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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느니만 못했다! 졸작 오명을 쓴 스핀오프 시리즈

13.07.09 16:45

최근 헐리웃 영화의 트랜드는 '스핀오프'입니다. 스핀오프란 이전에 제작되었던 영화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는 영화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즉, 이미 개봉된 영화들 중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분량이 작았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새 영화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까지 '스핀오프'는 주로 드라마들이 선택했던 방법이었습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시즌으로 진행되는 미국 드라마들의 특성상 지루함을 달래고 새로운 주인공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스핀오프 시리즈들을 내놓았는데요. 대표적인 시리즈로는 [CSI]의 스핀오프인 [CSI 마이애미],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스핀오프인 [더 오리지널스]등이 있습니다.
 
반면 스크린의 선택은 속편, 프리퀼, 리부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슈퍼히어로 무비가 인기를 끌고 관객들이 주인공이 아닌 다른 '히어로'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헐리웃도 '스핀오프'로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이미 원작을 통해 반 이상 '먹고'들어가는 영화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중간 이상의 흥행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작의 명성에까지 누를 끼친 스핀오프 영화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안하느니만 못했던 스핀오프 영화들에 대해 소개 해 드릴까 합니다.
 
 
1. [캣우먼] 할리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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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은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나을 뻔 했습니다. 92년, [배트맨2]에서 미셸 파이퍼가 연기했던 캣우먼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악덕 고용주에 의해 창문 밖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은 여비서 셀리나 카일은 고양이에 의해 9개의 목숨을 얻으며 '캣우먼'으로 부활합니다. 아름다운 외모와 나긋나긋한 자태로 남성을 유혹하지만, 사실은 남성 혐오증을 가지고 있는 이중인격자입니다.
 
영화 속에서 미셸 파이퍼는 선과 악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때로는 흔들리는 캣우먼을 완벽하게 소화 해 냅니다. 연약하고 여린 모습이다가도 순식간에 얼굴을 바꿔 여전사의 모습으로 변하는 그녀에게 관중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녀의 캣우먼이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일까요? 이후 제작된 [배트맨3-포에버]와 [배트맨4-배트맨과 로빈]에서는 캣우먼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12년간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캣우먼'이 스크린으로 돌아온다는 뉴스가 발표됩니다. 그것도 [배트맨]의 여성캐릭터가 아닌, [캣우먼]이라는 타이틀의 스핀오프 영화로 말이죠. 캣우먼 역에는 가장 섹시한 여배우로 꼽히던 할리 베리가 캐스팅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도 불구, 영화는 흥행에 참패하며 배트맨 시리즈의 오랜 침체기의 시발점이 되고 맙니다. 우선 영화에서 '캣우먼'의 본명은 셀리나 카일이 아닙니다. 페이션스 필립스죠. 그녀는 비서가 아닌 화장품 회사의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게다가 음울하고 범죄의 온상인 '고담시'에 거주하지도 않습니다. 대중이 캣우먼에게 기대했던 것은 선과 악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강력한 자아를 가진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캣우먼] 속의 할리 베리는 러닝타임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평범한 여인으로 보냅니다. 게다가 속옷처럼 가슴만 간신히 가린 의상에 우스꽝스러운 가면은 캣우먼을 더욱 매력없는 인물로 만듭니다. 결국 할리베리의 [캣우먼]은 흥행에 참패하며 한 해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2. [엘렉트라] 제니퍼 가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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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마블코믹스는 [데어데블]이라는 히어로 영화를 내놓습니다. '데어데블'은 독특하게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히어로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맷 머독은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이로 인해 초인적인 감각을 얻게 됩니다. 뉴욕의 범죄왕인 킹핀에게 아버지를 잃은 데어데블은 법으로는 도저히 아버지의 살인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음을 알고 악을 악으로 처단하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곁에는 연인 '엘렉트라'가 있습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여인으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무술의 달인이 된 히어로입니다. 그러나 [데어데블]의 마지막에서 그녀 역시 '불스아이(콜린 퍼렐 분)'의 손에 죽고맙니다.
 
2005년, 마블은 '데어데블'의 연인 엘렉트라를 주인공으로 하여 새로운 영화를 내놓습니다. 그러나 '엘렉트라'의 등장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우선 이미 전편에서 죽음을 맞은 인물인 엘렉트라가 부활한다는 설정부터가 불가능하다는게 팬들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녀는 체이스트라는 집단의 리더 '스틱'에 의해 두번째 생을 맞게 됩니다. 이를 두고 몇몇 팬들은 '예수의 부활'이라며 비꼬기도 했었죠.
 
주인공 엘렉트라 역의 제니퍼 가너의 연기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전작 [데어데블]에서 데어데블과 엘렉트라, 둘이 맞서던 악당에게 혼자 대적하기에는 제니퍼 가너의 연기력과 존재감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입니다. 이밖에도 지극히 평범한 액션연기와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의 스토리들을 차용했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여기에 한동안 헐리웃을 강타했던 동양 무술과 일본 특유의 느낌들까지 더해지며 완벽하게 흥행에 실패하죠.
 
위에 소개 해 드렸던 할리 베리의 [캣우먼]과 제니퍼 가너의 [엘렉트라]는 스핀 오프 시리즈 중 망작으로 꼽히는 영화들입니다. 1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캣우먼]은 절반도 안되는 4000만달러 정도를 회수했다고 하며 4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필요로했던 [엘렉트라]는 절반 수준인 2400만달러 정도를 회수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3. [에반 올마이티] 스티브 카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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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헐리웃에서 '종교를 토대로 한 코미디 영화는 실패한다'는 것은 하나의 공식이었습니다. [이어원] [보치드] 등 많은 영화들이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크게 웃기지 못하며 쓸쓸하게 스크린에서 내려옵니다.
 
그런 점에서 2003년 짐 캐리 주연의 [브루스 올마이티]의 흥행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지니는 일이었습니다. [브루스 올마이티]는 일주일간 신이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매사 불만 많은 이 리포터는 자신일것이라 확신했던 뉴스 앵커자리를 라이벌에게 빼앗기고, 생방송인줄 모르고 수 백만 시청자들 앞에서 욕을 퍼붓고, 건달들에게 몰매를 맞고, 차까지 고장나는 최악의 하루를 보냅니다.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원망을 퍼붓는 그에게 신은 일주일간 소원을 모두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줍니다.
 
그리고 4년 후, 전작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전지전능한 힘을 갖게 된 브루스의 계략으로 생방송 뉴스에서 개망신을 당하고 쫓겨난 에반의 앞에도 신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신이 이번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일을 시킵니다. 인류가 곧 멸망할 예정이니 방주를 지으라는 것입니다. 과연 에반은 이 위기를 탈출하고 인류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요?
 
에반 올마이티는 전작보다 훨씬 더 커진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특히 클라이막스를 위해 쏟아 부은 제작비는 1억7천달러에 가깝습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축구장만한 방주를 실제 크기로 만들었고 수백가지 동물들을 섭외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에 홍수를 표현한 CG의 규모도 만만치 않습니다. 문제는 웃음을 위한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큰 웃음을 터뜨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의 한 매체는 '[에반 올마이티]는 별 특징없는 단조로운 영화'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흥행 수준 역시 전작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브루스 올마이티]가 2억 5천만 달러 가까운 흥행을 했던 반면 [에반 올마이티]는 1억 4천만달러 정도의 수익에 그칩니다.
 

4. [본 레거시] 제레미 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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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을 통해 가장 위대한 첩보원으로 인정받은 제이슨 본(맷 데이먼 분). 5년간 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주인공 맷 데이먼은 '제이슨 본'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때문에 [본 레거시]에 맷 데이먼 대신 제레미 레너가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은 '멘붕'에 빠지고 말았죠.
 
[본 레거시]는 제임스 본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최정예 요원 '애론 크로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는 아웃컴 프로그램을 통해 제이슨 본을 능가하는 요원으로 훈련받은 애론. 그러나 제이슨 본에 의해 비밀 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지자 아웃컴 프로그램 역시 보안이 불투명해집니다.
 
프로그램 수장인 바이어(애드워드 노튼 분)은 아웃컴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인물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런데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애론 크로스가 국방부 요원들로부터 그녀를 구해서 도망칩니다. 이 과정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추격씬도 등장합니다. 협소한 마닐라의 도심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총을 쏘는 액션씬이었는데요. 이 장면은 [본 시리즈] 최고의 장면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시 맷 데이먼 없는 '본 시리즈'는 앙꼬 없는 찐빵이었던 것일까요? 새로운 배우, 새로운 스토리는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나봅니다. [본 레거시]는 북미 기준 1억 1천만달러 정도의 수익을 얻습니다. 맷 데이먼의 [본 얼티메이텀]이 2억 2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다소 낮은 흥행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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