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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리뷰:…그렇게 '헬조선'이 탄생되었다 ★★★☆

18.11.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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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2018]
감독:최국희
출연: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김홍파, 뱅상 카셀

줄거리
1997년,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곧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이 사실을 보고하고,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한편,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의 시그널을 포착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는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단 일주일. 대책팀 내부에서 위기대응 방식을 두고 시현과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시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하는데…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 1997년,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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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사건 전개, 인물 구성만 봤을 때 <국가부도의 날>은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쇼트>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과 1997년 발생한 IMF 사태는 경제 호황이라는 안일함이 낳은 재앙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재앙이 시작되는 과정을 주요인물들이 위험을 예측하고 설명하는 장면을 통해 알기 쉽게 보여주며, 그날의 아픈 기억을 다시금 복기한다.  

그렇다고 <국가부도의 날>은 <빅쇼트> 처럼 전문적인 경제적 시각과 냉철한 풍자를 담아내려 하지 않았다. 그 점이 이 영화를 경제 전문 영화로 기대했던 영화팬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한국적인 드라마와 재난물과 같은 위기감을 고조시켜 생생한 긴장감을 전해주는 것이 일반 관객에게 어필하기 쉬운 설정일 것이다. 영화는 1997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의 특수성을 부각하며 X 세대 문화와 중산층 가정이 주축이 되었던 당시의 한국 사회와 경제적 환경을 중점적으로 비춘다. 

모두가 경제적 안일함에 빠진 사이,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한시현이 위기를 감지하고 정부가 뒤늦게야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이미 사태는 발생할 조짐을 보이게 된다. 어떻게든 통화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시현의 팀이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무능한 정부와 이를 이용해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려는 권력 세력의 암투가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부실한 통화정책의 실체가 밝혀져, 이로인해 국내 대기업이 서서히 도산하는 과정은 한편의 재난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여운을 전해준다. 한보, 동아, 해태제과, 뉴코아 백화점 그리고 대우 같은 당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대기업들이 부도처리가 되는 과정은 IMF를 경험해 본 세대라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처럼 다가올 것이다. 

경제 위기로 투신자살하는 가장을 쳐다만 봐야 하는 한시현의 안타까움이 긴장감과 슬픔을 불러오는 가운데 영화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신분 상승을 하게되는 금융맨 윤정학과 그 일행의 여정과 회사 부도로 한순간에 가정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가장 갑수의 모습을 부각해 풍자극과 애잔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신(新) 재벌, 자유경제시대의 온상과 부모 세대의 처절한 희생을 암시적으로 다루며 IMF가 나은 상처가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복선이다. 이는 결국 지금의 '헬조선' 사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IMF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공포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그 순간을 상징하는 장면은 김혜수와 허준호가 마주하게 된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90년대 최고의 인기스타이자 상징과도 같았던 그들이 나란히 당시의 아픔을 상징하는 사람들로 만나 아픔을 나누는 장면은 아련한 슬픈 여운을 전해주며 당시의 아픔을 더욱 상기 시킨다. 

<국가부도의 날>은 11월 2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영화사 집/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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