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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 “‘쇼미’에서 내가 졌다고 생각한 무대? 없다” (인터뷰)

17.09.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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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시리즈의 묘미는 -그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큰 이슈를 부르며 주목을 받는 ‘화제의 래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게 재미있는 점은 이런 ‘화제의 래퍼’가 막상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 ‘쇼미더머니’ 각 시즌에서 화제성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던 스윙스(시즌2)나 아이언(시즌3), 블랙넛과 송민호(이하 시즌4) 등은 모두 최종성적이 준우승 혹은 3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징크스는 ‘쇼미더머니’ 시즌6에서 깨졌다. 시즌4에서 1차 예선 탈락을 경험했고, 시즌6에서는 리듬파워의 멤버이자 친구인 지구인을 응원하러 왔다가 예정에 없던 현장 지원으로 예선을 통과한 ‘화제의 래퍼’ 행주가 덜컥 우승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행주가 실력 없이 화제성으로 우승을 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예정에 없던 참가이긴 했으나 행주는 경연을 거듭할수록 자신의 진가를 점점 많은 사람에게 알렸고, 최종경연에 이르러서는 그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행주는 기어코 우승까지 차지하며 역대 ‘쇼미더머니’ 시리즈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를 완성했다.

누군가는 ‘무슨 만화냐?’라고 할 정도로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행주의 우승 스토리는 참가 계기부터도 참 만화스럽다. 

행주는 “만약 지구인이 예선에서 안 떨어졌다면 나도 참가를 안했다”라고 단언했다.

행주는 “원래 처음에 리듬파워 셋 다 지원을 할까 했는데, 작년에 내가 눈 안 좋은 게 나타나기 시작해서 모든 플랜을 접어야했다. 그래도 할까 안할까 하다가 모든 게 다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그냥 진솔하게 우리 앨범이나 만들자 하고 나는 지원을 안했다”라고 처음부터 지원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행주는 “지구인이 안 떨어졌다면 나도 지원을 안했고, 또 (예선을)인천에서 안했으면 지원 안했다. 지구인이 예선에 나갔을 때 친구들에게 ‘30분 뒤에 예선 시작 된다’고 전화를 받고 ‘어차피 애들은 붙을 거니까’라는 생각에 갈까 말까하다가 ‘가서 응원이나 해줄까’하고 현장에 간 거다. 예선 장소까지 15분 거리였다. 그런데 지구인이 예상치 못하게 탈락했더라. 그걸 보는데 내가 2년 전에 탈락한 기분이 느껴지더라. 그리고 뭔가 짜증이 났다. 어디서 친구가 맞고 온 그런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카메라는 내 표정 따려고 계속 찍고 있고... 현장지원이 있는지 몰랐는데 현장지원이 있다고 ‘한번 해 볼래’라고 해서 지원했다”라고 참가를 결심한 계기를 덧붙였다. 

즉, 행주는 친구의 탈락에 발끈해서 자기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참전을 한 셈이다. 당연히 준비도 부족했고, 경연이 이어질수록 더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행주는 “1차를 하면 2차 준비하느라 바빴다. ‘쇼미’ 하면서 하루에 거의 한 두 시간 밖에 못잤다. 아직까지도 여기 몸이 맞춰져서 세 시간 정도 자면 ‘이정도면 많이 잤다’하고 깨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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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행주가 계속해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건 앞서 ‘쇼미더머니’ 시즌4에서 얻은 경험 덕분이다. 

행주는 “전에 (‘쇼미더머니4’에서)내가 제일 화난 게, 1~3차 랩을 준비해 가지 않나. 근데 베스트를 못 보여주고 떨어진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가진 베스트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매 경연에 임했다”라고 매번 백지상태에서 자신의 베스트를 만들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순간이 그랬다. 그래서 나는 매순간이 힘들었다. 하다못해 가사도 새롭게 외어야 하지 않나. 그래도 그렇게 하니 그때그때 메시지를 새롭게 담을 수 있어서 스토리가 만들어 졌다. ‘SEARCH’에서 ‘니가 뭔 랩이냐고 떠들어 댔던 친군 이제 내 팬이 됐지’라고 썼는데 진짜 다 이뤄졌다. 그래서 더 멋있었던 거 같다. 이제는 베스트가 없다. 새로 만들어야한다. 하하”라며 웃었다.

어쨌든 행주의 ‘매순간 베스트’ 전략은 제대로 들어맞았고, 이는 다시 우승이라는 열매를 가져다주었다. 

‘매순간 베스트로 임했다’는 행주의 말은 단순히 ‘최선을 다했다’라는 것 외에 또 한 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베스트의 행주는 지지 않는다’라는 자신감이 그것이다. 

행주는 “솔직히 본선 하기 전까진 되게 자신이 있었고 안 힘들었다. 확신이 있어서 그랬다. 본선 첫 무대가 ‘SEARCH’ 였는데 그때 처음 패배를 했다. 졌는데 살아남았다. 그때는 너무 몰입을 했는지 전투태세로 바뀌더라. ‘다 이길 거야’에서 그걸 느끼면서도 ‘몰라 있는 그대로 할 거야’가 되더라. 좋은 쪽으로 된 거 같다. 터닝 포인트가 됐다”라고 경연에 임한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또 행주는 ‘SEARCH’에서 첫 패배를 맛보았지만 본인 스스로 ‘졌다’고 생각한 무대는 없다고 강조했다. 

행주는 “솔직히 내가 졌다고 생각한 무대는 없다. 다만 영비와 같이 작업을 하는데 애가 정말 잘한다. 되게 든든함과 동시에 내가 꿀리지 않으려면 무언가 연구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몰입했다. 그때 빼곤 다 자신 있었다. 그때도 자신감은 있었다. 그래도 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행주의 이런 자신감은 프로듀서 선택에도 작용했다. 행주는 ‘일부러’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가장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 프로듀서인 지코와 딘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행주는 “일단 (같은 회사의)다이나믹 듀오 팀은 절대 안 가려 했다. 가면 ‘형들이 끌어주는 거 아냐?’하는 꼬리표가 싫었고, 형들은 쇼미 끝나고도 같이 작업할 수 있는데 다른 팀은 못할 수도 있어서 그랬다. 현장에선 당장 지코 딘이 나를 칭찬을 많이 해줬는데, 인정은 하지만 본인들도 내가 그리 갈 거라고 1도 생각 안하는 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도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 게 보였다. 그런데 난 누구보다 트렌디하게 랩을 할 자신이 있었다. ‘내가 보여줄게’ 하는 계산이 섰다. 내가 보여주면 ‘와!’하게 되니까. 나에 대한 스토리가 안 깔려있어서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되기 위해선 센 상대를 구하고 싶었다”라고 자신의 능력과 실력에 대한 믿음으로 지코&딘 팀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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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선택도 들어맞았다. 지코&딘 팀에서 행주는 여러 가지 스타일의 랩과 무대를 제대로 소화해내며 진면목을 드러냈다. 특히 ‘Red Sun’은 단순히 경연에서의 승리를 넘어 ‘쇼미더머니’ 시즌6를 대표하는 ‘레전드 무대’로 불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행주는 “‘Red Sun’은 자신 있었다. 그만큼 노력 엄청 했고, 나오면 더 좋은 거, 더 좋은 거, 그렇게 계속 목숨 걸고 했다. 그때 에너지를 너무 다 쓴 거도 있지만 진짜 자신 없을 수가 없었다. 내 목표가 한해를 이기는 게 아니라, ‘쇼미더머니’ 레전드 무대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게 사람들에게 전달 된 거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Red Sun’을 평했다.  

또 행주는 “무대구성은 99% 지코와 딘이 했다. 나는 곡만 했다. 지코와 딘에게 내 생각 1도 얘기 안 하는 게 목표였다. 얘들이 하는 대로 하는데, 대신에 제대로 다 보여주는 게 내 목표였다. 그중에 딱 한번 ‘Best Driver’만 내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했다”라고 덧붙여 프로듀서였던 지코와 딘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자신감이 있는 건 있는 거고, 무대에 아쉬움이 남는 건 또 다른 얘기다. 행주는 “전체적으로 다 아쉬운 게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 ‘알약 세 봉지’를 달고 살았다. 항상 목이 반 정도 쉬어있는 상태에서 모든 스케줄을 소화했다. 100%도 아니고 7~80%만 보여줘도 성공이라 하는데 50% 밖에 못 보여줬다. 그게 아쉽다”라고 자신의 모든 것을 무대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주는 우승을 할 자신이 있었고, 또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제 자신의 진가를 만천하에 알린 만큼 그를 둘러싼 상황이나 환경이 달라졌을 법도 한데, 정작 행주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일단 같은 레이블의 맏형이자 ‘쇼미더머니’에서는 경쟁팀의 프로듀서였던 다이나믹 듀오의 반응을 묻자 행주는 “별말 안하고 껴안아주더라. 그리고 그런 게 있지 않나. 가족이라는 그런 느낌. 우승 전까지는 장난만 쳤지 진짜 넉살의 프로듀서였다. 그래서 더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우승하니까 가족이라고 느껴지더라. 스스로 뿌듯했다”라고 훈훈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어 행주는 “그런데, (다듀)형들 단점이 매순간 무대 위에서 나에게 장난치는 멘트를 던지니까 나중에 참가자들이 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더라. 예를 들어 형들이 ‘안 어울릴 거 같다’라고 하면 진짜 다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더라. 내가 조금만 멘탈이 흔들렸으면 망할 뻔했다”라고 불만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멋있는 사람인 거처럼 포장해준다. 그래서 내꺼 제대로 하면 되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 외에는 아직 모르겠다. 상금이나 차를 아직 안 받아서, 그걸 좀 받아봐야 느낄 거 같다. 차는 내가 타고 다니고, 상금은 리듬파워 같이 여행가고 아메바 회식할 때 쓰고 싶다. 하하”라며 웃어보였다. (사족으로 부상으로 받은 차량은 실제 행주가 구입을 고려했을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모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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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행주가 ‘쇼미더머니’의 우승으로 얻은 진짜 보상은 돈이나 차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이에 행주는 앞으로 더욱 더 자기 자신의 것을 갈고 닦아 이어나갈 계획이다. 

행주는 “솔직히 ‘쇼미’때는 ‘쇼미’라는 큰 버프를 받았는데, 그게 끝나고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로 얻은 건 차가 더 생긴 거 뿐이다. 이건 이걸로 끝내야한다. ‘쇼미더머니’ 이후로 내 것이 안 이어지면 망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편해지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 리듬파워로 나올 거다. 그리고 ‘리듬파워는 왜 만날 신나는 거만 해?’라고 하는데 ‘쇼미’서 한 거 재탕하면 더 멋없을 거 같다. 오히려 더 신나는 거 할 거다. 그리고 리듬파워 멤버들 각자의 색이 다 다르다. 그래서 리듬파워 하면서 보이비, 지구인, 나 그렇게 쉬지 않고 계속 활동하려한다”라고 덧붙여 리듬파워와 행주가 만들어낼 드라마의 ‘시즌2’가 곧 시작됨을 알렸다.

(사진=Mnet, 아메바컬쳐)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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