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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리뷰: 우려를 위대한 승리로 바꾼 조인성과 양만춘 ★★★☆

18.09.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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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2018]
감독:김광식
출연: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배성우, 엄태구, 설현, 박병은, 오대환

줄거리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당 태종은 수십만 대군을 동원해 고구려의 변방 안시성을 침공한다. 20만 당나라 최강 대군 VS 5천명의 안시성 군사들. 40배의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전사들은 당나라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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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역사 왜곡, 캐스팅 논란 등 우려와 악재가 가득했던 탓에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역사 속 20만 대군을 홀로 맞서야 할 안시성 성민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영화였기에 극적인 반전인 필요했다. 영화는 그 기적을 스스로 쟁취했으며, 이는 양만춘 캐스팅 논란의 한복판에 선 조인성의 활약이 큰 기여를 했다. 

<안시성>의 단점을 먼저 언급하자면, 긴 러닝타임의 대서사격 작품에서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안았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드라마의 분산은 자연히 발생하고, 시대적 상황이라는 제약 탓에 액션과 묘사에서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초반부 압권으로 다가와야 할 평원에서의 액션이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며, 논란이 된 투구를 쓰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당위성과 한계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배우들의 불완전한 중국어 대사 연기도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의 문제점이지, 기본적인 관람요소에는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왜곡과 같은 문제는 관객의 성향에 판단돼야 하며, 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대적 고증에 따른 상상은 이해해줘야 할 부분이다. 그 점을 감안하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안시성>은 무난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수 있는 서사적인 상업 영화의 기본을 잘 지킨 모범적인 작품이었다. 

가장 큰 우려였던 조인성의 양만춘은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킨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보여줬다. 물론 극중 양만춘은 우리가 생각한 거칠고 용맹스러운 고구려 전사의 모습에서 다소 벗어났다. 어쩔때는 능글스처우면서도 권위를 내려놓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친서민적인 리더지만, 지나친 심성으로 인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나약한 인간성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하지만 '불의에 절대 굴복하고 피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며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는 그는 관객들에게 큰 모범이자 공감을 불러올 인간적인 영웅이다. 이러한 양만춘의 신념적 의지는 평소 대중에게 소비된 조인성의 친근한 이미지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영화의 정서와 메시지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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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양만춘을 보필하며 나약할 때 마다 그를 일깨워주는 배성우의 추수지를 비롯해 '장비' 같은 불같은 성격을 지닌 오대환의 '활보'와 그와 대비되는 박병은의 '풍'은 극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감초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엄태구의 '파소'와 설현의 '백하'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드라마를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화자로 볼 수 있는 '사물'을 연기한 남주혁의 활약상이 기대보다 돋보여 이후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안시성>은 전투에 흥미 요소를 맞춘 전쟁영화지만 그에 못지않은 드라마로서의 역할을 전자의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의 배치를 통해 무난하게 완성했다. 수십만 대군에 맞서 안시성이 버틸수 있었던 것은 단합된 정신이기에 영화는 그 부분을 메시지로 강조한다. 이는 극 중 을지문덕(유오성)의 부정에 맞서 절대 항복하지 않은 양만춘의 신념과 연결되고, 그의 그러한 신념을 지지하고 믿는 사람들이 함께했음을 보여준다. 안시성은 그러한 신념과 고구려인의 기상을 상징하는 요소인 셈이다. 영화는 그러한 메시지를 극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양만춘에 반감을 지닌 사물이 그와 동행하다 완고한 신념을 지니게 되는 성장물 형태의 이야기를 추구했다. 

그러한 메시지를 공감 있게 잘 보여준 것이 이 영화의 볼거리인 전투씬이다. 전반에 언급한 아쉬운 평원에서의 전투는 맛보기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듯, 영화는 이후 세 번의 공성전을 거대한 스케일과 볼거리로 담아냈다. <안시성>은 다른 서사적 영화에서 그려진 장엄한 이야기와 캐릭터들 간의 갈등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체 철저히 전투가 발생하는 흐름에 초점을 둔다. 영화는 이를 단순한 싸움으로 정의하기보다는 한 편의 교향곡처럼 각 전투에 테마의 의미를 담아낸다. 즉, 첫 번째 등장한 평원 전투는 '패배'의 테마를 갖고 있다.

20만의 당나라 군대가 투석기를 던지고 사다리와 공성 무기로 성을 타는 과정이 등장하면, 곧이어 이에 반격하는 고구려군의 타격도 순차적으로 그려진다. 화살 공격, 처절한 타격전은 기본인 가운데 흐름에 맞춰서 공성 무기를 파괴하는 과정이 꽤 디테일한 흐름을 통해 완성된다. 양만춘의 전략가적인 모습이 부각된 두 번째 전투씬은 '승리'의 테마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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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 번째 전투씬에 대한 묘사에도 적용된다. 여기서는 '위기'의 테마로, 고구려의 만만치 않은 반격에 신 무기와 꾀로 성을 점령하려는 이세민의 역습이 시작된다. 성의 거의 점령당하기 일보직전 갈등하던 양만춘이 극적인 반격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으로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한다. 이 모든 과정은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맥스이자 '위대한 승리'의 테마가 담긴 토산 전투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두 번째 전투씬에 등장한 밀집대형을 통한 밀어내기 전략이 말해주듯이 팀과 집단을 위한 희생과 단합의 정신이 어떻게 승리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진일보된 CG 기술과 함께 스타일리시한 화면으로 독창적인 전투씬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긴 러닝타임의 서사시를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냉정히 말해 독창적인 전투씬과 볼거리라 할 수 없지만 제작, 출연진의 노력과 정성이 그 어느때 보다 깊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건 바로 조인성의 양만춘이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보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명의 병사들과 주변 인물들이 영웅 양만춘을 만들어 냈듯이, 조인성의 돋보이는 활약도 그렇게 완성될 수 있었다. 현재까지 공개된 추석 연휴 개봉하는 영화들 중 가장 높은 흥행권의 위치에 놓인 작품이라 생각된다. 

<안시성>은 9월 1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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