이며 그것은 지탄받아야 한다. 그가 아픔을 받고 자랐건 어쨌든 살인은 안된다. 시양이는 어떤 생각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과거사를 설정했다면 매우 짜증 났을 것이다. 나는 그놈이 잔인하게 묘사되기 바랬다. 그래야 내 캐릭터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첫 번째 여성의 살인 장면은 마음이 아팠고 개인적으로도 참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회식 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웃음) 


-만약 <목격자>의 주인공이 <보안관>의 대호였다면, 사건은 하루 만에 끝났을까? 

그럼 살인범이 죽었을 것이다. (크게 웃음) 대호 캐릭터는 용감한 소시민이니, 말씀 하신 대로 하루 만에 사건이 종결되었을 거라고 본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아마 목격자의 상훈처럼 행동했을 거라고 본다. 


-아파트 헌팅할때 문제는 없었나?

사실 제작진도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었다. 영화는 파주, 성남쪽에서 찍었는데 다행히 주민들이 협조를 잘해 주셔서 아무 문제 없이 촬영을 마무리했다. 


-후반부 액션이 <인정사정 볼것없다> 못지 않을 정도로 처절했다. 진흙 인간이 되었을 정도였는데, 고충은 없었나? 

순수하게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추위와 체력의 문제였고 오히려 덜 힘들었던 장면이었다. 액션들은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추위가 더 힘들었다. 흙 속에 있던 장면이 워낙에 추운 장면이어서 꽤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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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술도 잘 못 마시고 동물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영화에서는 달랐다.

일상과 연기는 다른 것 같다. 연기는 직업이라는 가면을 써야 하는 거니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봐야겠다. 사실 강아지를 좀 무서워한다. 최화정의 라디오에서 진경씨가 "강아지가 무서웠어요"라고 고백했는데, 사실 나도 그렇다. 영화 촬영 때 강아지를 안아야 했는데 내가 못 안아서 진경씨가 대신 고생하며 찍어야만 했다. 촬영중에 개가 나를 반겨주는 장면에서 내가 안아야 하는데, 그 장면에서 내가 미쳤냐? 라고 대꾸했다. (웃음) 지금은 개를 무서워하지 않고 이뻐하고 있다. 


-황정민 배우가 <공작> 촬영이 매우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배우님은 어땠나?

나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연습장 가는 게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그러한 고통이 지금의 나를 배우로 성장시킨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해도 연기가 안 되고 힘드니, 그게 나이가 들고 익숙해 지니 한동안 연기에 대한 힘듦을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감정이 느껴졌고 너무 창피하고 고통스러웠다. 내 몸과 정신이 말을 안 들으니 참으로 답답했다. 그동안 관성처럼 연기를 해왔는데 이걸 통해서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 배우로서 지적을 안받게 된다. 그때 느낀 힘든 순간을 통해서 그동안 내가 연기를 이렇게 해왔다는 걸 반성하면서 돌아보게 되었다. 그 점에서 볼 때 정민이가 또 연극을 하려고 돌아가는 걸 보면 대단한 배우라 생각한다. 


-두 작품을 통해 남과 북의 사회를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했다. 한쪽이 개인화된 사회라면, 다른 한쪽은 집단화된 사회환경이다. 각각의 작품 그것을 대표하는 장면들이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잠시나마 두 개의 사회와 세상을 잠시나마 경험해 본 소감은? 

오히려 <공작> 같은 경우는 매 순간 가는 공간들이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고 너무 리얼해서 매순간이 마치 북한에 갖다온 느낌이었다. 오대산 전망대에 가면 북한 마을 체험하는 곳이 있는데, 정말 체험하고 온 느낌이었다. <목격자>는 오히려 익숙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둘다 엄청난 체험을 한 기분이었다. 


-<목격자>의 흥행스코어는 어느 정도로 잡으시나?

사실 <목격자>가 여름 시장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그럼에도 제작사가 여름에 내보낸 이유가 있었을 거라 본다. 여름에 스릴러라는 장르가 없고 이 스릴러가 익숙한 스릴러가 아닌 평범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이기에 그런 부분에 공감 요소가 있었을 거라 본다. 이왕이면 관객들에게 낮에 <공작> 보시고 저녁에 <목격자> 보시라고 제안하고 싶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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