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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순한(?) 고구려인 배성우가 전하는 생생한 '안시성' 현장

18.09.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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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도 인정했고, 본인도 인정한 청순(?)한 고구려인 배성우. 추수지를 인상 깊게 연기한 그가 직접 전한 <안시성> 촬영현장 비하인드와 연기관에 관해 들어보도록 하겠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은?

만족하는 부분은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리 영화가 가장 포커스로 삼아야 하는 부분은 큰 전투신이었다. 제작진이 준비를 많이 했고, 그전에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완성된 결과물을 봤을 때 이렇게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자면?

내가 나온 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분장이었다. 분장 테스트 할 때부터 '삼국지'의 관우라고 느껴졌다. (웃음) 수염이나 얼굴은 기본이며, 거친 기미까지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가발도 정말 좋은 머릿결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웃음) 내가 아무리 머리를 길러도 내 머리가 따갑지 않은데, 이게 야크로 붙였다고 한다. 질감이 참 엘라스틴 같더라. (웃음) 그 모습이 너무 여성스러웠는데, 그럼에도 남성스럽게 보여서 다행이었다. 인성이가 <쌍화점>에서 했을 때는 미모가 돋보였는데, 나는...(웃음) 


-사극 톤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사실은 발성에 대해서 작품마다 어떤 발성을 보여줄지 고민했다. 목소리도 큰 편이어서 내가 회식자리의 주문 담당이었다. (웃음) 술집에서 목소리 낼때 포커스는 주문자에게 음파를 날리는 것이었다. 바로 이렇게. (큰 발성이 담긴 목소리로 매니저에게 커피 부탁을 하며, 크게 웃음)


-그 큰 음성이 조인성 연설을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던데...

사실 연설이 길지 않았다. 그런데 체면이 떨어지면 안되니 누군가 잡아줘야 했다. 그리고 20만이 넘는 적들의 기를 죽여줘야 하니 누군가 그것을 받쳐줘야 한다. 추수지는 특별한게 없는 인물이기에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는 안시성의 베테랑인 동시에 가장 많은 사선을 넘었고, 무수한 전쟁을 겪은 인물이었기에 내공이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정서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인물이었다고 봤다. 그래서 추수지는 언제나 양만춘과 계속 붙어있어야 했다. 군대에 가 본 사람들도 알듯이 하사관, 장교라는 군대 계급이 있다. 양만춘이 장교라면, 나는 짬밥을 많이 먹은 하사관이라고 봤다. 나뿐만이 아니라 안시성내 모든 사람들이 어슬렁거리는 스트라이커라는 느낌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대부분 많이 본 사극이 조선시대다. 그래서 말투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고구려 말투는 아무도 못하니까. 워낙 고구려 사람들도 호전적인 사람들이니 동네 거친 친구들을 다루는 형의 느낌으로 말투를 만들어 봤다. 발성도 많이 사용 안 하고 나 자신의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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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장면이 의외로 날렵했다. (웃음) 액션 연습을 많이 하신 건지? 

두, 세달 가까이 연습에 몰두했다. 창을 처음으로 사용해 봤는데, 워낙 오랫동안 해야 해서 힘들었다. 가르쳐 주신 분들의 자세로 그대로 따라 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굉장히 큰 갑옷에 고가의 장비를 들고 움직여야 하니 너무 무거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예전 고구려인들은 진짜 철로 된 옷을 입고 싸웠을 것이기에 둔탁한 움직임의 액션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창만 사용해서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활, 칼까지 차고 뛰어야 하니 너무 버거워 보였다. (웃음) 내가 선보인 창술도 마음에 들었고, 새로운걸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추수지가 밑에 계급이라 말을 타지 않아서 참 좋았다. 사실 내가 말 타는 것을 무서워해서…(웃음) 사실 배우들이 말 타는 것을 무서워한다. 부상의 위험이 매우 큰 액션이 바로 말타기이기 때문이다. 


-사극을 많이 안 했는데, 연기가 많이 해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사실 내 첫 드라마 데뷔작이 <한성별곡>이었다. 드라마로 상투를 붙였는데 이상하게 어울려 보였다. 그래서 얼굴이 작아 보였다고 할까? 내가 얼굴이 가려져야 잘생겨 보인다. (웃음) 


-배성우의 캐릭터는 양면성의 이면이 있는 것 같다. 본인이 그런 캐릭터를 선호하나?

반 반인 것 같다. 나도 그런 캐릭터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찾아주신 분들이 있다. 캐릭터 자체가 그런 인물이 아니더라도 나는 사람마다 이면이 있다고 본다. 분량이 늘어날수록 많은 분량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착한 인물을 하면 개그처럼 보일 수 있지 않나? (웃음) 인물의 깊은 면을 표현하고 찾아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있었다. 


-영화 속 조언자 캐릭터다. 배성우 배우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다면?

요즘 작업하면서는 어떤 선배가 나한테 해준 조언이 생각났다. "준비는 많이 하돼 결정을 하지 말아라"라는 말이었다. 준비를 많이 해야 여유를 가지며 작업할 수 있지만, 결정하려고 하면 현장의 분위기에 맞춰 배우들과 어울릴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즉흥적으로 나오는 유연한 연기는 잘못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조언은 예전에 들었지만 계속 공감이 간다. 그리고 <더 킹>을 찍으면서 한재림 감독이 나에게 해준 말인데, 본인도 제작하고, 각본도 써서 바쁠 때였는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고려하면서도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욕심을 부리더라도 정확하게 부려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의미 없는 재미를 전해주면 허탈한 재미만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에게 남는 재미를 줘야 한다 생각하며 그것은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이 느끼게 해야 한다고 본다. 나도 상업 영화와 드라마를 주로 찍고있지만, 결국에는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과 연기를 관객들에게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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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후배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잘 이야기 안 한다. (웃음) 요즘 친구들이 워낙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시작한 친구들을 많아서 다들 머리들이 똑똑하다. 나처럼 구전으로 들은 게 아니라 정보로서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참 부럽다. (웃음) 20대 배우인데도 가끔 4, 50대 배우의 포스가 느껴지는 친구들이 있다. 설령 조언을 한다 해도 같이 수다 떨면서 노는 식이다.


-그러면 함께한 남주혁은 어땠나?

뻔뻔하고 능구렁이 같은 면이 있는데 한마디로 머리 회전이 빠르다는 의미다. 게다가 착하고 성실하게 준비한다. 설현보다도 어린 친구이다 보니 본인이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전직 농구 선수 출신이다 보니 승부욕도 있는 것 같고, 오기도 있고, 좋은 뻔뻔함이 있어서 참 재미있는 친구라 생각했다. 인성이 같은 경우는 성격으로 보면 알 수 있다. 오기 같은 부분에서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스스로 그것을 내려놓고 온화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지금의 그 모습이 참 멋져 보인다. (웃음) 


-현장이 참 재미있었다고 들었다.

안 힘든 현장은 없다. 특히 <안시성>에서의 힘듦은 외부조건들이 있었다. 날씨가 특히 문제였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취소된 적도 많았다. 영화 속 먼지는 일부러 만들어서 뿌리고 안 좋은 물질을 만들어서 뿌리고 했는데, 특별히 안 좋은 연기를 태웠다. (웃음) 그런 어려움을 함께 느끼다 보니 더 수다를 많이 떨고 함께 자고 밥도 같이 가서 먹는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술들을 다 좋아했다. 특히 태구가 참 가증스러울 정도로 술을 좋아한다. 독실한 친구로 보이지만 다 속인 거다. (웃음) 나도 처음에는 되게 독실하고 복잡하고 음침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고 보면 참 인간적이었다. 너무 친근하고 개성적 사람이라 <안시성> 모든 사람이 엄태구 만의 특유의 목소리를 따라 할 정도였다. 


-정말 본인은 수줍다고 보시나?

맞다.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수다를 떠는 편이다. (웃음) 개인적으로 집에서 어머니와 많이 수다를 떠는 편이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배우들은 원래 수다쟁이가 많다. 작품 이야기도 하고, 연기 연습도 해야 해서 작품 연습을 많이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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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서의 입지는 동생보다 더 단단해졌나?

(웃음) 이제는 내가 부담을 많이 한다. 우리 집이 분위기가 권위주의 같은 것을 싫어한다. 내가 동생한테는 심부름도 안 시킬 정도였다. 그런데 엄마는 나한테 심부름시키더라. (웃음) 형, 동생이라 해서 아래 윗사람 아닌 동등한 존재라고 교육을 받았다. 그러니 동생이 더 번다고 해서 누구 입지가 더 큰지 따지지 않는다.


-내가 봐도 가장 역사 속 인물 같았던 사람은?

나다. (웃음) 개인적으로 대환이가 가장 잘 어울린 것 같다. 대환이는 '삼국지'의 장비 이미지인데 <안시성> 내에서는 양만춘 외에는 상상 속 인물이기에 분장에도 상상이 많이 가미되었다. 분장에서도 보기 좋았던 역할로는 나도 그랬고, 대환이 같은 경우는 갑옷도 참 독특해서 어울렸다. 실제 근육질의 친구라 일부러 팔을 이두, 삼두로 내놓도록 디자인했다. 근데 하필 촬영 날이 여름이라 너무 더웠는데 대환이는 시원하다고 자랑하는 게 참 부러웠다. (웃음) 그런데 촬영 일정이 길어져서 11월쯤 되다 보니 나중에는 춥다고 본인이 죽을것 같더라고 하소연하더라. (웃음) 하여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기억에 남는 촬영이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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