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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효리가 보여준 ‘이미지 메이킹’의 위력

17.09.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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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아마도 연기자라면 탁월한 연기력, 가수라면 빼어난 가창력, 예능인이라면 유머감각 등을 꼽지 않을까 싶다. 혹, 외모지상주의자라면 분야에 관계없이 눈에 띄는 비주얼을 첫 번째로 꼽을 수도 있겠다. 

물론 연기력과 가창력, 유머감각, 비주얼 등은 연예인에게 다 중요한 능력들이다. 하지만 연예계가 흥미로운 건 연기력과 가창력, 유머감각, 비주얼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고도 성공을 거두는 연예인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효리다. 

실제 이효리는 걸그룹 핑클로 데뷔해 현재까지도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녀의 가창력을 '빼어나다'라고 평하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이효리는 과거 드라마 '세잎클로버'에 주연으로 발탁됐지만, 아무도 그녀가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말하지 않는다. 

또 유머감각이나 예능감, 비주얼 등은 가창력이나 연기력에 비해 상대적인 가치이긴 하나 이 역시 이효리가 '정상급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어느 것하나 특별한 게 없는 이효리가 단순한 스타를 넘어 하나의 아이콘 취급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전적으로 신기에 가까운 이효리의 타이밍을 살피는 능력과 이를 발판으로 한 '이미지 메이킹' 능력 덕분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효리는 그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이미지를 덧씌우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일단 솔로로 데뷔할 당시 이효리는 핑클의 청순한 콘셉트를 뒤로 하고 섹시 콘셉트를 선택해 '섹시 여가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또 2006년 정규 2집 'Dark Angel'의 표절 논란 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빠르게 활동을 접는 것 만으로 오히려 '쿨하고 솔직한 언니'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과거 이상민이나 김민종 등이 표절논란에 이후 가수로서 이미지에 엄청나게 큰 타격을 받았고 이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걸 떠올리면 이효리의 이미지 메이킹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더이상 섹시 이미지로는 쉽지 않은 시기가 된 2013년이 되자 5집 'Monochrome'을 통해 싱어송라이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고, 아니나 다를까 이역시도 적중했다. 

이 외에도 정치, 사회적인 발언이나 동물 보호활동 등을 통해 '의식있는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도 덧씌웠다. 

물론 실패한 이미지도 있었다. 당장 올해 발표한 신작 'BLACK'이 그렇다. -아마도- 이번 앨범을 통해 '예술가'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어했던 이효리는 실질적은 성적은 물론이고 무대마저도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철저한 실패를 맛보고 말았다. 

그렇다고 'BLACK'의 실패가 이효리의 이미지에 어떤 흠집을 낸 건 아니다. 오히려 'BLACK'을 발표하고 활동하는 시기에 방송된 '효리네 민박'을 통해 이효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호감 이미지를 얻고 이를 공고하게 다져놓았다.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의 이미지 메이킹 능력이 집대성된 듯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효리는 성공한 스타이자, 싱어송라이터의 아내, 그리고 민박집 주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멋지고 행복한 여성이자 부부이고, 언니·누나로 보여지는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이효리와 이상순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유롭고 멋지고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됐다. 또 이런 이효리의 이미지에 시청자들은 물론 각 언론들까지 동참해 '힐링'으로 포장하며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여기서 되짚어보자. 앞서 말했듯이 이효리는 실력적으로 특출난 점이 없는 연예인이다. 다만, 시대가 원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빠르게 캐치하고 그것을 자신에게 덧씌우는 능력으로 지금의 위치에 도달한 케이스이다.  

연예인이기에 대중이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지를 빠르게 읽어내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내실없이 그럴싸하게 만들어낸 이미지는 결국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와 언론 모두 '이효리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고 종교처럼 찬양하는 작금의 상황은 아무리 보아도 마치 모래를 밥이라며 삼키게 하는 듯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이효리에게 행복하게 살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삶에서 힐링이나 감동을 받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효리는 앞으로도 쭉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그런 모습에 힐링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으면 한다.  

다만 '연예인은 실력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이미지 메이킹만이 전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효리라는 연예인의 이미지 메이킹에, 또 연일 포탈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는 '이효리니까 가능' 류의 기사에 속아 '거짓 힐링과 감동'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사진=JTBC)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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