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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괴' 리뷰: 이런 괴이한 괴수물을 봤나! ★★☆

18.09.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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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괴,2018]
감독:허종호
출연:김명민, 김인권, 혜리, 최우식

줄거리
중종 22년,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 백성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물괴와 마주친 백성들은 그 자리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살아남아도 역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 속에 결국 죽게 되고, 한양은 삽시간에 공포에 휩싸인다. 모든 것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영의정과 관료들의 계략이라 여긴 중종은 옛 내금위장 윤겸을 궁으로 불러들여 수색대를 조직한다. 윤겸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성한과 외동딸 명, 그리고 왕이 보낸 허선전관이 그와 함께 한다. 물괴를 쫓던 윤겸과 수색대는 곧 실로 믿을 수 없는 거대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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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실수는 '기대감 제로'를 만들어버리게 한 예고편에 있었다. 괴수의 이름을 타이틀로 둔 작품이라면 주인공 괴수의 외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은 채 소리, 분위기, 실루엣만으로도 간접적인 공포와 긴장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70년대 작품 <죠스> 때부터 통용된 상식으로 영화가 시작한 이후에도 괴수가 진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의 치밀한 계산과 과정이 이 장르에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괴>는 그러한 기본적인 개념을 상실한 채 예고편부터 주인공 물괴의 존재감을 바로 드러내 이 영화의 예비관객이 굳이 영화관을 찾아서 괴수의 존재를 확인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게 만든다. 예고편에서 부 터 꼬이기 시작한 영화는 완성된 결과물에서도 비슷한 실수들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영화 초반 등장한 그 흔한 유머러스한 장면마저 어색하게 만들 정도로 기본적인 장면에서 부 터 매끄럽지 못한 모습들을 보이고 만 것이다. 

여기에 이 영화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물 구성과 설정에서 식상하게 느껴질 법한 요소들만 갖다 모은 것도 영화의 흥미를 떨어뜨리게 만든 단점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캡틴 조선(?) 이라 불러도 무방한 김명민과 언제나 주인공의 보조 역할로 등장한 김인권의 캐릭터는 지나치게 전형적인 조합이라 볼 수 있는데 이는 이경영과 박성웅의 악역 조합을 봐도 마찬가지다. 눈에 쉽게 보일 정도로 선과 악의 구조가 분명한 탓에 이야기의 긴장감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뻔한 대립과 관계를 유지하는 구조라 해도 좋은 각본이 기반이 된다면 해결할 수 있지만 <물괴>의 각본은 이를 받쳐주질 못할 정도로 부족하다. 혜리와 최우식의 뻔한 러브라인을 감정적인 교류로 담지 못한 채 대충 넘긴 대목이 대표적이다.

편집의 문제로도 볼 수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의도했던 '애틋함'이 아닌 '오글거림'으로 연결되었다면 이는 흥미적 관점에서 큰 실패라 봐야 한다. 배우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러한 기반이 부실하면 자연히 어색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정치적 대립, 민중의 봉기라는 야심찬 주제관과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이것이 괴수 물을 메인 타이틀로 건 이 영화에 어울리는 구조였을까? 그만큼 <물괴>는 사극과 괴수 물이라는 장르적 정체성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괴수물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장점으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를 우선적으로 살리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강렬한 메시지를 전할지 너무 앞서나가려 한 것이다. 근래 개봉한 <흥부><궁합> 처럼 <물괴>는 영화 자체가 지니고 있는 장르적 기반을 망각한 퓨전 사극의 오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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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영화가 이뤄낸 조금의 성과가 있다면 빠른 전개를 유지해 어느 정도의 긴박함을 선보였다는 것,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괜찮게 나온 물괴의 시각효과와 특수 분장이란 점이다. 이러한 약간의 장점이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갖고 <물괴>를 감상할 수 있는 요인이 되어준다. 물괴의 탄생 기원과 이를 역사적 상황과 연결하려는 과정도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이야기의 매끄러움을 높여줄 각본의 완성도가 더 좋았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물괴>는 9월 1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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