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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소개] 명왕성, 당신의 자녀는 안녕하십니까?

13.06.25 16:18

2013년 상반기 화제작 명왕성이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습니다. 명왕성은 대한민국 교육 현장을 실태를 낱낱이 고발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특히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장면이 있다'는 명목으로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었죠. 거센 항의로 등급은 15세로 떨어지게(?) 되지만 선정적인 장면 하나 없는 이 영화가 19금 판정을 받은 것은 여전히 미스테리 한 일입니다.
 
영화 [명왕성]은 제 63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주요 언론의 극찬을 받습니다. 과연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관객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 까요? 여러분을 위해 [명왕성]을 간략하게 분석 해 보았습니다.
 
1. 고등학교 3학년, 경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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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그리고 수능. 모두가 이 셋을 목표로 하며 달려가는 고등학교 3학년. 부끄럽게도(?) 저는 남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남들이 잠을 줄여가며 공부할 때 저는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잠을 자는 학생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그렇게 '잘' 잤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집에서 편히 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제 방 창문에서는 저희 학교 전교1등 친구 집이 보였습니다. 그 학생 방의 불이 꺼지기 전까지 저는 절대 불을 끄고 잠들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전교1등 친구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 때문이었지만 나중에는 강박증이 되어버렸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은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1등을 너무 하고 싶었고 또 사소한 경쟁에서조차 이기는 것이 1등을 할 수 있는 길이라 믿었던 것 같습니다.
 
 
2. 아이들, 어른보다 무서워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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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측의 입막음으로 묻힐 뻔 했던 이 사건은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지요. 작년 4월, A양은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는 친구 B양의 말에 학원이 끝나고 친구의 집을 방문합니다. 잠시만 기다리라며 A양을 현관 앞에 세워둔 B양. B는 문을 열어주며 딸의 뒤에서 유리병으로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이 후 정신이 혼미해진 딸의 목을 조르며 "죽어라"하고 소리 쳤고 주머니에서 과도를 꺼냈다고 합니다.
 
A양의 어머니는 "과도를 들고있던 B양이 '동맥과 심장 중 어디를 찔러줄까'하고 말하더니 오른쪽 팔, 손목등을 칼로 찔렀고 심장이 어디인지 짚어보라며 교복 단추를 풀라고 했다"며 참혹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또한 딸(A양)의 오른쪽 귀를 자르면서 혼잣말로 '꼭 사과를 자르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B양이'너는 죽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찌를 것이다'라고 말하며 범행을 계속하자 A양은 숨을 참으며 죽은 척을 했습니다. 눈꺼풀을 뒤집어보고 A양이 죽었음을 확인한 B양은 너무나 태연하게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친구가 죽었어. 내가 친구를 죽였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조사결과 B양은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아무런 형사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와같이 극단적인 사례 이외에도 지금까지 보도되었던 청소년 범죄들은 성인 범죄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순수하지 않습니다. 재미를 위해서 친구를 왕따시키고 전선을 목에 감아 끌고 다니며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먹으라 명령하고, 욕하고 때리기까지 합니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걸까요. 혹시 '성공만 하면 된다'는. 서울대만 가면 무조건 성공한 삶이라는 이 시대의 교육이 아이들을 망쳐놓은 것은 아닐까요?
 
 
3. 명왕성. 태양계에서, 그리고 주류에서 퇴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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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불과 10년전까지 우리는 위 9개를 태양계의 행성들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학생들은 태양계의 행성을 8개로 배운다고 합니다. 2006년 국제천문연맹은 1930년 발견된 명왕성이 크기와 질량이 너무 작고 충분한 중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행성 지위를 박탈합니다. 이제 명왕성은 그 이름을 잃고 소행성 134340으로 분류됩니다.
 
영화[명왕성]은 입시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꿈을 펼치기도 전에 퇴출되는 아이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교사 경력이 있는 신수원감독은 어릴 때부터 삶을 포기하고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성적이라는 잣대로 서열화시키며 우열을 가리는 현재의 교육시스템과 그러한 시스템을 만든 기성세대의 오만함이 재능있는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이 영화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대한 일침일 지도 모릅니다.
 
 
4. 영화 [명왕성], 무엇을 감추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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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왕성]은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이야기입니다. 네,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추고 싶었던 우리 사회의 폐단을 너무 날카롭게 꼬집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국제중학교 입학 비리에 대한 논란을 집중 조명하였습니다. 현재 국제중학교는 일년에 1,000만원울 웃도는 학비로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조사를 통해 '합격추천서'에는 아이들의 특성보다 부모의 직업 등 부적절한 정보들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을 보도했었죠. 이 중학교에서는 수업의 3분의 1을 영어로 진행하고 제 2 외국어를 가르치며 바이올린, 첼로, 클래식 기타, 해금 등 1인 1기를 다룰 수 있도록 전문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중학교는 SKY(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를 일컫는 말) 대학에 가는 지름길이라고 하여 많은 부모님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 학교 재학생 학부모의 절반 이상이 의사, 교수, 법조인 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주류 행성'들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태양계'에서 '명왕성'의 위치는 점점 좁아질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명왕성]은 명문대 진학률이 높기로 유명한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상위 1%에게만 허락되는 비밀 스터디그룹, 한달 과외비로만 1,000만원을 내는 학생들의 교육 현실 실태, 성적을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아이들의 잔혹한 모습, 학교의 이미지를 위해 사건을 덮으려 드는 교사들의 모습까지. 영화는 명문대학교를 들어가기만 하면 다 된다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나는 이제 열 아홉인데, 내가 왜 이래야 하냐"며 울부짖는 주인공 준(이다윗 분). 영화는 소년의 울부짖음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과연 비뚤게 자란 아이들이 올바른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사회가 조장하는 이 무한 경쟁이 옳은 것일까요? 영화는 끊임없이 여러분께 물음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사진=SH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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